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박지성(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프리미어리그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할 전망입니다. 박지성이 속한 맨유는 23일 저녁 9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격돌합니다. 지난 15일 리버풀 원정 1-1 무승부에 의해 맨시티에게 1위 자리를 허용했지만, 당시 저조했던 경기 상황과 안필드 3연패를 놓고 봤을때 승점 1점 획득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는 맨시티전 승리를 위해 뛰어야 합니다. 선발 출전이 예상되는 박지성 활약상이 주목됩니다.
[사진=박지성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맨유-맨시티 경기는 프리미어리그 선두권 판도를 뒤바꿀지 모릅니다. 맨유는 6승2무(승점 20) 맨시티는 7승1무(승점 22)를 기록중이며 3위 첼시가 6승1무1패(승점 19)를 획득 했습니다. 만약 맨유가 맨시티에게 패하고 첼시가 퀸스 파크 레인저스 원정에서 승리하면 2위가 바뀝니다. 또는 맨유-맨시티가 서로 비기고 첼시가 또 다른 런던팀을 제압하면 맨유는 3위가 됩니다. 지금까지 맨체스터 두 팀이 독주를 달렸지만 이제는 첼시의 질주를 경계해야 합니다. 1주일에 2경기 치르는 일정을 비춰볼 때 맨체스터 더비에서 패하는 팀은 적잖은 후유증에 시달릴 것입니다. 맨시티도 그렇지만 맨유도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런 맨유는 맨시티전에서 최정예 멤버를 활용할 예정입니다. 최근 경기력이 좋은 선수들이 선발을 꿰찰 것으로 보입니다. 19일 오텔룰 갈라티(루마니아) 원정에서 부진했던 비디치-에르난데스-발렌시아의 맨시티전 선발 출전을 장담 못합니다. '맨유 주장' 비디치가 맨시티전에서 제코 또는 발로텔리 봉쇄를 담당할지 모르지만, 오텔룰 갈라티전에서 여러차례 수비 실수를 범하면서 부상 복귀 이후 폼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에르난데스는 좁은 공간에서의 연계 플레이가 미흡한 아쉬움을 남겼죠. 리버풀전 동점골 그리고 웰백의 리버풀전 부진을 위안 삼을 수 있지만요.
미드필더진에서는 박지성의 폼이 월등합니다. 노리치 시티, 리버풀전에서 평균 이상의 활약을 펼쳤죠. 그동안 강팀 경기에 강했던 면모는 리버풀 원정에서 충분히 입증했고, 왼쪽 측면에서 공격 활로를 찾지 못했던 애슐리 영과 대조됩니다. 빠른 속도에 비중을 두는 애슐리 영의 공격 패턴이 최근 상대 수비에게 읽히면서 맨유 공격력이 둔화됐죠. 애슐리 영은 지난 8월 커뮤니티 실드 맨시티전에서도 부진했습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강팀 경기에 약한 선수가 아닌가 의심됩니다. 오른쪽 측면에 나니를 떠올릴 수 있지만 애슐리 영과 마찬가지로 수비력이 뛰어난 소유자는 아니죠.
박지성은 애슐리 영과 더불어 오텔룰 갈라티전 18인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박지성 만큼은 맨시티전 선발 출전을 의미하는 단서 입니다.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비중있는 활약을 펼친 선수를 주중 루마니아 원정에 무리하게 기용할 이유가 없죠. 26일 칼링컵 16강 올더숏 타운(4부리그) 원정을 겨냥한 체력 안배는 아닐 것입니다. 애슐리 영의 선발 출전 여부는 확신하기 어렵지만 박지성의 최근 폼이라면 맨시티전에서 팀 승리를 이끌 기질이 넘쳐 흐릅니다.
