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3번째 재계약을 이루었습니다. 맨유가 12일 저녁(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재계약 소식을 발표했죠. 박지성은 2006년, 2009년에 이어 올해도 계약을 연장하면서 적어도 2012/13시즌까지 올드 트래포드에서 뛰게 됐습니다. 만약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우면 8시즌 동안 맨유에서 활약합니다.
박지성의 3번째 재계약이 의미있는 이유는 2번째 재계약이 성사되었던 2009년 9월보다 팀 내 입지가 확고함을 알렸던 상징성이 있습니다. 2009년 9월로 돌아가보면, 그때는 2009/10시즌 초반으로서 박지성이 컨디션 저하로 부진했던 시기였습니다. '박지성은 다른 팀으로 이적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의 반응이 빗발쳤죠. 특히 주급 7만 파운드(약 1억 2300만원)가 논란이 됐습니다. 팀 내에서 7번째로 높은 주급에 해당되었지만 일부 여론에서는 '마케팅'을 운운하며 박지성 재계약을 폄하했습니다. '박지성 실력은 맨유급은 아닌데 그 정도의 돈을 받는건 스폰서와 중계료의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다(당시 효리사랑 블로그에 달렸던 누군가의 댓글)'는 것이 그 요지죠.
[사진=박지성 재계약을 공식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메인 (C) manutd.com]
얼마전까지는 금호타이어, 서울시가 각각 2007년과 2008년부터 맨유의 공식 스폰서로 활동했습니다. 특히 서울시는 맨유와 27억원 광고계약을 체결하여 사회적인 논란이 됐죠. 박지성과 맨유를 주목하는 국내 반응이 높다보니 맨유에 한국 스폰서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두 곳은 현재 맨유와의 스폰서 계약이 끝났습니다. 금호타이어는 손흥민이 활약중인 함부르크를 후원하기로 결정했죠. 그럼에도 박지성과 맨유의 3번째 재계약이 성사됐습니다. 맨유가 아시아 마케팅 효과를 위해서 박지성과 계약을 연장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또한 TV 중계의 경우에는 다른 나라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지며 특히 한국인들은 박지성 경기를 보고 싶어합니다.
박지성의 3번째 재계약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2009/10시즌 초반에 부진했을 뿐 중반부터 폼이 살아났고 후반부에는 '센트럴 팍' 변신에 성공하여 맨유 전력에 없어선 안 될 선수임을 입증했습니다. 2010/11시즌에는 8골 6도움을 기록하며 득점력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차출 후유증, 아시안컵 차출, 햄스트링 부상의 어려움 속에서도 수비형 윙어에서 공격형 윙어로 진화하면서 2009년에 이어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선발에 나섰습니다. 끊임없이 기량 발전을 멈추지 않으면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주문했던 다양한 역할을 능숙하게 소화하며 맨유에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결국, 박지성 재계약은 팀을 위해 열심히 뛰었던 성과를 보상 받았습니다. 그것이 맨유가 박지성에게 해줄 수 있는 예우죠. 상식적인 관점에서 맨유 전력에 끊임없이 활기를 불어넣었던 박지성을 맨유가 갑자기 내칠수는 없는 법입니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적설을 제기했지만 눈을 더 넓히면 빅 클럽 선수 누구나 해당되는 일입니다. 예외는 있습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달성하고도 챔피언스리그 결승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끝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재계약을 맺지 못했습니다. 맨유에서 미래를 보장받기에는 여전히 강팀에 약한 징크스를 이겨내지 못했죠. 프리미어리그 득점왕도 실상은 약팀 경기에서 골을 몰아넣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맨유에서 기량이 늘었던 선수(박지성)와 아닌 선수(베르바토프)의 차이점 입니다.
맨유의 미래적인 관점에서도 박지성은 필요합니다. 게리 네빌, 폴 스콜스, 에드윈 판 데르 사르가 은퇴했고 웨스 브라운, 존 오셰이는 선덜랜드로 이적했습니다. 팀내 최고참 라이언 긱스(38세)는 맨유 경기를 자주 소화할 체력이 아니며 리오 퍼디난드(33세)는 부상이 잦은데다 사실상 30대 중반이 됐습니다. 맨유 주축 선수들 중에서는 긱스-퍼디난드의 뒤를 이어 박지성-비디치-캐릭-에브라-베르바토프 같은 1981년생 선수들의 나이가 많죠. 베르바토프의 팀 내 입지를 가늠하기 힘든 현 상황에서는 박지성이 맨유 공격 옵션 중에서 노련한 면모를 발휘해야 합니다. 지난 시즌 득점력에 눈을 뜨면서도 패스를 통해 경기 흐름을 조절하며 플레이메이커 기질을 발휘했던 그였기에 퍼거슨 감독이 여전히 박지성을 원하고 있죠.
또한 박지성은 열심히 뛰는 선수입니다. 그의 기동력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죠. 리빌딩을 시도하는 맨유 입장에서는 박지성처럼 매 경기 성실하게 뛸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어린 선수들이 박지성 플레이를 보며 맨유에서 살아남는 노하우를 익히며 실력 향상에 매진할 수 있죠. 지난 시즌 초반 칼링컵이 모범적인 사례 입니다. 어린 선수 위주로 구성된 스쿼드에서 박지성이 적극적인 움직임과 패스를 통해서 공격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다른 선수들이 전방 침투에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그런 박지성의 면모는 이미 은퇴했던 한국 대표팀에서도 빛났죠.
올 시즌에는 애슐리 영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와 만나게 됐습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주전을 사수할지는 의문입니다. 맨유 같은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을 쓰는 팀이라면 박지성 경쟁자가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 팀 내 입지를 놓고 국내 여론에서 많은 말들이 쏟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박지성은 맨유에서 생존하는 노하우에 익숙한 선수입니다. 전술 이해도가 밝은 영리한 선수이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이 원하는 역할을 읽고 활용하며 자신의 전술적인 비중을 높였죠. 이제는 4-4-2의 중앙 미드필더 역할까지 흡수하게 됐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맨유 전력에 기여할 수 있는 장점이 애슐리 영과의 주전 경쟁이라는 틀을 떠나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됐죠.
박지성은 맨유와 재계약이 성사되면서 2012/13시즌까지 맨유에서 활약합니다. 주급도 7만 파운드에서 9만 파운드(약 1억 5800만원)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의 저력을 앞으로 끊임없이 이어가면 계약이 1년씩 연장 될 겁니다. 맨유는 30대 선수에게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는 팀이죠. "맨유에서 오랫동안 뛰고 싶다", "맨유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목표를 이루고 싶었던 박지성에게는 여전히 동기부여가 충분합니다. 그동안 일부에서는 '박지성은 맨유에서 이룰 것을 다 이루었다. 맨유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제는 틀린 말이 됐습니다. 박지성의 3번째 재계약은 진정한 맨유맨임을 증명하는 '당연한 결과'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