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의 맞대결은 지금까지 수많은 화제거리를 남겼습니다. 특히 2004/05시즌을 기점으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주고 받으면서 매 경기마다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죠. 여러 인물들의 대립 관계까지 불가피 했습니다. 19일 새벽 0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진행될 2011/1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대결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산소탱크' 박지성 활약상까지 더해지면,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은 '맨유vs첼시' 이슈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전망입니다.
[사진=맨유vs첼시 (C) 맨유 공식 홈페이지(manutd.com)]
1. 맨유의 첼시전 4연승? 첼시의 복수?
만약 맨유가 블루스를 제압하면 '첼시전 4연승' 쾌거를 달성합니다.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전적이 포함된 기록이지만 첼시를 상대로 4번 연속 승리한 것은 '프리미어리그 최강자' 위용에 걸맞는 성과입니다. 지난 몇 시즌 동안 첼시와 우승을 다투었던 관계로서 4연승은 '맞수의 전력을 충분히 간파했다'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번 첼시전 승리가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때문 입니다. 만약 맨시티가 풀럼을 제압하고, 맨유가 첼시전에서 승점 3점 획득에 실패하면 프리미어리그 단독 1위는 맨시티에게 돌아갑니다. 맨유에게 결코 반갑지 않은 시나리오죠.
반면 첼시는 맨유전 복수를 벼르는 입장입니다. 지난 시즌 커뮤니티 실드를 포함한 맨유전 5경기에서 1승4패로 부진했습니다. 특히 비야스-보아스 첼시 감독은 맨유전 승리가 필요합니다. 안첼로티 전 감독이 경질된 원인은 지난 시즌 막판 맨유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에서 밀렸고,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탈락했던, 무관까지 겹쳤던 성적이 문제였습니다. 만약 비야스-보아스 감독이 퍼거슨 감독과의 지략 대결에서 패하면 첼시 수뇌부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길 것이 분명합니다. 첼시 입장에서 맨유전 승리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2. 박지성 선발 출전, 과연 이루어질까?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박지성 선발 출전 여부는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퍼거슨 감독이 첼시전에서 선수들의 경험을 중시하느냐, 시즌 초부터 진행했던 리빌딩을 이어가느냐에 달렸습니다. 박지성이 애슐리 영에게 주전에서 밀렸다고 볼 수 없는 이유는 퍼거슨 감독이 지금까지 젊은 선수들에게 충분한 실전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캐릭-긱스-플래처가 클레버리-안데르손 보다 부족한 선수들은 아닙니다. 박지성이 애슐리 영보다 못하는 선수는 아니죠. 퍼거슨 감독이 커뮤니티 실드 맨시티전에서 전반 종료 후 비디치-퍼디난드를 빼고 에반스-스몰링을 투입했던 사례를 봐도,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려는 의지가 강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첼시전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첼시는 맨유의 리그 2연패를 저지할 레벨이며, 선수들의 경험은 여전히 충만하며 새얼굴들이 늘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는 측면 위주의 공격이 많았습니다. 보싱와-애슐리 콜 같은 풀백들이 상대방 진영으로 자주 넘어오면서 마타-스터리지(말루다, 칼루) 같은 윙 포워드가 파괴력에 힘을 쏟습니다. 맨유 입장에서는 첼시의 측면 공격을 막아야 하는데 애슐리 영의 수비력이 약합니다. 반면 박지성은 지금까지 보싱와에 늘 강했죠. 퍼거슨 감독의 리빌딩 의지가 강하다면 애슐리 영의 선발 출전이 유력하겠지만, 경험을 중시하면 박지성이 선택될 수 있습니다.
3. 클레버리 없는 맨유vs메이렐레스가 있는 첼시
맨유는 지난 4~5월 첼시전 3경기에서 모두 이겼습니다. 당시의 3연승은 '긱스의 회춘vs램퍼드-에시엔 부진'으로 요약 됩니다. 긱스가 맨유의 중원에서 날카로운 패스를 자유자재로 공급하며 첼시의 허를 찔렀다면, 에시엔의 수비력은 예전보다 불안해졌으며 램퍼드의 경기 운영까지 영향을 끼치게 됐습니다.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는 램퍼드-에시엔을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하는 4-4-2를 활용했지만 끝내 실패했죠. 긱스의 회춘이 가능했던 것은 램퍼드-에시엔이 도와준 것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클레버리 없는 맨유vs메이렐레스가 있는 첼시'로 주목해야 합니다. 클레버리는 왼쪽 발목 인대 부상으로 결장하며, '이적생' 메이렐레스는 첼시의 새로운 홀딩맨으로 자리잡으면서 에시엔 부상-미켈의 꾸준함 부족을 덜게 됐습니다. 특히 맨유는 중앙 미드필더가 불안합니다. 긱스는 사흘전 벤피카전에 풀타임 뛰면서 체력적으로 첼시전 선발 출전이 버거우며, 캐릭-플래처는 평소의 폼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안데르손은 시즌 초반 활약이 무난했지만 본래 기복이 심했고 캐릭과의 호흡이 잘 안맞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를 어떻게 구성할지 의문입니다.
