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박지성(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중앙 미드필더로 풀타임 출전하여 팀의 승리를 기여했습니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투철한 수비력, 너른 활동 폭, 동료 선수와 공존하면서 팀을 위해 헌신하는 움직임이 인상 깊었던 경기 였습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2도움을 기록하며 공격 포인트에서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박지성의 맨유는 21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엘런 로드 경기장에서 진행된 2011/12시즌 잉글리시 칼링컵 32강(3라운드) 리즈 유나이티드(이하 리즈)전에서 3-0으로 승리했습니다. 마이클 오언이 전반 15분, 32분에 골을 터뜨렸고 라이언 긱스가 전반 45분 쐐기골을 넣었습니다. 박지성은 오언의 첫번째 골과 긱스의 골을 도우며 2도움을 올렸죠. 기대 이상의 경기 내용까지 받쳐주면서 중앙 미드필더로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사진=박지성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박지성, 중앙 미드필더로서 어색함 없는 맹활약
원정팀 맨유는 리즈전에서 4-4-2로 나섰습니다. 아모스가 골키퍼, 파비우-프라이어스-캐릭-발렌시아가 수비수, 디우프-긱스-박지성-마케다가 미드필더, 베르바토프-오언이 공격수로 투입됐습니다. 발렌시아-캐릭이 수비수로 전환하고, 박지성이 중앙 미드필더로 이동하면서, 공격수 4명이 동시에 선발 출전했습니다. 맨유가 퍼디난드-비디치-클레버리 같은 센터백 및 중앙 미드필더가 부상으로 빠졌고, 에반스-존스-플래처-안데르손이 지난 첼시전에 선발 출전하면서 리즈전에 중앙쪽으로 내세울 선수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리즈전 선수 기용이 파격적이었죠. 특히 박지성이 공식 경기에서 4-4-2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경험은 이번 리즈전이 처음 입니다.
맨유는 경기 초반부터 빠른 타이밍의 패스를 전개했습니다. 횡패스를 주고 받는 지공보다는 직선적인 패스를 활용한 공격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고, 측면 옵션들의 돌파가 어우러지면서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겠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20개월전 FA컵 64강전 리즈전에서 상대의 탄탄한 수비력을 넘지 못하고 0-1로 패했던 아쉬움을 떠올린 것 같았습니다. 또한 베르바토프-디우프-마케다 위치는 수시로 바뀌고 패스를 시도하며 상대 수비 진영을 흔들었습니다.속도에 중심을 두는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전략과 일치합니다. 맨유는 지난 첼시에 이어 리즈전에서도 '상대 수비 속도보다 더 빠른 공격'을 추구했습니다.
특히 박지성이 중앙 미드필더로서 농익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전반 5분 맨유 진영 한 가운데에서 상대팀 선수가 소유한 볼을 차단했고, 그 이후에도 동료 선수와 협력 수비를 펼치거나 또는 볼을 소유한 상대팀 선수를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볼을 따내려는 노력을 했습니다. 전반 7분에는 리즈 진영에서 동료 공격수와 원투패스를 시도했고, 전반 24분에는 전방쪽으로 스루패스를 정확하게 연결하며 중앙 미드필더가 어색하지 않은 경기력을 발휘했습니다. 맨유의 공격이 측면쪽에 집중되면서 중앙 미드필더치고는 볼 터치가 많지 않았지만, 빈 공간에서 활동량을 늘렸던 움직임이 인상적입니다. 긱스의 활동 반경이 밑쪽으로 처지면서 박지성이 커버해야 할 공간이 많아졌죠.
