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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vs에버턴, 박지성은 꾸준함의 대명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23일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전 1-6 대패는 충격적인 결과 였습니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지역 라이벌 팀에게 대량 실점으로 패한 것은 맨유팬 어느 누구도 납득하기 힘들었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축구 인생 최악의 날'이라고 안타깝게 생각했을 정도였죠.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맨시티전 패배 분위기를 추스리기 위해 29일 에버턴전에서 포메이션과 선발 스쿼드에 변화를 줬습니다. 그 중심이 박지성 이었습니다.

[사진=박지성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박지성이 속한 맨유는 29일 저녁 8시(이하 한국시간) 구디슨 파크에서 진행된 2011/1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에버턴 원정에서 1-0으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19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파트리스 에브라의 왼쪽 크로스를 골문 근처에서 왼발로 밀어냈습니다. 이 골로 맨유는 리그 2위(7승2무1패, 승점 23)를 그대로 지켰습니다. 풀타임 출전했던 박지성은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로 부터 "중앙에서 꾸준히 위협적이었고, 맨유 경기에서 더 많은 선발 출전을 할 수 있다(A consistent threat in the centre, he should be starting far more games for united)는 코멘트와 함께 평점 7점을 기록했습니다.

'경기력 저조' 맨유, 그나마 박지성이 잘 지탱했다

맨유는 에버턴 원정에서 4-1-4-1로 나섰습니다. 데 헤아가 골키퍼, 에브라-에반스-비디치-존스가 수비수, 플래처가 수비형 미드필더, 웰백-루니-클레버리-박지성이 2선 미드필더, 에르난데스가 원톱으로 출전했습니다. 지금까지 4-4-2를 활용했지만 고질적인 중원 약점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루니를 중원으로 내렸습니다. 에버턴은 4-2-3-1로 맞섰습니다. 하워드가 골키퍼, 베인스-헤이팅아-자기엘카-히버트가 수비수, 로드웰-펠라이니가 더블 볼란치, 빌야레티노프-오스만-콜먼이 2선 미드필더, 사아가 원톱을 맡았습니다.

이날 맨유의 경기력은 전반 25분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경기 초반 공격 전개는 FC 바르셀로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삼각패스라든가 원터치패스가 물흐르듯 연결됐습니다. 빠른 패스 타이밍까지 더해지면서 상대 수비 조직을 무너뜨리는 과정이 손쉬웠습니다. 4-1-4-1 변화에 의해 중원에서 패스 과정에 참여하는 인원이 많아지면서, 짧고 간결하면서 날카로운 패스 게임이 유기적으로 진행됐습니다. 특히 박지성이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는 동선을 취하면서 팀의 볼 전개에 부지런히 참여했습니다. 또한 전반 1분에는 골대 중앙에서 웰백의 패스를 받아 슈팅한 것이 하워드 선방에 막혔고, 5분에는 에버턴 중원 사이를 파고드는 단독 돌파를 시도하면서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움직임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맨유는 전반 25분이 경과한 이후부터 에버턴에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상대팀에게 공격권을 내주면 여지없이 슈팅을 허용했습니다. 팀의 무게 중심이 공격쪽에 쏠리면서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이 벌어졌고 에버턴이 그 틈을 타면서 포어체킹을 강화했습니다. 특히 플래처는 수비시의 포지셔닝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에버턴 패스 줄기를 내주는 빌미를 제공했죠. 루니의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은 기대 이상의 효과가 있었지만, 중원 멤버가 급조되었기 때문인지 전체적인 커버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전반 30분 점유율에서 57-43(%)로 앞섰지만 에버턴에게 연이어 공격 기회를 허용하며 전반 종료 후 48-52(%)로 밀렸습니다. 경기 종료 후에도 48-52(%) 수치는 변하지 않았죠.

