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선생' 박주영(26, 아스널)은 26일 칼링컵 16강 볼턴전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습니다. <BBC><스카이스포츠><더 선> 같은 잉글랜드 언론들의 찬사를 받을 정도로 자신의 강렬한 존재감을 현지에 심어줬습니다. 당시 경기를 통해 마루앙 샤막과의 백업 공격수 경쟁에서 유리한 발판을 얻었고, 이제는 '아스널 에이스' 로빈 판 페르시와의 새로운 경쟁 또는 공존 여부가 기대됩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박주영은 아직 프리미어리그에 모습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아스널의 이번 주말 상대는 '런던 라이벌' 첼시 입니다. 29일 저녁 8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첼시 원정에 나섭니다. 첼시는 3위, 아스널은 7위로서 승점 3점을 목표로 치열한 혈투를 벌일 예정이며 지구촌 축구팬들의 깊은 관심이 예상됩니다. 특히 아스널은 첼시에 약합니다. 지난해 12월 28일 첼시와의 홈 경기에서 3-1로 이겼지만 그 이전 5경기에서는 모두 패했습니다. 첼시가 2000년대 중반부터 스탬포드 브릿지에 강했던 면모를 고려하면 아스널의 승리 전망이 불투명합니다.
[사진=박주영 (C)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arsenal.com)]
그런 아스널이 한동안 첼시에 약했던 원인은 파워넘치는 첼시의 수비를 넘지 못했습니다. 힘 싸움에서 밀리면서 거너스 특유의 아기자기한 공격 전개 완성도가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일부 공격 옵션은 첼시 선수들의 끈질긴 견제를 이겨내지 못했죠. 지난해 12월 28일 첼시전 3-1 승리의 경우 상대팀의 미드필더 압박이 느슨했습니다. 당시 첼시 주축 선수들이 체력 저하에 시달리면서 전체적으로 폼이 떨어졌죠. 그래서 윌셔-파브레가스-송 빌롱 같은 공격형-수비형 미드필더들의 볼 배급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첼시가 고전했습니다.
아스널은 지난해 10월 4일 첼시 원정 0-2 완패를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경기 내용에서는 첼시보다는 아스널이 근소한 우세를 나타냈습니다. 슈팅에서 16-17(개)로 밀렸지만 점유율 52-48(%), 패스 393-349(패스 성공 338-285, 개)로 앞서면서 첼시보다 공격 기회가 조금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골이 없었던 것은 샤막이 부진했습니다. 첼시 센터백 테리-알렉스와의 힘 싸움에서 밀리면서 볼 터치가 불안했던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 여파는 아스널 공격이 끊어지는 문제점을 초래했고 골 결정력 불안까지 겹치면서 팀 패배를 막지 못했죠. 당시 판 페르시 부상 공백을 메우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아스널의 지난 시즌 첼시전 2경기는 '공격수가 중요하다'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미드필더가 공격을 풀어가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공격수의 활약이 중요합니다. 지난해 10월 4일 첼시전 패배는 샤막이 버텨주지 못했고, 12월 28일 첼시전 승리는 판 페르시가 평소에 호흡이 잘 맞았던 파브레가스와 동반 선발 출전했습니다. 당시 판 페르시는 부상 복귀 이후 한동안 폼이 저조했지만, 파브레가스도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함께 라이벌전에 임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첼시전은 다른 양상일지 모릅니다. 판 페르시는 첼시에게 집중 견제를 당할지 모릅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9경기에서 7골을 넣으며 성적 부진에 빠진 팀을 지탱했지만 첼시에게는 봉쇄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아스널을 홈으로 불러들일 첼시는 홀딩맨을 밑으로 내리면서 판 페르시에게 공급되는 패스 활로를 차단하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또한 아스널은 파브레가스의 FC 바르셀로나 이적, 잭 윌셔 부상 공백을 이적생 영입-영건 중용으로 메웠습니다. 하지만 미드필더들의 호흡은 전체적으로 엉성합니다. 최근에는 약팀들과 상대하면서 살아날 기미가 보였지만 이번에는 첼시와 상대하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아스널-첼시의 라이벌전이 어떤 흐름으로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아르센 벵거 감독은 틀림없이 공격 옵션을 조커로 기용할 것입니다. 판 페르시 중심의 공격력으로 첼시와 겨루기에는 상대팀 전력이 강합니다. 조커 기용을 통해서 새로운 무기를 꺼내들 필요가 있죠. 현재로서는 박주영이 유력합니다. 칼링컵 16강 볼턴전에서 골을 넣으면서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포지셔닝을 벵거 감독은 똑똑히 기억할 것입니다. 첼시 수비가 만만치는 않겠지만 박주영은 국제 경기 경험이 풍부한 선수입니다. 샤막보다 움직임이 많은데다 볼을 다루는 능력까지 발달됐죠.
박주영의 또 다른 장점은 볼턴전을 통해서 안드리 아르샤빈과 최상의 호흡을 자랑했습니다. 아르샤빈이 전반전에는 부진했지만 후반 초반부터 상대 진영에서 볼에 관여하는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박주영이 그의 패스 동선을 읽었습니다. 그 결과는 역전 결승골로 이어졌죠. 또한 박주영도 아르샤빈에게 정확한 패스를 밀어주면서 상대 수비를 곤혹스럽게 했습니다. 판 페르시에게 파브레가스가 있었듯, 박주영의 새로운 도우미는 아르샤빈이 아닐까 싶습니다. AS모나코에서 성공했던 것도 알레한드로 알론소라는 도우미의 존재감을 빼놓을 수 없죠. 다만, 아스널이 측면 미드필더에 제르비뉴-월컷을 배치하면 아르샤빈은 선발에서 제외 될 것입니다.
어쨌든 박주영은 첼시전에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 볼턴전을 통해서 첼시 원정에 필요한 선수임을 각인 시켰습니다. 판 페르시가 부진하거나 아스널이 공격적인 승부수를 띄우면 9번 공격수가 투입될지 모릅니다. 그런 박주영은 두달 전 아스널 입단 당시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북런던에 입성했지만 아직까지는 칼링컵 2경기를 소화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출전이 불발되면서 팀 내 입지를 놓고 국내 여론의 안좋은 반응에 직면했지만 볼턴전에서 아스널 데뷔골을 넣으면서 자신을 향한 우려를 불식시켰죠. 이제는 첼시전에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르며 팀 승리를 공헌할지 기대됩니다. 많은 사람들의 좋은 기억으로 남을 데뷔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