최근 유럽 축구팬들 사이에서 '맨유 인력의 법칙'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17세기 영국 과학자 아이작 뉴턴의 물리학 법칙 '만유 인력의 법칙'을 본딴 키워드입니다. 만유 인력의 법칙은 질량이 물체를 잡아당기는 힘이 있다는 이론입니다. 뉴턴이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보면서 무언가 힘이 작용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이 지구의 인력임을 알아냈습니다. 맨유 인력의 법칙은 맨유의 우승 가능성을 비유하게 됩니다.
[사진=과연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가능할까요? (C) 맨유 공식 홈페이지(manutd.com)]
맨유는 박싱데이 기간 이전까지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에게 독주를 허용했습니다. 이때까지는 맨시티 천하가 계속 될 것 같았지만 박싱데이에 접어들면서 두 팀의 승점이 45점으로 같아졌습니다. 맨유는 지난해 12월 27일 위건전에서 5-0 대승을 거둔 반면에 맨시티는 같은 날 웨스트 브로미치 원정에서 0-0으로 비겼습니다. 12월 31일에는 맨유가 블랙번에게 2-3으로 패하면서 1위 경쟁이 어려울 것 같았지만, 1월 2일에는 맨시티도 선덜랜드에게 0-1로 패하면서 맨유에게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맨유 인력의 법칙이 또 입증된 셈입니다.
맨유 인력의 법칙은 첼시-아스널-리버풀 같은 또 다른 빅6 팀들에게도 적용됩니다. 세 팀은 맨유와의 승점 차이가 8~11점 됩니다. 첼시는 최근 5경기에서 1승3무1패로 부진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애스턴 빌라와의 홈 경기에서는 1-3으로 패하면서 스탬포드 브릿지에 강했던 이미지를 구겼습니다. 아스널은 지난달 27일 울버햄턴전 1-1 무승부, 3일 풀럼전 1-2 패배가 흠입니다. 최근 6경기에서 6골에 그친 빈약한 득점력까지 겹쳤습니다. 리버풀은 루이스 수아레스가 2번의 징계를 받으면서 총 9경기 출전할 수 없습니다.(아직 항소심 남았지만)
1월 첫째주 평일에 진행되는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의 최대 관심사는 맨유 인력의 법칙입니다. 만약 맨시티가 4일 리버풀 원정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맨유가 5일 뉴캐슬 원정에서 승점 3점을 획득하면 3라운드 연속으로 맨유 인력의 법칙이 성립됩니다. 그리고 맨유가 맨시티를 제치고 리그 단독 선두로 뛰어오르게 됩니다. 맨시티가 맨유를 추격하는 입장이 되어야 합니다. 오는 8일에는 두 팀이 FA컵 3라운드(64강)에서 격돌하지만 프리미어리그 경기는 아닙니다. 두 팀 모두 유로파리그를 병행하는 입장이라 FA컵에서 패하여도 크게 잃을 것 없습니다.
맨유 인력의 법칙이 통하려면 맨유의 오름세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 블랙번전 2-3 패배가 찜찜합니다. 전문 센터백 부재에 따른 마이클 캐릭의 수비수 전환으로 중원이 허약해졌고, 나니-웰백 같은 왼쪽 윙어로 출전했던 선수들의 기복이 심합니다.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부상 복귀 이후 컨디션이 저조한 것도 문제입니다. 웨인 루니가 자체 징계에서 복귀하겠지만 센터백들의 줄 부상 여파가 팀의 수비 불안으로 직결된 것은 분명합니다. 오는 5일 뉴캐슬 원정에서는 상대팀이 홈 구장에서 득점력이 떨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9경기 12골) 뉴캐슬은 한때 3위였으나 최근 7위로 추락했습니다. 맨유가 블랙번전 패배를 만회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반면 맨시티는 12월 초순까지 12승2무를 달렸지만 최근 5경기에서 2승1무2패로 부진합니다. 최근 2경기에서는 무득점 무승에 빠졌죠. 공격 지향적인 경기를 펼쳤음에도 상대팀 밀집 수비에 막혀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특히 에딘 제코는 선덜랜드전에서 슈팅 10개를 날렸음에도 단 1골도 넣지 못하는 미흡한 골 결정력을 일관했습니다. 4일에 상대할 리버풀은 리그 최소 실점 1위(19경기 15실점)팀 입니다. 그나마 맨시티는 올 시즌 홈 경기 9전9승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리버풀전은 리그 선두를 지키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맨유 인력의 법칙은 앞으로도 유효할지 모릅니다. 맨시티-첼시-아스널이 일부 주축 선수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차출을 수용해야 합니다. 맨시티는 야야 투레-콜로 투레, 첼시는 드록바, 아스널은 제르비뉴 공백을 안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맨시티는 야야 투레 공백이 만만치 않습니다. 야야 투레가 중원에서 활동 폭을 넓힌 것과 동시에 다양한 공격 전개를 취하면서 팀이 다비드 실바 의존도를 줄일 수 있었죠. 당분간 제임스 밀너의 중앙 미드필더 전환이 예상되지만 왼쪽 측면을 담당할 사미르 나스리의 폼이 올라오지 못한 것이 맨시티의 고민입니다.
3위를 기록중인 토트넘은 험난한 일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는 22일 맨시티전부터 3월 25일 첼시전까지 9경기 동안 강호와의 경기가 몰려있습니다. 맨시티-맨유-첼시-아스널-리버풀과의 경기가 몰려있습니다. 리버풀전과 아스널전 사이에는 뉴캐슬과 격돌합니다. 근래 프리미어리그의 강팀으로 인정받았지만 앞날 일정을 놓고 보면 맨유를 위협할 존재감까지는 아닙니다. 더욱이 토트넘은 맨유에 고질적으로 약한 팀이죠.
시즌 후반기에는 유로파리그가 맨유와 맨시티의 우승 희비를 엇갈리게 할 것입니다. 유로파리그 토너먼트는 32강부터 진행되기 때문에 UEFA 챔피언스리그보다 체력 소모가 심합니다. 맨체스터 두 팀이 유로파리그에 전념할지 의문입니다. 맨시티의 경우는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에서 대부분의 주축 선수를 활용하는 우승 의지를 나타냈고,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유럽 대항전에 약한 징크스를 놓고 보면 유로파리그에 대한 동기부여가 있습니다.
반면 맨유는 시즌 전반기부터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겹쳤던 여파가 지속될 경우 유로파리그에서 2진에 가까운 스쿼드를 활용할지 모릅니다. 유로파리그에서 일찍 탈락할수록 체력적으로 유리한 것은 분명합니다. 시즌 막판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올인할 수 있죠. 맨유 인력의 법칙은 최근 국내 유럽 축구 팬들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했지만, 만약 맨유가 우승하면 맨유 인력의 법칙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