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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토레스 선제골보다 반가운 하미레스 2골

 

첼시의 스완지 시티전 4-1 승리는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원정 1-3 패배를 만회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전반 중반까지 이어졌던 공격력 난조, 전반 39분 페르난도 토레스 퇴장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최다골을 기록했습니다. 맨체스터 두 팀의 초반 선전에 밀려 3위에 머물렀지만 스완지 시티전 승점 3점 획득이 없었다면 시즌 초반부터 침체에 빠졌을지 모를 일입니다. 주중 발렌시아 원정길에 임하는 마음이 무거웠겠죠.

그래서 전반 29분 토레스 선제골은 첼시가 득점력 물꼬를 트기 시작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수비 강화에 주력했던 상대팀의 무실점 의지를 떨어뜨렸죠. 물론 토레스 골은 어느 정도 예상된 분위기 였습니다. 맨유전 슈팅 실수를 감안해도 시즌 첫 골을 기록했고 경기 내내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드는 위협적인 움직임을 과시했습니다. 그때의 폼이라면 스완지 시티전 골이 기대됐죠. 하지만 몇분 뒤 양발 태클에 의한 퇴장을 당하면서 앞으로 리그 3경기 동안 징계로 출전 못합니다. 그 이후의 첼시 공격이 한동안 소강 상태였습니다.

[사진=하미레스 (C) 첼시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chelseafc.com)]

'한때 먹튀였던' 하미레스, 앞날의 미래가 기대된다

경기 전체적 관점에서는 토레스 선제골 보다는 하미레스 2골이 더 반가웠습니다. 첼시의 대량 득점 승리를 가능케 했던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하미레스 2골이 없었다면 첼시는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토레스 퇴장을 맞이하며 후반전까지 위태로운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첼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겠죠. 실제로 토레스가 퇴장당했을 당시에는 첼시가 하미레스의 두번째 골을 보태면서 2-0으로 앞섰지만, 토레스 골은 예상했어도 하미레스가 2골을 넣을 줄은 몰랐습니다.

하미레스는 지난 시즌 첼시에서 37경기 2골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월 24일 볼턴전, 3월 20일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골을 터뜨렸죠. 득점력이 출중한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니며, 램퍼드처럼 칼날 같은 패싱력을 자랑하는 선수도 아니며, 프리미어리그의 중원에서 뛰는 선수 치고는 피지컬이 발달되지 못했고 첼시 입성 초기에는 몸싸움이 약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활약한 브라질 대표팀 선수 답지 않게 화려한 발재간을 자랑하는 타입은 아닙니다. 지난해 여름 1700만 파운드(약 308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고 첼시에 입성했지만 기대 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서 먹튀로 불리게 됐죠.

그럼에도 하미레스는 지난 시즌 첼시의 주전 선수로 활약했습니다. 당시 첼시의 중원 선수층이 예년보다 얇았던 요인이 없지 않았지만,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자신만의 콘셉트가 뚜렷했습니다. 특유의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수비에 적극 가담하여 상대팀 패스 작업을 방해하고, 공격시에는 침투 활로를 개척하며 활동 폭을 넓혔습니다. 첼시가 시즌 후반에 4-4-2로 전환할때는 오른쪽 윙어로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며 그때부터 먹튀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저평가는 여전할 겁니다. 다른 공격 옵션들에 비해 파괴력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기에는 경기 흐름을 결정지을 임펙트가 떨어졌습니다. 정확히는 팀 내 역할 때문에 어쩔 수 없죠.

사실, 하미레스는 첼시의 메이렐레스 영입에 의해 주전에서 밀릴 것으로 보였습니다. 두 선수는 왕성한 움직임을 자랑하는 박스 투 박스로서 역할이 겹칩니다. 또한 스완지 시티전에서는 메이렐레스-미켈-하미레스로 짜인 미드필더 라인이 서로 부지런히 뛰었지만, 동선이 겹치거나 원투패스를 시도할때의 포지셔닝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벤치를 지켰던 램퍼드만큼의 창의적인 패스가 중원에서 연결되지 못했던 아쉬움도 마찬가지였죠. 토레스 선제골 당시 동료 공격수의 뒷 공간 침투를 미리 읽으며 왼발 로빙패스로 밀어줬던 마타의 기교보다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하미레스에게는 이러한 공격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하미레스는 메이렐레스와 공존하고 있습니다. 미켈과 램퍼드가 로테이션으로 출전하는 모양새죠. 미켈의 성장 정체, 램퍼드의 잠재적 체력 저하를 놓고 보면(벌써 33세) 하미레스-메이렐레스는 최소 박싱데이 까지는 첼시의 주전으로 중용 될지 모릅니다. 특히 하미레스의 스완지 시티전 2골은 주전을 굳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빌라스-보아스 감독 전술에 필요한 선수임을 말해줬죠. 자신을 향한 저평가까지 벗어나게 됐습니다. 잉글랜드 진출 이후 처음으로 한경기 2골을 넣었기 때문에 이제는 득점력에 대한 자신감을 얻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미레스 2골의 공통점은 전방 침투에 의한 골 과정 이었습니다. 전반 35분 애슐리 콜이 왼쪽 공간을 뚫을때 박스 오른쪽에서 안쪽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볼을 터치한 뒤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후반 31분에도 보싱와가 밀어준 전진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를 제치고 박스 안으로 침투한 뒤에 오른발로 골을 추가했죠. 선수 스스로 골 욕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장면입니다. 지금까지는 팀의 공격을 주도하기 보다는 따라가는 입장이었지만, 스완지 시티전 2골을 계기로 경기 상황에 따라 이기적인 면모를 발휘하는 공격 패턴의 다양화를 얻었습니다.

또한 하미레스의 2골은 첼시의 미래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입니다. 램퍼드가 없으면 패스의 창의성은 둘째치고, 득점력에 힘을 실어줄 미드필더가 없습니다. 메이렐레스의 경우에는 리버풀에서 번뜩이는 득점력을 과시했지만 지금의 첼시에서는 수비적인 역할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첼시가 올해 여름에 영입을 시도했던 모드리치는 플레이메이커로서 리그 최고 레벨중에 한 명이지만 램퍼드처럼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닙니다. 램퍼드 만큼의 파괴력을 보유한 미들라이커는 흔치 않습니다. 첼시가 앞으로 램퍼드 대체자로서 누굴 데려올지는 모릅니다.

그래서 램퍼드가 없거나 경기에서 고전할때는 하미레스의 득점력이 필요합니다. 스완지 시티전 2골이 득점력 향상의 자신감으로 이어지면 첼시가 토레스 퇴장 공백을 걱정하지 않아도, 램퍼드가 빠질때의 공백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미레스가 수비에 충실하는 선수로서 앞으로 얼마만큼 골 기회를 얻을지 알 수 없지만, 이번 경기에서 보여줬듯 상대 수비 공간이 열릴때 골을 두드리는 재주를 앞으로 더 활용해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24세 브라질 미드필더의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며 어떤 유형의 선수로 완성될지 앞날의 미래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