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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클레버리 부상 장기화, 위기의 안데르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 같습니다. 톰 클래버리의 발목 부상이 악화되면서 크리스마스에 복귀할 것으로 보입니다. 40일 동안 결장하면서 맨유의 중원 운용이 타격을 받게 됐습니다. 전문 중앙 미드필더들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박지성, 웨인 루니의 중앙 미드필더 기용 빈도를 늘렸지만 단기적인 미봉책이었을 뿐이죠. 그런데 클레버리의 부상이 장기화되면서 맨유에서 지속적으로 믿고 활용할 중앙 미드필더가 사실상 없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박지성의 중앙 미드필더 출전 시간이 많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사진=안데르손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클레버리 부상은 안데르손에게 타격입니다. 올 시즌 초반에 좋은 경기력을 과시했던 이유는 클레버리와 능숙한 호흡을 과시하며 맨유 중원 안정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클레버리가 공수 양면에서 활동적으로 뛰면서 안데르손의 과감한 활약이 늘어났죠. 그러나 클레버리가 부상으로 신음하자마자 갑작스럽게 부진에 빠졌으며 지금도 마찬가지 입니다. 굳이 올 시즌이 아니더라도 맨유 데뷔 시기였던 2007/08시즌 이후 지금까지 성장이 둔화됐죠. 일시적으로 맹활약 펼쳤던 경기가 있었지만 그 기세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맨유에서 5시즌째 뛰었으나 '미완의 대기', '만년 유망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맨유가 최근 박지성-루니의 중앙 미드필더 기용을 늘린 것은 안데르손의 경기력을 믿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안데로슨은 지난달 23일 맨체스터 시티전 1-6 대패 이후 단 1경기만 출전했습니다. 유일하게 그라운드를 밟았던 지난 3일 오텔룰 갈라티전에서 79분 뛰었지만 불안정한 경기력을 거듭했습니다. 당시 국내 여론에서는 안데르손을 대신했던 박지성의 활약상을 높이 인정할 정도 였습니다.

물론 안데르손은 클레버리 부상 공백에 의해 여전한 출전 기회를 얻을 것입니다. 만약 안데르손이 분발하면 맨유의 중원 문제가 일시적으로 해결 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활약상을 놓고 보면 꾸준한 경기 흐름을 타지 못했습니다. 클레버리가 팀 전력에 제외된 시점에서 특별한 경기력 변화가 없다면 맨유에서의 앞날 입지가 힘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맨유의 취약 포지션 1순위는 중앙 미드필더이며, 이적시장에서 가장 영입히 필요한 곳이 중원인 것은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죠.

특히 박지성의 중앙 미드필더 전환은 안데르손의 영향력이 단단히 좁아진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박지성은 공간을 폭 넓게 움직이며 상대 수비를 다른 방향으로 끌어내는 플레이에 강합니다. 무난한 볼 배급, 상대 밀집 수비를 무너뜨리는 공간 침투, 강팀에 강한 경험이 중원에서 빛을 발했죠. 반면 안데르손은 패스의 강약 조절과 정확성이 떨어지며 최근에는 볼 컨트롤이 불안합니다. 박지성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활동량이 많지만 때때로 오버 페이스를 하면서 힘에 부치는 활약상을 보였습니다. 그 약점이 상대 수비의 기세를 올리게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맨유의 최근 4경기에서 박지성과 안데르손이 함께 뛰었던 시간은 없었습니다.

특히 대런 플래처의 6일 선덜랜드전 맹활약이 심상치 않습니다. 패스 정확도 95.1%(59/62개)를 나타낼 정도로 너른 시야와 활발한 볼 배급, 전방 선수들의 공격력을 끊임없이 도와주는 면모를 되찾았습니다. 당시의 앵커맨 기질은 안데르손과 겹칩니다. 플래처도 안데르손처럼 꾸준함이 부족했지만 오랫동안 부상 및 컨디션 저하로 힘든 시간을 보냈을 뿐입니다. 반면 안데르손은 컨디션이 좋았을때도 패스 템포 조절이 미숙했던 아쉬움을 지우지 못했죠. 항상 부진했던 것은 아니지만 2007/08시즌 이후의 성과가 미미한 것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의 안데르손을 놓고 보면 '맨유의 미래와 함께할 가치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듭니다. 2007년 여름 올드 트래포드 입성 당시 1800만 파운드(약 324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할 정도로 맨유의 관심 어린 기대를 받았지만 아쉽게도 포텐이 터지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는 1988년생 유망주라는 매리트가 있었지만 이제는 20대 중반에 접어 들었습니다. 자신보다 한 살 많은 루카스 레이바가 리버풀의 핵심 전력으로 성장한 것, 루카스와 동갑인 하미레스가 두 시즌 연속 첼시의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한 것을 떠올리면 안데르손의 느린 성장이 눈에 띱니다. 루카스, 하미레스는 안데르손과 똑같은 브라질 국적의 중앙 미드필더 입니다.

그렇다고 안데르손이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맨유를 떠날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앙 미드필더 이탈 인원이 여럿 있습니다. 안데르손이 지금까지의 부진을 만회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변화해야만 그동안 아쉬웠던 활약상을 만회하고 맨유의 미래를 이끌어갈 적임자로 선택 받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클레버리의 부상 장기화는 출전 횟수가 다시 늘어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지성과 루니는 측면과 최전방에 필요한 선수들이었죠. 맨유가 맨체스터 시티를 제치고 프리미어리그 1위로 도약하려면 안데르손의 각성은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