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에게 '무관'이라는 단어는 매우 익숙합니다. 2003/04시즌 프리미어리그 무패 우승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첼시 양강 구도를 허용했고, 2004/05시즌 FA컵 우승 이후 6시즌 연속 우승컵이 없었습니다. 지난 시즌 칼링컵 결승전에서는 '약체' 버밍엄에게 1-2로 패하면서 무관의 사슬을 끊는데 실패했습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 원정에서 수비 축구로 전환했으나 단 1개의 슈팅도 날리지 못하고 탈락했던 악몽에 시달렸죠.
[사진=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 (C)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arsenal.com)]
그래서 아스널은 올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만약 7연속 무관으로 이어지면 한때 맨유와 프리미어리그 양대 산맥을 형성했던 명문 구단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됩니다. 지금도 좋다고 볼 수 없지만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칼링컵-FA컵 같은 토너먼트 대회 우승을 노릴 수 있지만 '우승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강렬하게 키우려면 프리미어리그-챔피언스리그에서 강팀의 면모를 되찾을 필요가 있죠. 맨유와 첼시의 레벨을 넘어서야 우승의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스널의 여름 이적시장 행보는 지금까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시즌 종료 후 2개월이 흘렀지만 빅 사이닝은 제르비뉴 밖에 없었으며 이적료는 1050만 파운드(약 180억원) 였습니다. 결코 헐값이 아니지만 많은 돈을 투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르비뉴가 지난 시즌 릴의 프랑스 리게앙(리그1) 우승 멤버로 활약했지만 아직은 높은 무대에서 명성을 떨칠 필요가 있습니다. 아스널이 그동안 프랑스리그 출신 선수의 수혈이 잦았다는 점에서 제르비뉴 영입은 기존의 이적시장 행보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아스널은 캡틴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바르사로 떠날 것을 대비해서 히카르도 알바레스, 아르투로 비달에 영입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각각 인터 밀란과 유벤투스로 떠났죠. 냉정히 말하면 아스널이 이탈리아 구단들에 의해 파브레가스 대안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최근에는 후안 마타(발렌시아) 게리 케이힐(볼턴) 조이 바튼(전 뉴캐슬)과 링크되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진전이 없거나 다른 클럽이 영입전에 가세했습니다. 특히 마타는 사미르 나스리 이적 및 안드리 아르샤빈 부진을 최소화하는 성격이 있지만 아스널과 더불어 토트넘의 영입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아스널이 제르비뉴에 이은 또 하나의 빅 사이닝을 성사시킬지 의문입니다.
더 큰 고민은 파브레가스-나스리 거취를 결정짓지 못했습니다. 아스널은 잔류를 바라고 있지만 바르사가 오랫동안 파브레가스 영입에 공을 들였고, 나스리는 2011/12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됩니다. 만약 파브레가스-나스리와의 작별을 택하면 두 선수의 이적료를 얻으며 대체 선수 영입에 나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름 이적시장은 1개월 뒤에 종료됩니다. 더 이상 머뭇거리기에는 점점 시간적인 제약을 받게 됩니다. 또한 아스널 공격은 그동안 파브레가스-나스리가 중심을 잡아줬습니다. 이적시장 마감을 얼마 앞두고 두 선수와 작별하고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면 조직력에 영향을 끼칠지 모를 일입니다.
이미 아스널은 가엘 클리시의 맨체스터 시티 이적을 허락했습니다. 2003년 여름부터 8년 동안 북런던에서 뛰었던 클리시의 이적은 파브레가스-나스리가 언젠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떠날 수 있음을 뜻합니다. 클리시의 최근 폼이 좋지 않았음을 감안해도 아스널은 주축 선수의 롱런을 보장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전에는 티에리 앙리(바르사) 파트리스 비에라(은퇴, 맨시티 이사) 같은 레전드급 선수들도 있었죠. 파브레가스-나스리가 언제까지 아스널에서 뛸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6시즌 무관에 그치면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 일환으로 파브레가스-나스리 이적을 택할지 모를 일이죠. 결과적으로 아르센 벵거 감독 선택에 달렸습니다.
아스널의 여름 이적시장이 아쉬운 또 하나의 이유는 전력 보강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름이 알려진 선수의 경우 제르비뉴 영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맨유는 필 존스-애슐리 영-다비드 데 헤아 영입 및 임대 4인방(웰백-클레버리-디우프-마케다) 복귀로 프리미어리그 2연패에 나섰고, 첼시는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전술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6시즌 무관이었던 아스널이라면 맨유-첼시보다 이적시장에서 부지런히 움직였어야 합니다. 벵거 감독 체제는 올 시즌에도 변함없이 유지되겠지만 적어도 선수층에서 뚜렷한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그렇다고 아스널의 여름 이적시장이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적시장 마감까지 앞으로 한 달 남았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난 1월 이적시장 막바지에 페르난도 토레스(첼시) 앤디 캐롤(리버풀) 이적이 갑작스럽게 성사되었던 것 처럼 말입니다. 아스널도 이제는 터뜨릴때가 됐습니다. 지난 2009년 1월 이적시장에서 아르샤빈 영입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빅4 탈락 위기에서 벗어났던 것 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빅4 잔류에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명문 클럽으로서 우승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8월에 승부수를 띄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