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가엘 클리시, 스테판 사비치, 세르히오 아궤로 같은 빅 사이닝을 성사했습니다. 공격수 쪽에 잉여 옵션들이 즐비했고, UEFA 파이낸셜 페어 플레이 룰(FFP)을 감안하면 예년처럼 선수 영입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특히 아궤로 영입에 3500만 파운드(약 606억원)를 쏟으며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이적료를 투자했습니다. 스쿼드를 놓고 보면 프리미어리그 우승 및 UEFA 챔피언스리그 선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맨시티의 공격 체계는 아직 덜 완성됐습니다. 다비드 실바 이외에는 공격에서 창의성을 키워줄 옵션이 부족합니다. 실바처럼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헤집으며 패스의 연속성을 살려줘야 할 미드필더가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실바의 출전 유무에 따라 2선 공격의 퀄리티가 달랐죠. 또한 야야 투레는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닙니다. 선 수비-후 역습을 활용하는 맨시티에서 활동 폭을 넓히면서 종패스를 찔러주는 스킬이 발달되었지만 실바처럼 경기를 풀어가는 플레이메이커 기질과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사진=베슬러이 스네이더르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맨시티는 2011/12시즌에도 4-2-3-1을 활용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배리-데 용 홀딩 체제가 이어졌고 올 시즌에도 변함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파트리스 비에라가 은퇴하면서 백업 수비형 미드필더가 불안해졌지만 지난 시즌 왼쪽 윙어로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제임스 밀너를 중앙에 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투레도 본업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올 수 있죠. 그럴 경우, 2선 미드필더진이 엷어지게 됩니다. 최근에는 박주영이 맨시티 이적설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정작 맨시티는 공격형 미드필더 보강이 필요합니다. 실바의 창의성 의존, 투레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세우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만약 맨시티에게 추가 선수 영입 의지가 있다면 미드필더를 영입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던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가 대표적인 선수죠. 그동안 스네이더르의 맨유 이적 여부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지만, 맨시티도 스네이더르 영입에 관심을 두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단지 스네이더르의 맨유 이적설이 많이 알려졌을 뿐이죠. 또한 맨시티는 사미르 나스리(아스널) 영입을 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네이더르 보다는 나스리 영입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미드필더 보강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죠.
흥미로운 것은 스네이더르가 두 맨체스터 구단의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맨유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 스네이더르 영입을 부정했지만 여전히 현지 언론에서 이적설이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스네이더르의 인터 밀란 잔류설도 전해지고 있지만 여름 이적시장 종료까지 거취가 어떻게 결정될지 알 수 없습니다.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널) 루카 모드리치(토트넘) 같은 플레이메이커들과 더불어 프리미어리그 이적시장을 뜨겁게 달굴 아이콘으로 유효한 상황이죠.
맨유에 스네이더르가 어울리지 않다는 점은 그동안 저의 블로그에서도 언급되었던 내용입니다. 스네이더르를 4-4-2의 중앙 미드필더로 세우기에는 수비력이 취약한 것이 사실이죠. 그의 공격력을 보조할 수 있는 마땅한 홀딩맨도 없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선수 영입 종료를 선언한 현 상황에서는 톰 클레버리가 폴 스콜스 후계자로 부각 될 수 있습니다.(아직 변수가 있지만) 또한 맨유가 스네이더르를 영입하려면 거액의 이적료 투자가 불가피 합니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의 트레이드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베르바토프는 맨유 잔류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맨시티는 스네이더르 이적료를 감당할 수 있습니다. 셰이크 만수르 구단주에게 특별한 재정 위기가 없는 것 자체만으로 맨시티에게 다행입니다. 얼마전에 성사된 아궤로 영입은 맨시티의 풍부한 자금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만약 맨시티가 중소 클럽 규모의 재정 상태였다면 아궤로는 지금쯤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거나, 친정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잔류했거나, 아니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적료를 대폭 낮추며 제3의 팀으로 보냈겠죠. 어쨌든 맨시티 자금력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아도 됩니다.
스네이더르는 수비력이 강한 선수가 아닙니다. 하지만 맨시티에서는 그 약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배리-데 용이 중원에서 보조하기 때문입니다. 두 홀딩맨이 중원에서 끈끈하게 움직이고 상대 공격 옵션을 따라 붙으면서 맨시티의 수비력이 안정됐습니다. 실리 축구를 지향하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에게는 배리-데 용의 존재감이 반가우며, 때에 따라 투레까지 적극적인 수비를 주문하면서 스리 볼란치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스네이더르가 수비에 많은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스네이더르는 선 수비-후 역습에 어울리는 인물입니다. 자신의 커리어를 빛냈던 2009/10시즌 인터 밀란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네덜란드 대표팀 일원으로 참가했던 2010 남아공 월드컵 준우승 과정에서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인터 밀란-네덜란드는 후방의 안정된 전력을 바탕으로 선 수비-후 역습을 추구합니다. 공격시에는 스네이더르가 적극 관여했죠. 전방으로 찔러주거나 좌우 폭을 넓혀주는 날카로운 패싱력과 정확한 연계 플레이로 팀의 역습을 주도 했습니다. 자신이 직접 골을 해결지을때도 있었죠. 특히 전투적인 홀딩맨들이 자신의 수비력을 보조하면서 공격에 열의를 다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맨유도 맨시티처럼 선 수비-후 역습을 즐깁니다. 특히 빅 매치에서 점유율을 내주고 수비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짙죠. 하지만 맨유는 맨시티와 달리 중원에서 수비에 전념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합니다. 캐릭-플래처-안데르손, 베리-데 용-투레의 성향이 다른 것 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스네이더르는 맨유보다는 맨시티에 어울리는 선수입니다. 과연 맨시티가 스네이더르를 영입할지 추이를 지켜봐야 겠지만 전력 보강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시나리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