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블루윙즈가 20일 6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을 1-0으로 제압했습니다. 전반 47분 염기훈이 아크 왼쪽에서 왼발로 올려준 프리킥을 하태균이 결승 헤딩골을 작렬하며 수원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습니다. 한 번의 세트 피스가 6강 승리의 결정타가 됐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부산 골키퍼 전상욱이 여러차례 선방을 과시하며 부산의 위기를 구했지만 끝내 염기훈의 프리킥이 웃었습니다. 수원은 23일 저녁 7시 30분 빅버드에서 울산과 준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합니다.
승리팀 수원은 부산을 상대로 6강 고지를 넘으면서 세 가지 이득을 얻었습니다. 첫째는 염기훈의 날카로운 왼발 킥력이 K리그 챔피언십에서도 통했습니다. 수원이 10월에 접어들면서 효율적인 공격 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했는데(상대팀 박스 안쪽을 파고드는 연계 플레이의 세밀함이 떨어짐), 챔피언십 단판 승부에서는 세트피스에서 골 기회를 노릴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염기훈이 6강 부산전에서 하태균 결승 헤딩골을 엮어냈고, 상대 수비 사이를 가르는 패스를 연결하는 공격력을 과시하며 수원의 에이스 기질을 과시했습니다. 지난 8월 24일 FA컵 4강 울산전에서 도움 해트트릭(2개가 프리킥)을 달성했던 기세를 23일 울산전에서 재현할지 주목됩니다.
둘째는 하태균이 스테보 공백을 '부분적으로' 해결했습니다. 경기 내용에서는 상대 수비에게 막혔던 시간이 많았지만 결정적 상황에서 '한 방'을 터뜨렸죠.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6골 넣었던 득점력을 봐도 '분발해야 더 잘하는' 공격수 였습니다. 다음 울산전에서는 곽태휘-이재성 같은 터프한 수비수들과 상대하지만 부산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던 자신감이 긍정적 영향을 끼칠지 모릅니다. 수원 입장에서도 원톱 고민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부산전 이전까지 스테보 대체자로 누구를 내세울지 고민했다면 이제는 하태균을 믿게 됐습니다.
셋째는 최성환이 기대 이상의 수비력을 과시했습니다. 전반 17분 부상으로 교체되었던 곽희주를 대신하여 경기에 출전하면서 파그너-임상협 같은 부산의 공격 옵션들을 끈질기게 따라 붙었습니다. 상대 공격을 차단하겠다는 투쟁심이 주변 동료 선수들에게 적잖은 힘이 됐습니다. 그동안 조급하게 경기를 풀어가면서 실수가 반복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부산전 같은 큰 경기에서는 예전과 달리 안정된 활약 이었습니다. 이제는 경험이 쌓이면서 지난해보다 성장한 것이 분명합니다. 울산전에서는 김신욱-설기현 같은 피지컬과 파워가 강한 빅맨들과 상대할텐데 부산전 맹활약으로 좋은 기운을 얻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하지만 수원의 부산전 경기 내용은 아쉬움이 컸습니다. 세트 피스 한 방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지만 역의 관점에서는 필드골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전반전에는 슈팅 10-3(유효 슈팅 7-2, 개) 코너킥 8-0(개) 점유율 59-41(%)로 앞선 파상 공세를 펼쳤지만 부산의 수비 저항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부산이 수비 위주의 팀 컬러임을 상기하면 수원 공격 옵션들이 빠른 볼 처리에 의한 정확한 패스를 활발히 연결했어야 합니다. 스테보가 빠졌던 만큼 선수들의 효율적인 볼 배급이 요구됐습니다. 현실은 중앙에서 공격 작업이 늦어지면서 롱볼을 날리거나, 전체적으로 패스 미스가 잦았습니다. 결국 수원이 노린 것은 세트 피스 였습니다.
수원은 후반 10분 이후에 3-4-3으로 전환했습니다. 부산이 중앙 미드필더 이성운을 빼고 공격수 양동현을 교체 투입하면서 3-4-3에서 4-4-2로 변경했죠. 미드필더를 맡았던 임상협-파그너-김창수가 수원 진영에서 적극적인 공격을 취하면서 수원의 포메이션 변화가 불가피했죠. 수비시에는 양상민-오장은 같은 윙백들이 센터백들과 5백을 형성하는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사실상 잠그기에 돌입하면서 수원 서포터즈 그랑블루에게 "공격해라 수원"이라는 구호를 들어야 했습니다. 수원이 수비 축구를 한 것은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은 과정이라고 보지만(수원팬들과 다른 생각 입니다.) 단 하나의 아쉬움이 짙었습니다.
수비 축구가 성공하려면 상대팀 허를 찌르는 공격 전개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상대팀에게 일방적으로 공격권을 내주지 않으려면 확실한 역습 전개가 수원에게 필요했습니다. 스테보 같은 빅맨이 없는 상황에서는 역습의 중요성이 크죠. 그래야 상대팀이 수비 부담을 느끼며 공수 밸런스가 무너질 위험에 처합니다. 지난 4월 15일 강원전, 7월 2일 포항전에서는 후반전에 수비 위주 경기를 펼쳤지만 역습 상황에서 골을 넣으며 승리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부산전에서는 역습이 잘 안풀렸습니다. 부산 미드필더와 수비수 사이의 간격이 벌어졌음에도 상대 수비를 농락하는 패싱력이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공격력 저하를 이겨내지 못했죠.
수원의 후반 10분 이후 경기 운영은 1-0을 지키겠다는 늬앙스가 짙었습니다. 만약 부산에게 골을 내줬다면 수원은 점점 어려운 경기를 펼쳤을지 모릅니다. 슈퍼조커가 마땅치 않은데다 부산에게 주도권을 내준 상황에서 경기 흐름을 반전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수원이 역습을 노리는 수비 축구를 했다면 부산에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23일 울산전을 염두한 전략이라 할지라도 1차적으로 부산의 기세를 완전히 꺾었어야 했습니다.
더 아쉬운 것은, 강원-포항전에 비하면 미드필더진 퀄리티가 좋습니다. 박현범을 영입했고, 이용래-오장은 공존 문제가 풀렸고, 염기훈이 그때보다 더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렸지만 6강 부산전에서는 선수들의 공격 전개가 전체적으로 둔화됐습니다. 체력 저하를 감안해도 11월 A매치 기간에 충분히 쉬었습니다. 팀은 패스 축구를 추구하지만 지금은 그런 면모가 보이지 않습니다. 부산전 한 경기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