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비트' 윤빛가람(21, 경남)의 유럽 진출설은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앞날의 거취가 주목되는 것과 더불어 2012시즌 경남 잔류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윤빛가람이 유럽에 진출하면 한국 축구의 인지도 향상을 기여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윤빛가람의 존재감은 경남의 2012년 성적을 좌우할지 모릅니다. 내년에 성적이 안좋은 팀이 2013년 출범하는 K리그 2부리그에 강등된다는 점에서 경남이 에이스의 유럽 진출을 쉽게 승낙할 상황은 아닌 듯 싶습니다.
여론에서는 '과연 윤빛가람이 유럽의 어느 팀으로 이적할까?', '유럽에서 통할까?'를 주목합니다. 윤빛가람은 2012년 1월 또는 여름 이적시장과 그 이후를 통해 유럽으로 떠날 잠재력이 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로서 수비력이 취약한 단점을 앞으로 K리그에서 보완할 필요성이 있지만 기성용의 경우는 셀틱에서의 고진감래 끝에 수비력 향상에 성공했습니다. 수비력이 유럽 진출을 결정지을 키 포인트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남이 윤빛가람을 유럽에 진출시킬 여건이 마땅치 않습니다. 승강제 도입이 경남 같은 도민구단(+시민구단)에게 부담스런 존재입니다. 자칫 강등되면 스폰서 계약에 어려움을 느낄지 모릅니다.
만약 윤빛가람의 유럽 진출 시기가 빨라지면 경남은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습니다. 윤일록이라는 차기 에이스를 보유했지만 윤빛가람이 두 시즌 동안 에이스로 군림했던 영향력을 무시 못하죠. 경남이 K리그 잔류를 보장받으려면 팀의 전력적인 장점이 풍부해야 합니다. 윤일록 성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더구나 윤일록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세대입니다. 윤빛가람도 같은 범주에 포함되면서 경남의 내년 전망은 안갯속입니다. 우수한 선수를 여럿 영입할 필요성이 있지만 도민구단으로서 스쿼드를 보강할 여력이 마땅치 않습니다. 지금까지 브라질 선수 효과로 재미를 봤으나, 이제는 브라질 선수들의 몸값이 뛰어오르면서 외국인 선수 영입 작업이 순조로울지 의문입니다.
경남은 K리그에서 꾸준히 중위권을 달렸습니다. 최근 5시즌 동안 K리그에서 4위-8위-7위-6위-8위를 기록했습니다. 2007년과 2010년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달성했으며 2008년에는 FA컵 준우승을 획득했습니다. 도민-시민 구단 중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팀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지만 2012년 K리그 스플릿 시스템을 통해 상위 8팀을 보장받을지 의문입니다. 윤빛가람의 이적 시기가 빨라지면 2012년 전반기에 에이스 공백을 극복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잘 안풀리면 시즌 후반기 하위 8팀과의 강등 싸움이 불가피 합니다. 윤빛가람이라는 확실한 스타 플레이어가 있다면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 경남은 2011시즌 제주의 행보를 주목해야 합니다. 제주가 지난해 K리그 준우승을 달성했으나 올해 9위 추락 및 AFC 챔피언스리그 32강에서 탈락했던 결정적 원인은 구자철 공백 이었습니다. 구자철이 독일 볼프스부르크로 떠나자 허리에서 공격을 풀어줄 적임자가 마땅치 못했고 김은중까지 부진에 빠졌습니다. 시즌 중반에는 박현범마저 수원으로 이적하면서 지난해 준우승을 이끈 더블 볼란치를 잃었습니다. 제주가 기업구단 치고는 재정이 풍부한 클럽은 아니기 때문에 구자철-박현범 공백을 메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제주의 사례를 놓고 보면 경남이 윤빛가람 공백을 대비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윤빛가람의 이적을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 축구가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수한 축구 인재들이 유럽 무대에서 성공해야 합니다. 기량이 뛰어난 젊은 선수의 유럽 진출은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입니다. 그런데 윤빛가람은 도민구단에 소속된 선수입니다. 기업구단이라면 선수 인건비에 많은 돈을 투자하며 주력 선수 공백을 메울 수 있지만 도민-시민 구단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제는 K리그 승강제를 대비해야 합니다. K리그 구단이 특정 선수의 유럽 진출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상기하면, 만약 경남이 윤빛가람 유럽 진출을 만류해도 여론이 따가운 눈총을 보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는 윤빛가람의 이적이 경남에게 이득을 안겨줄지 모릅니다. 윤빛가람이 다른 팀으로 떠나면 경남이 이적료를 얻을 수 있죠. 윤빛가람의 정확한 계약 기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K리그 드래프트 1~3순위의 계약 기간은 3~5년 입니다.(윤빛가람은 2010시즌 드래프트 2순위) 경남이 재정을 확충하려면 윤빛가람을 다른 팀에 보낼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문제는 전력 약화를 고민해야 하는 양면성을 띄고 있습니다. K리그가 승강제를 도입하면서 경남 같은 도민-시민 구단들의 고민이 깊어졌죠.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경남이 전력을 보강할 시간이 풍부합니다. K리그의 2011시즌은 끝나지 않았지만 경남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면서 상위권 팀들보다 2012시즌을 준비할 시간이 많습니다. 저 비용-고 효율 선수를 물색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넉넉합니다. 윤빛가람 존재감에 개의치 않는 스쿼드 확충이 필요하죠. 그리고 윤빛가람-이용래-김주영-김인한-서상민-윤일록 등에 이르기까지 젊은 선수들을 집중 발굴했던 저력은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 할 것입니다. 팀의 내실을 튼튼하게 키울수록 경남의 미래는 어떠한 위기 속에서도 끄떡없이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