[사진=에버턴전 1-0 승리를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맨유가 에버턴전에서 1-0으로 승리했지만 경기 내용이 아쉬웠습니다. 에버턴 원정이 어려웠다고 할지라도(지난 3시즌 동안 에버턴 원정 전적 2무1패) 승점 3점을 확실하게 보장받으려면 1-0 이후 추가골이 필요했습니다. 오히려 에버턴에게 경기 주도권을 내주는 불안함을 지우지 못했죠. 특히 중원 문제는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루니의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은 좋은 시도였지만, 플래처가 수비적으로 버텨주지 못하면서 중원 뒷 공간이 상대 선수들에게 계속 뚫리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플레이메이커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수비 성향이 짙은 중앙 미드필더 영입이 시급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맨유가 승리했던 이유는 박지성이 맨유 전력을 잘 지탱했기 때문입니다. 박지성은 에버턴전에서 4가지 역할을 성공적으로 실행했습니다. 첫째는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팀의 짧은 패스에 관여했고, 둘째는 측면에서 에르난데스 주변 공간쪽으로 달려들며 침투패스 받을 공간을 찾아다녔고, 셋째는 오른쪽 윙어로서 베인스를 봉쇄했고, 넷째는 에버턴 수비수-미드필더를 앞쪽으로 끌고 다니면서 빈 공간을 창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부지런한 움직임과 넓은 활동 폭이 동반되면서 많은 임무를 도맡았죠. 맨유의 경기력은 전반 중반부터 페이스가 떨어졌지만 박지성의 폼은 경기 내내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꾸준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죠.

후반 11분에는 클레버리가 부상으로 교체되고 나니가 투입하면서 박지성이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했습니다. 가운데쪽으로 이동하면서 베인스의 경기력이 살아났습니다. 반면 에버턴이 중앙에서 박지성을 비롯한 맨유 선수들의 압박을 받으면서 공격 전개가 잘 안풀렸습니다. 박지성이 오른쪽 윙어로 뛸때는 베인스가 막히면서 펠라이니의 공격 관여가 많았는데, 박지성이 중앙 미드필더로 나설때는 베인스의 폼이 살아나면서 펠라이니의 효율적인 공격 전개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중앙의 박지성을 공략하지 못했던 에버턴은 후방에서 롱볼을 띄우거나, 측면을 거치면서 중앙으로 돌아오는 공격을 시도했지만 슈팅이 골대 바깥으로 자주 떴습니다.

박지성의 전반 26분 태클은 자신의 에버턴전 최고의 장면 이었습니다. 하프라인을 돌파할 때 헤이팅아 태클에 의해 볼을 빼앗겼지만, 로드웰이 헤이팅아가 태클로 걷어낸 볼을 받아 앞쪽으로 움직였을 때 박지성이 뒤에서 빠르게 달려가 태클로 저지했습니다. 이때 로드웰은 존스의 다리를 걸으며 주심에게 경고를 받았죠. 상대팀 선수에게 볼을 빼앗겼으나 그것을 다시 되찾았던 박지성의 '지지않는 근성'이 인상 깊었습니다. 최근 국내 축구팬들에 의해 경기력 지적을 받는 몇몇 맨유 선수들이 배워야 할 장면입니다. 맨유 미드필더 중에서 가장 헌신적이었고, 공격과 수비에 걸쳐 다양한 역할을 선보였고, 많이 움직였던 선수는 박지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쉬운 것은, 박지성이 빈 공간을 넓게 움직이면서 패스 활로를 개척할 때 주변 동료 선수들의 시야가 좁았고 패스가 부정확 했습니다. 웰백-클레버리는 박지성이 원터치로 밀어준 패스를 받지 못하면서 공격권을 지키지 못했던 아쉬움을 남겼죠. 에르난데스는 자신의 주변에 박지성이 있었음에도 연계 플레이 감각이 무뎠습니다. 이타적인 공격 능력이 발달되지 않은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루니가 공격수였다면 자신의 앞쪽에서 전진패스를 받아줄 박지성 움직임을 눈치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루니는 에버턴전에서 어쩔 수 없이 미드필더로 뛰어야 하는 현실이었죠.

퍼거슨 감독은 맨시티전 1-6 참패를 극복하기 위해 에버턴전에서 4-1-4-1이라는 평소와 다른 포메이션을 활용했습니다. 경기 내용이 다소 좋지 못했지만 원정에서의 승점 3점 획득은 의미가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박지성을 맨시티전 이후 2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 시켰습니다.(주중 칼링컵 포함) 맨유의 위기 극복 카드로 박지성을 활용한 것이죠. 맨시티전 패인이 박지성 결장이었음을 스스로 시인한 꼴입니다. 그동안 맨유에서 항상 일관된 페이스를 유지하며 팀을 위해 헌신했던 박지성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인정했습니다. 박지성은 '꾸준함의 대명사'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