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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울버햄턴전 기적 재현할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주중 FC바젤 원정 1:2 패배를 당하면서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에서 탈락했습니다. 경기 도중 부상으로 교체된 비디치는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 되면서 맨유의 앞날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최악의 분위기 속에서 맞이하는 11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울버햄턴전은 맨유에게 승리가 필요합니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리는 경기지만 지난 시즌 리그 첫패를 안겨줬던 팀이 바로 울버햄턴 이었습니다.

[사진=지난해 11월 7일 울버햄턴전에서 2골을 넣으며 맨유의 2:1 승리를 이끈 박지성 (C) 맨유 공식 홈페이지(manutd.com)]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맨유의 우세 입니다. 지난 시즌 울버햄턴과의 3경기에서 2승1패(칼링컵 포함)를 기록했으며, 울버햄턴은 올 시즌 리그 원정 7경기에서 1승1무5패(5골 13실점)에 그치면서 상대팀 홈 구장에서 골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맨유는 지난달 30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진행된 칼링컵 8강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연장 120분 혈투 끝에 1-2로 패했습니다. 홈에서 약체에게 덜미를 잡혔던 전적을 봐도 울버햄턴에게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챔피언스리그 32강 탈락 및 비디치 시즌 아웃이라는 심리적인 타격까지 겹쳤습니다.

맨유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격력입니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7경기 연속 1골에 그쳤습니다. 지겨운 1골 행진은 바젤 원정 1:2 패배로 이어지면서 골 부진을 쉽게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특히 루니는 프리미어리그 8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으며 애슐리 영-나니 같은 공격형 윙어들의 득점력이 저조합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 4일 애스턴 빌라전 도중에 왼쪽 발목 부상으로 전치 4주 진단을 받았고, 웰백-베르바토프는 부상에서 복귀했으나 실전 감각이 꾸준하지 못했던 단점이 있죠. 허약해진 공격력을 놓고 보면 울버햄턴전에서 다득점을 달성할지 의문입니다.

어려움에 빠진 맨유의 위기를 구할 아이콘은 박지성입니다. 맨유의 지난 시즌 울버햄턴전 3경기 6골 중에 3골이 박지성의 몫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27일 칼링컵 16강 울버햄턴전에서 후반 25분에 팀의 두번째 골이자 역전골을 넣으며 3:2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11월 7일에는 혼자서 두 골을 터뜨리며 2:1 승리를 이끄는 원맨쇼 기질을 발휘했습니다. 특히 후반 47분에는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 두 명을 제치고 왼발로 골을 가르며 결승골을 작렬했죠. 당시 2골을 넣었던 기적같은 활약은 2010/11시즌 8골을 넣는 득점력 향상의 결정타가 됐습니다. 그동안 골이 부족했던 아쉬움을 극복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박지성은 올 시즌 1골 4도움 기록했습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던 시간이 늘어나면서 골보다는 이타적인 활약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중앙에서 만족스런 경기를 펼쳤지만 맨유가 골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현 시점에서는 득점력이 요구됩니다. 팀이 힘들때 미쳐줘야 자신의 영향력을 강하게 행사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 8골 중에 3골을 울버햄턴전에서 꽂았던 경험을 놓고 봐도 이번 경기 활약상이 기대됩니다.

그런 박지성은 주중 바젤 원정에서 4-2-3-1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하면서 후반 36분 교체 될때까지 10.952km 뛰었습니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울버햄턴전에 출전할지 의문이지만, 맨유가 다음주 평일에 경기가 없다는 점에서 주축 선수들 대부분을 울버햄턴전에 가용할지 모릅니다. 특히 애슐리 영-나니가 동반 부진에 빠졌습니다. 애슐리 영은 직선적인 공격 패턴을 거듭한데다 부상 이후 볼 관리가 불안해지면서 상대 수비를 따돌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나니는 그동안 많은 경기에 뛰면서 볼 배급의 세밀함과 슈팅 정확도가 떨어졌습니다. 박지성-발렌시아 조합이 등장할 여지가 존재합니다.

중앙에서 공격적인 역할을 맡을 수도 있습니다. 루니는 무리한 경기 출전보다는 휴식이 절실합니다. 맨유가 웰백-베르바토프 투톱을 가동하기에는 두 선수가 최전방에서 꾸준히 호흡을 맞췄던 경험이 부족합니다. 원톱을 가동하면서 박지성을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베르바토프 원톱-박지성 공격형 미드필더' 체제는 실전에서 호흡이 맞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웰백도 원톱보다는 루니와 투톱으로 공존할 때 강한 인삼을 심어줬죠. 공격수 어느 누구도 믿음감을 심어주지 못한 만큼, 박지성의 공격적인 활약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또는 박지성이 직접 공격수로 뛸지 모릅니다. 지난해 11월 7일 울버햄턴전에서 역전골을 넣었을 때 투톱 공격수로 활약했습니다. 지난 4일 맨유-애스턴 빌라전에서는 에르난데스가 이른 시간에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나니가 루니와 함께 투톱을 맡았던 장면이 연출됐죠. 미드필더진에 가용할 인원이 넉넉하면서 박지성의 공격수 전환이 힘을 얻습니다. 루니가 경기에 뛰지 않을때 가능한 일입니다.

관건은 체력입니다. 11월 30일 칼링컵 8강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120분 뛰었고, 지난 8일 바젤 원정에서는 후반 36분 교체될 때 많은 이동거리를 나타내면서 체력 소모가 컸습니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2경기 연속 결장했지만 경기 내내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여러가지 역할을 병행하는 타입이라 로테이션 활용이 불가피 했습니다. 울버햄턴전에서는 풀타임 소화할지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맨유는 다음주 평일에 경기가 없기 때문에 울버햄턴전에서 무거운 분위기를 극복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리그 선두 맨체스터 시티를 따라잡으려면 울버햄턴전 승리가 필요하며 박지성의 시즌 2호골이 터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