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축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국가 대표팀의 A매치 일본전 0-3 패배를 비롯해서 한국 축구가 위기에 빠질때마다 여론에서 항상 '유소년 축구의 발전'을 운운했습니다. 스페인이나 잉글랜드 같은 축구 선진국들과 일본이 유소년에 관심을 쏟는 것은 국내에서 잘 알려졌습니다. 다만 유소년 축구가 대중들에게 '축구 선수를 육성한다'는 이미지로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교육적인 측면이 무게감에서 밀립니다. '유소년 축구가 단순히 유망주 키우기에만 목적이 있는걸까?'라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한국 교육이 발전하는데 있어서 유소년 축구가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진=지난 6월 11일 용원초등학교에서 진행된 '현대자동차 2011 KFA 유소년 클럽리그(이하 유소년 클럽리그)' 위더스 FC(하얀색) FC 썸즈-업(노란색) 경기 장면 (C) 효리사랑]
1. 유소년 축구, 운동 선수 육성만이 목적은 아니다
K리그 팀들이 운영하는 유소년 클럽은 육성반과 보급반으로 운영됩니다. 육성반은 선수를 키우는 목적이 있으며, 보급반은 축구를 배우거나 즐기고 싶어하는 어린이들이 대상입니다. 일반 유소년 클럽에서도 육성반-보급반으로 나뉘어서 운영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보급반의 존재는 유소년 축구가 운동 선수 육성에만 목적을 두고 있지 않음을 뜻합니다. 한국의 축구 저변을 확대하는 성격이 강하죠. 축구를 하고 싶어하는 어린이들에게는 수준 높은 기술을 익히며 운동을 취미로 삼을 수 있습니다. 동네 축구, 학교 체육 시간에 축구를 잘하겠다는 마음이 있으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면서 운동 신경이 발달되고 체력이 좋아지면서 건강할 수 있죠. 어린이들이 방과 후 태권도 학원을 다니는 개념으로 이해 하시면 됩니다.
2. 국영수가 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한국 교육의 문제점은 '지덕체(지혜-도덕-체육)' 중에서 지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공부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하죠. 문제는 공부도 국영수(국어-영어-수학)에 치우쳤죠. 입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독일에서는 체육이 필수 과목이며 특히 수영을 강조합니다. 인간의 모든 부분을 조화롭게 발달시키기 위한 전인교육 차원에서 말입니다. 제가 학교에 다녔을때 주로 들었던 소리가 '공부 잘하면 성공한다' 입니다. 그러나 사회 생활을 하면서 느낀건 '무엇을 하든 체력 좋은 사람들이 잘한다'는 것입니다. 공부도 체력이 좋아야 잘할 수 있죠. 그 체력이 운동의 결과물 입니다. 유소년 축구도 그 일환이죠. 그런데 유소년 축구 같은 우리나라 체육은 운동에만 목적을 두지 않습니다.
[사진=경기 종료 후 부모님들에게 인사하는 리틀 FC서울 선수들 (C) 효리사랑]
3. 인사를 배울 수 있다
서울 지역 유소년 클럽리그에서는 어린이 선수들이 경기가 끝나면 상대팀 벤치에 있는 코칭 스태프를 향해 인사를 합니다. 제가 지난 5월 15일에 경기도 파주 지산 초등학교에서 유소년 클럽리그 경기를 보러 갔을때, 어린이 선수들이 스탠드에서 응원했던 부모님들에게 인사를 했었죠. 감독 분이 "인사를 잘해야 큰 사람이 될 수 있어"라는 말은 어린이들에게 인사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것이죠. 인사는 마주 대하거나 헤어질 때 예를 표시하는 것으로써 사회 생활의 기본이죠. 인사 안하거나 귀찮은 기색이 여력한 분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기 어렵듯이 말입니다.(상급자에게 혼나기 쉬운 타입) 어렸을적 부터 인사를 잘하면 반사신경처럼 저절로 익혀지기 때문에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좋아지지 않나 싶습니다.
4. 노력의 중요성을 얻는다
축구가 인생의 축소판인 것 처럼 유소년 축구도 마찬가지 입니다. 열심히 노력해야 선발 출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죠. 그라운드에서 열의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감독의 신뢰를 얻게 됩니다. 사실, 어린이들이 성인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해내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엄연히 어린 친구들이기 때문이죠. 그럴수록 교육이 중요합니다. 연습때 딴 짓을 안하거나, 대충 몸을 풀지 않거나, 친구들과 싸우지 않는 것 등등 여러가지 상황을 통해서 하지 말 것은 하지 말고 코칭스태프의 말에 적극적으로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현장 지도자 분들은 유소년 축구 선수들에게 "열심히 해라", "열의를 다해 뛰어라"라고 이끌어줍니다. 그런 어린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그라운드에서 많은 시간 출전할 수 있는 기회죠. 성인들의 사회 생활과 같은 맥락입니다.