박지성은 전반 15분 오언의 선제골을 도왔습니다. 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베르바토프의 종패스를 받아 왼쪽에 있는 오언에게 오른발로 가볍게 패스를 밀어줬고, 그 볼을 오언이 왼발로 낮게 슈팅을 날리며 맨유가 1-0으로 앞섰습니다. 중앙에서 활동 폭을 넓혔던 부지런함, 영리한 위치선정이 1도움의 계기가 됐습니다. 볼이 없을 때 오른쪽 측면 뒷 공간으로 질주하면서 베르바토프에게 볼을 받기 이전에는 노마크 상태 였습니다. 바깥쪽에 리즈 선수 3명이 몰렸을때 그들의 뒷 공간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이 그 공간에 빠르게 접근하여 볼을 터치했고, 리즈 선수들이 뒤늦게 따라붙었으나 이미 상황은 종료 됐습니다. 박지성이 골 장면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오언은 전반 15분에 이어 32분에도 골을 터뜨렸습니다. 디우프가 오른쪽 측면에서 밀어준 스루패스를 박스 중앙에서 볼을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습니다. 평소에는 쟁쟁한 멤버들에 가려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골 결정력 만큼은 여전히 살아 있었습니다. 맨유 입장에서는 든든한 킬러가 있음에 초반부터 공격 속도를 높이며 에너지를 쏟았던 성과를 보상 받았습니다. 전반 45분에는 긱스가 세번째 골을 넣었습니다. 왼쪽 측면에서 박지성의 오른발 패스를 받자마자 상대 선수 한 명을 따돌리고 문전으로 질주한 뒤 왼발 슈팅으로 골을 기록했습니다. 박지성은 2도움을 기록했습니다.
맨유의 전반전 3-0 리드는 싱거웠다는 느낌입니다. 2010년 1월에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리즈에게 0-1로 패하는 굴욕을 당했던 이유 때문인지 이번 경기는 90분 동안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리즈의 홈에서 전반전에만 3골을 터뜨렸습니다. 2009/10시즌 중반과 비교하면 선수층이 두꺼워지면서 실력적인 퀄리티가 높아졌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주전으로 뛰고 싶어하는 선수들의 동기부여까지 작용하면서 전반전을 3-0으로 마쳤죠. 그래서 박지성의 2도움 및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성공적인 활약이 반갑습니다. 또한 맨유는 후반전을 여유롭게 보내는 명분을 얻었죠. 사실상 승리가 확정된 분위기 였습니다.
그런 맨유는 후반 시작과 함께 긱스를 빼고 '19세 유망주' 포그바를 교체 투입 했습니다. 긱스가 벤치로 들어가면서 박지성이 후반 초반에 상대 진영에서 패스에 관여하는 움직임이 많았습니다. 후반 11분에는 포그바와 원투패스를 정확하게 주고 받으며 맨유의 공격 기회를 지켜냈죠. 그 타이밍에는 리즈 선수들이 포어체킹을 펼치며 맨유 선수들의 활동 반경을 아랫쪽으로 밀어냈습니다. 경기 내내 공격을 주도했던 맨유 선수들이 일시적으로 위축된 경기를 펼쳤죠. 그런데 선수들의 경기 운영이 침착했습니다. 볼을 걷어내는데 급급하는 답답함 보다는 주변에 있는 동료 선수와 원터치 패스를 주고 받으며 볼을 지켜냈습니다. 맨유 선수들이 리즈 선수들보다 볼을 잘 다루었고 경기 운영에서 우세였습니다.
만약 리즈가 포어체킹을 하지 않았다면 박지성이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후반 7~8분 무렵 전까지는 공격적인 움직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리즈가 실점 줄이기를 위해서 선수들을 앞쪽으로 끌어올리면서 박지성-포그바 활동 반경이 밑으로 내려와야만 했습니다. 결국에는 맨유가 고비를 넘기면서 후반 20분부터 상대 진영에서 공격을 펼치는 움직임이 많아졌습니다. 공격 포인트 욕심보다는 팀의 밸런스를 잡아줬던 박지성의 판단력이 옳았습니다. 리즈전에서는 왼쪽 윙어로 뛰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한 마음이 더 우선시 됩니다. 아마도 저의 생각에는 박지성이 앞으로 중앙 미드필더로 뛸 시간이 더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맨유는 후반 24분 웰백(out 디우프) 후반 31분 라넬 콜(out 마케다)을 교체 투입하는 여유를 부렸습니다. 부상에서 복귀한 웰백이 실전 감각을 되찾도록, 리저브팀에서 뛰는 라넬 콜이 1군 경험을 쌓도록 했죠. 후반 36분에는 프라이어스가 부상 당하자 더 이상 경기에 뛰지못해 벤치로 들어갔고, 맨유가 교체 카드 3장을 모두 쓰면서 베르바토프가 센터백으로 내려갔습니다. 맨유의 승리 분위기로 기울어지면서 공격수 1명을 줄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죠. 박지성은 중앙 미드필더로 풀타임 출전하며 2도움을 올리는 맹활약을 펼쳤고, 맨유는 3-0 리드를 굳히며 칼링컵 16강에 진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