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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역시 맨유 중원은 박지성이 있어야 제맛

 

'산소탱크' 박지성(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시즌 4번째 도움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박지성은 26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EBB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1/12시즌 잉글리시 칼링컵 16강 올더숏(4부리그)전에서 전반 15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선제 결승골을 도왔습니다. 맨유는 전반 41분 마이클 오언, 후반 3분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골을 추가하며 8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3일전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에게 1-6으로 패했을때의 선발 11명 전원이 결장했음에도 칼링컵에서 승리했습니다.

[사진=박지성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가장 주목할 것은, 박지성이 톰 클레버리와 함께 4-4-2 중앙 미드필더를 맡았습니다. 한달 전 칼링컵 32강 리즈 유나이티드 원정에서는 라이언 긱스와 중원을 책임지면서 포지션 변화에 어색함 없는 활약을 펼쳤는데, 올더숏전에서는 클레버리와 호흡을 맞췄습니다. 맨유가 시즌 초반에 무르익었던 경기 감각이 깨졌던 대표적 원인이 클레버리의 부상 이었습니다. 클레버리가 팀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안데르손이 다시 부진에 빠졌고, 플래처-캐릭이 좀처럼 경기력을 되찾지 못하면서 맨유의 위기를 초래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기가 맨시티전 1-6 참패였죠.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1위를 되찾기 위해서 클레버리의 출전 빈도를 늘릴 겁니다.

박지성이 도움을 기록했던 전반 15분 베르바토프의 골 장면은 퍼거슨 감독이 박수를 쳤습니다. 이른 시간에 골이 터진것이 반가웠지만 실질적으로는 박지성이 연출한 골 장면 이었습니다. 왼쪽 측면에서 클레버리와 2:1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박스 안으로 접근한 뒤, 베르바토프에게 패스를 밀어준 것이 선제골 발판이 됐습니다. 박지성과 클레버리의 공존이 가능함을, 그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호흡이 안맞았던 박지성과 베르바토프가 골 장면을 합작한 것이 아마도 퍼거슨 감독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전해주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특히 박지성-클레버리 조합의 완성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1도움을 기록한 박지성은 경기 초반부터 클레버리에게 정확한 전진패스를 찔러주면서 끊임없이 호흡을 맞췄습니다. 박지성에게 볼을 받을때의 클레버리 위치선정까지 매끄러웠죠. 패스를 내주는 선수의 플레이도 중요하지만 받는 선수의 동작이 민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맨유가 최근에 프리미어리그에서 선보였던 안데르손-플래처(캐릭) 조합보다 호흡이 잘 맞고 탄력적인 공격 운영을 펼쳤습니다. 두 선수 모두 부지런하고 활동 폭이 넓기 때문에 공수에서의 상호 작용이 발달 됐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안데르손-클레버리 조합이 그런 면모에서 플러스를 얻었지만, 안데르손 보다는 박지성이 축구를 더 잘합니다. 박지성 맹활약이 맨유 입장에서 반가운 것은 굳이 안데르손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박지성은 올더숏전에서 폴 스콜스(은퇴)의 역할을 선보였습니다. 스콜스가 한창 젊을때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우수한 축구 재능을 과시했지만, 2006/07시즌 캐릭이 올드 트래포드에 가세할 무렵에는 포백 앞에서 양질의 볼을 배급하며 공격을 풀어갔습니다. 올더숏전 만큼은 박지성이 미드필더진에서 가장 밑으로 내려오면서 여러 유형의 패스를 공급하거나, 또는 중앙 수비수 지역으로 내려가면서 동료 선수에게 횡패스를 연결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경기 내내 패스에 관여하는 움직임이 많았죠. 올더숏이 맨유 진영에서 반격할 실마리를 찾지 못했던 것도 박지성 공격력을 막을 방안이 없었습니다.

잘싸웠던 박지성에게도 아쉬운 장면이 있었습니다. 전반 22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대니 힐튼에게 거친 몸싸움에서 밀려 볼을 빼앗겼습니다. 체격이 크지 않은 이유 때문인지 파워풀한 선수에게 약했던 상황이 있었죠. 올더숏이 4부리그 팀이자 힐튼이 공격수임을 감안해도, 프리미어리그는 중원에서 힘이 좋은 선수들이 즐비합니다. 약팀의 중앙 미드필더들은 강팀 선수들을 상대로 끈질긴 몸싸움을 펼치거나 때로는 파울을 통해 공격을 끊기도 하죠. 박지성이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중앙 미드필더 선발 출전이 적었던 이유와 밀접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박지성은 이러한 약점을 움직임으로 이겨냈습니다. 그라운드 한 가운데를 이리저리 누비면서 패스에 관여하고 압박을 펼치며 상대팀을 힘들게 했죠. 기본적으로 움직임이 발달된 선수로서 안데르손-플래처-캐릭과 차원이 다른 면모를 나타냈습니다. 때로는 과거의 스콜스 역할을 하면서 박스 투 박스로 움직여주는 다재다능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클레버리도 움직임이 좋은 선수로서 맨유가 4-4-2를 활용하기 수월했죠. 4-4-2는 공격과 수비 능력이 발달되면서 활동량이 뒷받침 되는 선수들이 즐비할 수록 유리합니다. 맨시티전 1-6 대패는 4-4-2에 어울리지 않았던 미드필더 조합(애슐리 영-안데르손-플래처-나니)을 선보인 것이 올드 트래포드 참사의 화근이었죠.

박지성의 올더숏전 활약상이라면 안데르손-캐릭-플래처보다 더 우수합니다. 클레버리와 성공적인 호흡을 과시했던 이점과 함께 말입니다. 퍼거슨 감독에 의해 칼링컵 32강-16강전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된 것은 앞날을 위한 자신감 성취를 유도하는 차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상대가 하부리그 약체였지만 지금은 중앙 미드필더로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교롭게도 박지성은 지난 시즌 초반 칼링컵에서 득점을 이어갔습니다. 그 기세가 시즌 8골 넣으며 득점력이 향상된 원동력으로 이어졌죠. 올 시즌 칼링컵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로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역시 맨유 중원은 박지성이 있어야 제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