[사진=인천 유나이티드 아카데미 어린이 축구교실 선수들 (C) 효리사랑]
5. 친구들과 재미있게 어울릴 수 있다
지금까지 유소년 클럽리그를 보면서 가장 흐뭇했던 것은 유소년 선수들끼리 재미있게 어울리는 장면들입니다. 친구가 골 넣으면 함께 달려가 축하를 해주고, 연습할 때 다른 친구에게 볼을 다루는 기술을 전파하며 축구 기술 향상을 도와주고, 때로는 장난을 치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경우를 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죠. 그러면서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게 됩니다. 때로는 훈련을 할때 힘든 순간이 있고 경기에서 지고 있을때가 있지만 서로 위로를 하고 격려를 하며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죠. 그리고 동료 선수가 골을 넣거나 팀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기쁨을 만끽하며 친구들과 즐거운 순간을 보냅니다. 함께 몸을 부대끼며 어울릴 수록 우정이 꽃피는 것이죠. 그러면서 대인관계가 발전합니다.
6. 축구의 세계에 흠뻑 빠지게 된다
어린이가 유소년 축구를 하는 1차적 목적은 '축구를 하기 위해서' 입니다. 메시-호날두 같은 멋진 축구 선수를 꿈꾸거나 또는 방과 후에 운동하고 싶어서 축구를 하는 경우죠. 코칭스태프가 주도하는 훈련에 의해 여러가지 운동을 하면서 볼을 다루는 방법을 익히며 축구에 투자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됩니다. 축구 연습을 통해 기량을 연마할 수록 유소년 클럽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고, 또는 동네 축구에서 천하무적이 될 수 있죠. 축구를 즐기는 재미가 성인까지 이어지면 먼 훗날에 군대스리가와 조기 축구계를 평정할지 모를 일이죠. 유소년 축구 육성반에 있는 선수라면 프로에 도전할 수 있죠.
[사진=골을 넣은 뒤 서로 환호하는 리틀 FC서울 선수들 (C) 효리사랑]
7. 단체 생활을 익히게 된다
축구는 팀 스포츠 입니다. 아무리 메시-호날두 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도 팀이 도와주지 못하거나 또는 팀과 함께 공존하지 못하면 스타 선수가 될 수 없습니다. "팀 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격언처럼 말입니다. 유소년 축구에서는 어렸을 적 부터 단체 생활을 익히게 됩니다. 학교에서도 조별 토의 학습 같은 수업을 하겠지만, 유소년 축구 만큼은 어린이들이 축구를 즐기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팀으로 뭉치고 협동하며 단체로 활동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나 하나의 생각 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사람들과 교류하고 정을 나누면서 단체 생활을 익히게 되죠. 단체를 향한 일종의 충성심이나 애착을 나타낼 수 있죠. 개인적 생각이지만 어렸을적 단체 활동 경험이 많은 사람이 군대와 회사 적응을 잘하지 않나 싶습니다.
8. 성적 지상주의를 강조하지 않는다
'즐기는 축구'에 목적을 두는 유소년 축구에서 성적 지상주의는 반갑지 않습니다. 성적에 집착하며 선수들에게 물리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은 문제있죠. 하지만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은 스포츠하는 사람들의 본성 입니다. 축구는 두 팀이 공으로 승부를 가리는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적당하게 승리를 바래도 얼마든지 동기부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유소년 클럽리그는 경기에서 지면 다음 경기에서 만회할 기회가 주어지는 이점이 있으며 패배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대량 실점 패배를 당했던 선수들의 기분이 축 처지는 경우는 많이 못봤던 것 같습니다. 축구를 즐기고 있기 때문이죠. 어느 감독 분이 선수들에게 "경기에서 승리하지 않아도 된다.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 처럼, 유소년 축구는 승리 단 하나만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진=책가방을 메고 축구장을 떠나는 어린이 축구선수 (C) 효리사랑]
9. 학업과 축구를 병행할 수 있다
유소년 클럽리그의 장점은 학업과 축구 병행 입니다. 학교 수업을 마친 뒤에는 축구 클럽에서 축구 훈련 및 자체 경기를 할 수 있고, 주말에는 리그 경기를 치르죠. 주말에 경기를 하는 것은 수업 결손을 방지할 수 있고, 주말 위주로 경기하는 성인 축구의 흐름에 익숙해지는 장점이 있죠. 수업에 불참하면서 하루 종일 운동에 전념하는 기존 한국 스포츠의 문제점을 보완합니다. 어렸을적에 운동했던 선수 모두가 프로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일정 수준의 성적에 도달하지 못하면 대회 출전을 안시킨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국내 유소년 축구 선수가 학교 성적이 우수하다는 보도를 종종 접할 수 있습니다. 성적 지상주의를 강조했던 한국 스포츠가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10. 건강이 중요하다
인간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장 기초적인 키워드는 '건강' 입니다.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가 어렵죠. 마음이 우울하면 운동을 통해 활력을 키우며 삶의 새로운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유소년 축구 선수들은 신체적으로 성장하는 단계에서 운동에 참여하며 신체적인 발달을 이룰 수 있죠. 스스로 즐겨서 운동에 임하는 어린이라면 다른 또래들보다 체력과 지구력이 더 좋을 겁니다. 유소년 축구 선수라면 축구가 그 대상이죠. 최근에는 유소년 축구에서도 격렬한 몸싸움을 볼 수 있습니다. 민첩함과 유연성이 좋은 어린이들이 큰 체격의 소유자들을 따돌릴 수 있습니다. 그만큼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건강했기 때문입니다. 어렸을적부터 운동 신경이 타고난 사람들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