당초 메이렐레스는 하미레스 경쟁자가 유력했지만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달랐습니다. 박스 투 박스였던 메이렐레스를 홀딩맨으로 내렸죠. 메이렐레스는 리버풀 시절에 공격적 성향이 뚜렷했지만 포르투갈 대표팀, 포르투 시절에는 수비력에 일가견 있는 선수였습니다. 악착같은 움직임과 세밀한 태클로 상대 공격에 대처하는 감각이 발달되었죠. 특히 활동 범위가 에시엔처럼 넓은 공통점이 있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홀딩맨으로 뛰었던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와 더불어 최전방에서 2선으로 내려오는 루니와 자주 경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4. 첼시, 맨유전 승리의 키워드는 '측면'
첼시가 맨유전 3연패에 시달렸던 원인은 측면의 힘이 약했기 때문입니다. 애슐리 콜-보싱와 같은 풀백들이 발렌시아-박지성의 끈질긴 수비력에 고전하면서 앞쪽으로 올라오는 움직임이 제한적이었고, 또는 박지성-발렌시아가 보싱와-애슐리 콜이 맨유 진영으로 넘어오는 틈을 노려 빈 공간을 비집는 역습을 시도했습니다. 그래서 첼시의 공격 밸런스가 깨졌고 말루다-아넬카(칼루) 같은 좌우 윙 포워드까지 맨유의 협력 수비를 당해내지 못했습니다. 올 시즌 첼시 지휘봉을 잡은 비야스-보아스 감독도 전임 감독처럼 4-3-3을 활용하지만, 공격의 무게 중심을 측면쪽으로 잡으면서 램퍼드-하미레스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볼 배급을 바깥쪽으로 주문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 첼시가 이번 맨유전에서 승리하려면 측면 공격이 중요합니다. 첼시 입장에서는 맨유의 좌우 윙어로서 애슐리 영-나니가 배치되기를 원할지 모릅니다. 두 윙어의 수비력이 약하기 때문이죠. 애슐리 콜-보싱와가 맨유 진영으로 넘어오는 빌미로 작용합니다. 또한 윙 포워드는 마타-스터리지 체제로 바뀌었습니다. 젊고 싱싱한 측면 옵션 두 명은 스스로 득점 기회를 창출할 힘이 있습니다. 비야스-보아스 감독 전술에서는 윙 포워드가 사실상 공격수이며 포르투 헐크의 골이 많았던 것도 이 때문 입니다. 첼시는 토레스가 최전방에서 고립되면 마타-스터리지가 박스 안으로 접근하는 움직임을 늘릴 겁니다. 두 선수의 역할을 애슐리 콜-보싱와가 해낸다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5. '2경기 연속 해트트릭' 루니vs'부활 조짐' 토레스
축구는 골을 넣어야 하는 스포츠 입니다. 공격수 득점력이 경기 결과를 좌우할 것이며 맨유와 첼시의 대결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특히 루니와 토레스는 불과 1년전까지 노스-웨스트 더비 관계였던 맨유와 리버풀을 대표하는 간판 공격수로서 대립이 불가피했지만, 이제는 프리미어리그 양강 체제를 형성하는 맨유와 첼시 공격수로 상대하게 됐습니다. 토레스가 첼시에서 부활에 성공할 경우 두 선수의 대립 관계는 더욱 깊어질 전망입니다. 이번 경기만을 놓고 보면, 맨유와 첼시는 루니와 토레스의 골을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루니는 프리미어리그 2경기 연속 해트트릭(아스널, 볼턴전)을 달성했습니다. 4경기에서 8골을 기록했죠. 15일 벤피카전은 캐릭-긱스-플래처의 저조한 활약에 발목 잡혀 무득점에 그쳤지만, 만약 첼시전에서 골 넣으면 제코, 아궤로(이상 맨시티, 6골 동률)와의 득점 1위 경쟁에서 우세를 점하게 됩니다. 반면 토레스는 지난 14일 챔피언스리그 레버쿠젠전 2도움을 기록하며 지독했던 골 가뭄을 극복할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지금까지 첼시에서 23경기 1골 4도움으로 극심하게 부진했지만, 스탯에 비해 선발 투입된 빈도가 제법 많았음을 감안하면 이번 맨유전에서 충분한 출전 시간을 얻을 것입니다. 맨유전 시즌 첫 골 여부와 함께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던 득점포가 불을 뿜을지 첼시 9번 선수의 활약상이 이날 경기의 변수로 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