특히 맨시티는 올 시즌에 공격적인 경기를 지향했습니다. 맨유와 비교하면 약체와의 경기가 많아지면서 수비보다는 공격에 비중을 두었던 요인이 없지 않지만, 아궤로-나스리 같은 새로운 공격 옵션들이 보강되면서 기존의 수비적인 색깔을 바꿨습니다. 주중 비야레알전에서 부진했던 제코보다는 최근 4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던 발로텔리의 선발 출전이 더 가깝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하지만, 맨유 입장에서는 맨시티 공세를 버티면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신의 한 수'가 필요합니다. 승부처에서 맨시티를 공략할 포인트를 찾을 겁니다.
맨유의 상대가 공격적인 팀이라면 측면에서는 박지성-발렌시아 같은 공수가 골고루 뛰어난 윙어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발렌시아의 경기력이 떨어지면서 박지성이 퍼거슨 감독 믿음에 부응해야 합니다. 왼쪽 윙어로 출격하면 맨시티 오른쪽 윙어 실바(또는 존슨)가 볼을 터치하지 못하도록 에브라와 협력 수비를 강화할 것이며, 오른쪽 윙어를 맡으면 나스리 봉쇄 임무를 맡을 겁니다. 애슐리 영과 공존하는 체제라면 오른쪽이 유력합니다. 나스리가 비야레알전에서 부진했고, 왼쪽 풀백을 맡는 콜라로프(또는 클리시)는 오버래핑이 능하지만 종종 수비 뒷 공간을 내주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박지성이 리버풀전에서 헨더슨의 볼을 빼앗아 스스로 역습을 전개했던 장면을 맨시티전에서 비슷한 사례로 기대할 수 있죠.
박지성이 수비적인 역할에 치중하지는 않을 겁니다. 만약 클레버리의 맨시티전 출전이 불발되면 중앙 미드필더로서 공격을 조율해줄 선수가 없습니다. 캐릭-안데르손은 야야 투레-배리보다 경기력에서 밀리며 호흡까지 맞지 않습니다. 노리치 시티-리버풀-오텔룰 갈라티전에서 그랬던 것 처럼 측면 공격에서 돌파구를 찾거나 또는 박지성이 종방향으로 찔러주는 패스를 기대해야 합니다. 리버풀전에 비하면 박지성에게 공격력이 더 요구될 겁니다. 맨시티 수비를 바깥쪽-앞쪽으로 끌어내는 공간 창출을 통해서 에르난데스 또는 웰백의 문전 침투를 돕거나, 동료 선수와 짧은 패스를 주고 받으며 팀 공격의 물꼬를 트는 면모를 말합니다. 공격 포인트가 공격력의 전부는 아닙니다.
다만, 맨유가 공격을 주도하는 흐름이라면 박지성에게 골이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캐릭-안데르손이 맨시티전에서 각성하거나 상대팀 공수 밸런스가 흔들리면 맨유에게 많은 공격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맨시티 선수들은 맨유 투톱을 견제하느라 바쁘겠지만, 박지성이 박스 안으로 접근하여 볼을 터치하면 슈팅 기회가 찾아올지 모릅니다. 항상 빅 매치에 강했지만 역대 맨시티전에서는 골을 넣었던 경험이 없습니다. 지난 리버풀전에서 안필드 원정 첫번째 선발 출전을 이루었듯, 맨시티전에서 골을 터뜨릴지 기대됩니다.
박지성은 맨시티전에서 여러가지 역할을 담당할 것입니다. 윙어로서 수비에 비중을 두겠지만 팀의 공격 전개가 잘 풀리지 않는 만큼 평소보다 더 많이 뛰어야 합니다. 시즌 초반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10월에 접어들면서 전화위복이 된 것 같습니다. 맨시티전에서는 그동안 축적했던 열정을 쏟을 필요가 있습니다. '맨유의 주전이 되겠다', '위기를 극복했다'는 표현은 다소 상투적입니다. 산소탱크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맨유 경기력은 편차가 있습니다. 박지성은 항상 열정적인 경기를 발휘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