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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제는 '전북의 이동국'을 응원합시다

 

'사자왕' 이동국(32, 전북)의 대표팀 제외는 예견된 수순입니다. 10월 대표팀 2경기에서 맹활약 펼치지 못했습니다. A매치가 취소된 7일 폴란드전에서는 최전방에 고립되면서 전반 종료 후 교체되었고, 11일 아랍에미리트 연합(UAE)전은 조커로서 열심히 뛰었지만 전북 포스를 발휘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지난 몇년 동안 A매치에 출전할 때 조커로서 한 방을 과시했던 경험이 드문 만큼 어느 팀에서든 선발 출전이 어울렸습니다. 그가 조광래호에서 경쟁해야 할 대상자는 박주영-지동원 같은 후배들입니다.

그러나 이동국이 폴란드-UAE전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내막은 이미 많은 축구팬들이 충분히 인지하리라 생각합니다. 효리사랑 블로그에서 지난 8일 <조광래 감독의 이동국 실험, 왜 실패했나?>라는 글을 게재했고, 축구 전문가들의 관련 의견들을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었죠. 많은 팬들도 이동국을 향한 견해를 적극적으로 밝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를 요약하면, '전북의 이동국은 대표팀 이동국과 달랐다', '이동국 대표팀 부진은 선수 개인보다는 2선 미드필더들의 문제', '조광래 감독 전술과 안맞는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사진=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 메인에 등장한 이동국 (C) fifa.com]

사실, 이동국은 왼쪽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북에서도 휴식을 취하고 있죠. 조광래 감독에 의해 대표팀에 발탁되기에는 상식적으로 무리입니다. 그러나 여론에서는 이동국 부상보다는 '이동국 대표팀 제외'라는 키워드가 많은 주목을 받았죠. 그것도 손흥민과 함께 말입니다. 여론도 '이동국이 조광래 감독과 궁합이 안맞다'는 눈치를 챘을 겁니다. 대표팀에 다시 합류한다는 보장은 없죠. 굳이 부상 때문은 아니라도 폴란드-UAE전 활약상을 보면 대표팀 제외가 유력했죠. 정확히는 대표팀이 이동국 장점을 팀 전술에 최대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이동국은 본인 스스로 전북에 전념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맞는 생각입니다. 내년이면 33세이며 2014년까지 전북-대표팀을 꾸준히 병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전북은 2012년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했고 대표팀은 앞으로도 여러차례 해외 원정을 치를 것입니다. 과거에 혹사로 힘든 나날을 보냈던 사자왕이 지칠지 모릅니다. '축구팬 입장이지만' 옛날의 상처가 여전히 아련하게 느껴지죠. 이동국이 대표팀보다는 전북에 깊은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합니다. 2008년에 두 번이나 소속팀에서 방출된 자신에게 생애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했던 고마운 존재가 전북과 최강희 감독 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동국의 월드컵 기회가 끝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출전은 약 2년 뒤에 고민할 일입니다. 그때쯤 이동국이 지금의 포스를 이어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들이 '대표팀 이동국'을 기대하고 싶다면 그가 전북에 전념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렇다고 대표팀 은퇴를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브라질 월드컵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지금은 이동국이 꾸준히 자기 폼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뿐입니다. 이동국 대표팀 복귀 시점을 짐작하는 것은 너무 앞서간 생각입니다.

어쩌면 이동국이 전북에 전념하겠다는 의사는, 아마도 일부 여론에서 태극 마크의 가치를 운운하며 아쉬운 시선을 바라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손흥민 차출 논란이 떠오르는 이유죠. 그런데 한국의 톱클래스 선수들에게 태극 마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에는 '선수 보호'가 더 우선되어야 합니다. 한국의 재능있는 유망주들이 연령별 대표팀 차출에 따른 혹사 논란이 불거진 본질은 선수 보호 였습니다. 손흥민은 조광래 감독이 키우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대표팀에 합류하지만 이동국은 그렇지 않죠.

다르게 생각하면, '전북의 이동국'이 우리 시대 위대한 공격수임을 입증할 최고의 기회를 맞이 했습니다. 다음주 토요일에 다가올 2011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그 후에 개최되는 K리그 챔피언결정전이 타겟입니다. K리그와 아시아를 동시에 제패한 국내 클럽이 지난 몇년간 없었던 만큼, 전북은 구단 역사상 가장 화려한 업적을 달성하기를 바랄 것이며 이동국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이동국은 대표팀에서 제외됐지만 두 대회 파이널 무대에서 2011년을 열심히 달려왔던 보람을 성취하기 위한 명분을 얻었습니다. 11월 A매치 데이때는 클럽팀 경기가 진행되지 않지만 올 시즌 많은 경기를 뛰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했죠. 지금은 휴식이 좋습니다.

그런 이동국을 몇몇 사람들이 '국내용', 'K리그용'이라고 비하할지 몰라도 전북에게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K리그 챔피언결정전은 매우 중요합니다. 2011년 '닥공(닥치고 공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시즌 내내 힘차게 달려왔던 성과를 보상받을 시기입니다. 한 해 농사가 달려있는 셈입니다. 만약 우승에 실패하면 K리그 입장에서 다소 허무합니다. 2011년 전북 축구는 K리그 역사에 남을 자취를 남겼지만 우승이라는 성과가 없다면 머쓱해지죠. K리그의 스토리가 풍성하려면 유럽 명문 클럽에 뒤지지 않는 역사가 필요하며 '최강의 팀'이 회자될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 6~7년 전과 비교하면 K리그, AFC 챔피언스리그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졌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클럽 월드컵이 정착되면서 이제는 K리그가 세계 축구와 싸우게 됐습니다. 누군가 '그들만의 K리그'라고 비웃기에는 K리그가 최근 국제 대회에서 이루어낸 성과가 다방면으로 눈부십니다. 만약 전북이 K리그-AFC 챔피언스리그 동시 우승하면 한국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연말은 아니지만 2011년 한국 축구 최고의 업적이 되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먼 훗날에는 축구팬들이 전북의 2011년 우승을 회상하며 '봉동 청년이장'을 떠올리겠죠.

이동국은 대표팀에서 제외되었지만 전북을 통해서 K리그와 한국 축구의 저력을 국제 무대에서 알릴 수 있습니다. 지금의 대표팀은 어쩔 수 없지만 전북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전북의 공격 전술이 자신에게 맞춰있으면서 훌륭한 공격 옵션들과 끊임없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만약 전북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고 클럽 월드컵에 참가하면, 이동국이 최절정의 경기력으로 국제 무대에 도전하는 대회는 클럽 월드컵이 될 것입니다. 우리들은 이동국의 대표팀 제외에 연연할 필요 없습니다. 그저 앞으로 잘 되기를 바랄 뿐이죠. 이제는 '전북의 이동국'을 응원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