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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넬카 상하이 이적, 첼시 리빌딩 시작했다

 

2008/09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달성했던 니콜라 아넬카(32)가 첼시를 떠나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선화에 정착했습니다. 상하이는 12일 오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넬카 영입을 공식 발표 했습니다. 홈페이지 메인에는 아넬카가 상하이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합성했으며 2년 계약을 덧붙였습니다. 상하이는 2011년 슈퍼리그 11위(11승4무15패)를 기록했으며 AFC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 본선에서 수원 블루윙즈에게 두번 모두 패했던 이력이 있습니다.

아넬카의 기량을 놓고 보면 상하이 이적이 아쉽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첼시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던 경험을 봐도 말입니다. 올 시즌 '이적생' 후안 마타, '임대 복귀' 다니엘 스터리지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던 것이 첼시를 떠났던 결정타가 됐습니다. 지난 9월 19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는 조커로서 상대팀의 수비 공간을 끈질기게 파고드는 경기력을 과시했지만 꾸준한 선발 출전을 원했던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차기 행선지로 중국을 선택한 이유는 엄청난 몸값(주급 20만 파운드 추정, 약 3억 5800만원)때문일지 모릅니다.

[사진=니콜라 아넬카 영입을 발표한 상하이 선화 공식 홈페이지 (C) shenhuafc.com.cn]

그런 아넬카의 중국 진출은 첼시가 빌라스-보아스 체제에서 리빌딩을 시작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아넬카와 더불어 첼시에 이적을 요청했던 수비수 알렉스가 팀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며, 디디에 드록바, 프랭크 램퍼드, 살로몬 칼루, 파울루 페헤이라, 조세 보싱와가 첼시와 결별할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불거졌습니다. 이들은 30대 중반에 접어들었거나 그동안 첼시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경기력을 보였던 선수들입니다. 첼시의 젊은 선수들이 지속적인 출전 시간을 부여받으려면 나이가 많거나 경기력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기회가 제약될 수 밖에 없습니다.

첼시는 최근 과도기에 빠졌습니다. 프리미어리그 5위에 머물렀으며(12월 12일 기준)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한때 16강 진출을 장담하기 힘들 정도로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팀의 영광과 함께했던 기존의 멤버들이 노쇠화에 빠지거나 출전 시간이 줄어들면서 젊은 선수들이 대체했지만, 영건들이 전체적으로 기복이 심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전진수비와 측면 중심의 공격을 강조하는 빌라스-보아스 감독의 전술이 정착하기에는 첼시 선수들 경기력이 어긋나는 경우가 빈번했습니다. 한때 빌라스-보아스 감독 경질설이 나돌았지만 루머였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방출 예상 선수를 모두 다른 팀에 넘길 수는 없는 일입니다. 드록바-램퍼드 같은 중심 선수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라이언 긱스처럼 노장으로서 구심점이 될 수 있습들입니다. 보싱와는 로테이션 멤버로서 활발하게 경기에 출전할 역량이 있죠. 빌라스-보아스 감독의 리빌딩 계획을 알 수 없지만 몇몇 잉여 전력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연말 박싱데이 및 내년 1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즈음에 첼시 영건들의 출전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에는 '에시엔 대체자' 오리올 로메우가 4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했습니다. 빌라스-보아스 감독이 팀 체질을 본격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첼시 리빌딩과 더불어 드록바-램퍼드 앞날 거취가 주목됩니다. 드록바는 지난 7일 챔피언스리그 32강 6차전 발렌시아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3:0 승리 및 16강 진출에 기여했습니다. 리빌딩 중심의 관점에서 놓고 보면 페르난도 토레스를 선발로 기용하는 것이 옳았지만 지난 10월 19일 겡크전 2골 이후 50여일 동안 골이 없었습니다. 첼시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토레스를 선발로 기용하기에는 무리수였죠.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탈락의 원인 이었습니다. 드록바가 빌라스-보아스 감독에게 선택을 받으면서 해결사 기질을 발휘했습니다. 토레스가 불안한 현 상황에서 드록바가 여전히 첼시 공격력에 필요합니다.

어쩌면 드록바보다는 토레스 입지가 불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월 프리미어리그 사상 최고 이적료(5000만 파운드, 약 896억원)를 기록하며 첼시에 입성했으나 먹튀로 전락한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가벼운 몸 상태를 나타냈으나 10월 중반 이후 득점포가 침묵을 지켰습니다. 여전히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드는 단순한 공격 패턴을 일관하면서 첼시 공격이 박스 안에서 세밀함을 키우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오히려 토레스보다는 드록바가 빌라스-보아스 감독 전술에 어울린다는 느낌입니다. 또한 토레스가 다양한 장점을 지닌 공격수로서 리버풀 시절 포스를 재현했다면 드록바 이적은 기정 사실이었을지 모릅니다.

램퍼드는 여전히 첼시 전력에 필요한 선수입니다. 과거에 비해 출전 시간이 줄었을지 몰라도 팀 내에서 '램퍼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1월 이적시장에서 램퍼드 대체자를 영입하더라도 그 선수가 첼시 공격을 지휘하며 팀에 성공적으로 적응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토레스 사례를 봐도 말입니다. 1월 이적시장을 통해 팀을 옮긴 선수는 새로운 팀에서 동료 선수와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한 단점이 있습니다. 여름 이적시장에 이어 1월에도 루카 모드리치(토트넘) 영입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램퍼드는 팀에 남을 것 같습니다. 다만, 아넬카는 마타-스터리지 측면 공격 콤비가 형성되면서 팀에서의 활용 가치가 떨어진 경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