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22일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 지역예선 1~2차전에 나설 24명의 선수들을 발표했습니다. 24명 중에 11명이 K리그 선수들이며 그 중에 4명(정성룡, 이용래, 박현범, 염기훈)이 수원 소속입니다. 수원에 대표급 선수들이 많음을 뜻하죠. 조광래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곽희주, 오범석, 오장은, 이상호, 황재원도 잠재적으로 대표팀 합류가 가능한 선수들입니다.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하는 황재원은 아시안컵 당시 한국 대표팀 주전 수비수로 뛰었죠.
수원의 대표팀 4인방은 조광래호에 필요한 선수들입니다. 정성룡-이용래는 대표팀 붙박이 주전이며 박현범은 수원 4-1-4-1의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너른 활약을 펼치며 대표팀의 기성용 백업으로 활용 가능합니다. 염기훈은 박지성 대체자가 마땅치 않은 조광래호의 새로운 활력소로 거듭나야 하는 상황이죠. 그동안 대표팀에서 부진했지만 분명 누군가는 박지성 빈 자리를 채워야 합니다. 4명 모두 대표팀 롱런 및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애를 쓸 것입니다. 수원 입장에서 대표팀 선수가 많은 것은 팀의 가치를 높이는 데 있어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수원의 2011시즌 하반기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우선, 지금까지의 행보는 좋았습니다. 지난 20일 상주전 3-0 승리로 K리그 5위로 도약하여 시즌 초반 부진을 만회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페이스라면 6강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높으며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1~2위 진입에 도전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주력 선수 4인방이 K리그 휴식 기간에 대표팀에 차출되어 체력을 소모하게 됩니다. 다음달 2일 고양에서 레바논전을 치른 뒤 6일에는 쿠웨이트 원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중동에 다녀 옵니다.
수원의 4인방은 쿠웨이트 원정이 끝나면 10일 성남전, 14일 조바한(이란)과 경기 합니다. 두 팀 모두 껄끄러운 상대죠. 성남은 최근 3연승(FA컵 포함)을 달리며 하반기 대약진에 나섰으며, 수원은 최근 성남전 5경기에서 1승2무2패에 그쳤습니다. 유일하게 1승을 챙겼던 경기는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는 2-0으로 승리했으나 1차전 성남 원정에서 1-4로 대패했습니다. 조바한전은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입니다. 만약 홈에서 조바한전을 꺾지 못할 경우 2차전 원정 부담이 커집니다. 18일에는 강원 원정이 있습니다.
정성룡-이용래-박현범-염기훈은 라오스전부터 강원전까지 5경기를 4일에 한 번 꼴로 중동까지 다녀오는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야 합니다. 정성룡은 골문을 지키는 골키퍼지만, 이용래-박현범-염기훈같은 미드필더들은 체력 소모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이용래는 지난 1월 아시안컵과 2월 터키전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며 체력 저하에 시달렸고, 그 페이스가 3월 초 K리그 개막으로 이어지면서 오장은과의 중원 호흡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염기훈은 최근 활약상이 좋지만 부상이 잦았습니다. 지난해 여름 윤성효 감독의 수원 사령탑 부임 이후 큰 부상이 없었지만 여전히 걱정됩니다.
만약 이들의 컨디션이 떨어지면 수원 전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수원의 최근 성적 향상 원인은 베스트 일레븐의 완성 이었습니다. 박현범 영입 및 오범석-오장은 포지션 전환을 기점으로 중앙 수비수의 발이 느리고 이용래-오장은 호흡이 안맞았던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용래가 이상호와 함께 상대 진영을 부지런히 누비면서 왼쪽에 있던 염기훈에게 공간을 만들어줬고, 박현범이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1차 공격 전개 역할을 착실히 소화했습니다. 정성룡은 최근 수원의 수비가 안정되면서 K리그 3경기 연속 무실점의 탄력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4명의 폼이 안좋으면 수원의 경기력이 떨어질 수 있죠.
수원은 다음달 28일 조바한 원정을 다녀옵니다. 대표팀 4인방은 한달에 두 번 중동을 방문하는 상황이죠. 그 다음 경기가 10월 3일 서울전입니다. 수원이 서울에게 패하는 것은 빅버드의 팬들이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입니다. 서울도 수원처럼 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중동팀(알 이티하드)과 격돌하지만 대표팀 선수가 없습니다. 수도권 두 팀과 함께 아시아 제패에 나서는 전북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결국, 수원은 게인리히-디에고 같은 백업 멤버들을 활용하며 대표팀 4인방의 체력을 안배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베스트일레븐이 팀 성적을 6강 이내로 끌어줬지만 이제는 백업 멤버들이 분발해야 수원의 하반기 분위기를 밝게 할 수 있죠.
대표팀에 뽑힌 4인방은 조광래호에서 수원 선수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수원은 K리그의 대표적인 빅 클럽이자 이번 명단에서 가장 많은 대표팀 선수를 배출했습니다. 대표팀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리듬이라면 수원의 하반기 행보에 도움 됩니다.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겠지만 반드시 극복해야 할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