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맨유의 바르사전 승리, 치밀했던 복수 성공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유럽 챔피언'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를 제압하며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패배를 복수했습니다. 박지성을 비롯한 일부 주전 선수들이 결장했지만 바르사를 제압한 사실만으로 의미가 남달랐던 경기였습니다.

맨유는 31일 오전 8시(이하 한국시간) 미국 랜도버 페덱스 필드에서 진행된 바르사와의 친선 경기에서 2-1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22분 루이스 나니가 선제골을 넣었으며 후반 25분에는 티아구 알칸타라에게 동점골을 내줬으나 후반 31분 마이클 오언이 결승골을 터뜨리며 맨유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미국 투어 5경기를 모두 이기면서 새 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바르사전에 출전하지 않았던 박지성은 다음달 7일 커뮤니티 실드 맨체스터 시티전 선발 출전이 예상됩니다.

맨유의 수비 축구, 바르사 점유율 축구 제압했다

맨유는 바르사전에서 4-4-2로 나섰습니다. 데 헤아가 골키퍼, 에브라-비디치-에반스-하파엘이 수비수, 애슐리 영-클레버리-안데르손-나니가 미드필더, 루니-웰백이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박지성-캐릭-퍼디난드 같은 주전 선수들이 경기를 뛰지 않았습니다. 바르사는 포메이션을 3-4-3으로 변신했습니다. 발데스가 골키퍼, 폰타스-케이타-부스케츠가 수비수, 아비달-이니에스타-알칸타라-호나단이 미드필더, 페드로-비야-아펠라이가 공격수로 뛰었습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아펠라이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가면서 3-4-1-2로 변형하는 양상을 나타냈습니다.

두 팀은 경기 초반부터 지공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프리시즌 친선전으로서 무리하게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맨유가 일주일 뒤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와 커뮤니티 실드 격돌을 앞둔 상황이었다면, 바르사는 주중에 독일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경기했기 때문에 미국으로 이동했던 피로 여파가 없지 않았을 겁니다. 전반 10분 부터는 바르사의 점유율 우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맨유 진영에서 볼을 돌리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펠라이를 포함한 미드필더들의 볼 터치가 많아졌습니다. 반면 맨유는 미드필더진에서 압박을 시작하면서 협력 수비를 강화하는 형태였죠. 여기까지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똑같은 큰 틀이 유지됐습니다.

[사진=다비드 비야와의 매치업에서 이겼던 네마냐 비디치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그런데 이번 친선전에서 승리한 팀은 맨유였습니다. 두달 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바르사에게 패했지만 이번만은 아니었죠. 중앙에서 바르사를 압도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점 이었습니다. 두달 전에는 긱스-캐릭으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 조합이 이니에스타-사비 봉쇄에 실패했고 포백이 바르사 스리톱(비야-메시-페드로)에게 흔들리는 불안한 경기 운영을 나타냈습니다. 반면 이번 경기는 클레버리-안데르손이 중원을 맡아 수비적인 움직임을 늘리면서 공을 따내는데 집중했으며 비디치가 비야 봉쇄에 성공했습니다. 또한 비야-페드로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점이 맨유에게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맨유는 바르사에게 슈팅 6-11(유효 슈팅 3-4, 개) 점유율 31-69(%)로 밀렸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전략 이었습니다. 점유율 축구를 펼치는 바르사의 강점을 제어하는 것이 맨유 수비 축구의 목적이었죠. 미드필더진에서 압박의 강도를 높이면서 바르사 공격 템포를 늦추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비디치 수비력이 맨유 승리의 숨은 원동력이 됐습니다. 비야가 볼을 따낼 타이밍에 앞쪽으로 움직여 바르사 침투 패스 길목을 사전에 봉쇄하고 에반스가 근처 공간을 커버하면서 바르사의 공격 줄기가 시원하게 뻗지 못했습니다. 결국, 바르사는 활발한 공격 시도에 비해 미드필더진에서 공격진으로 연결되는 패스가 끊기면서 공격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맨유의 수비 축구가 치밀하게 전개된 결과였죠.

그리고 맨유의 두 골은 역습 상황에서 펼쳐졌습니다. 전반 22분 웰백이 맨유의 역습 상황때 하프라인을 통과하면서 나니에게 종패스를 밀어줬고, 나니가 박스에서 바르사 골키퍼 발데스와의 1:1 상황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죠. 후반 31분에는 클레버리가 바르사 중앙쪽에서 돌파를 시도하면서 오른쪽에서 함께 쇄도했던 오언에게 왼발 횡패스를 찔러줬고, 오언이 드리블 돌파 이후에 칩샷으로 결승골을 작렬했습니다. 바르사 선수들이 공격에 초점을 맞추는 경기를 펼치면서 상대적으로 수비가 소홀했고 맨유가 그 틈을 노렸죠. 특히 나니는 오른쪽 측면에서 수비 가담에 적극적이고 볼을 따내면서, 여러차례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면서 골을 노리는 원맨쇼 기질을 발휘했습니다.

또한 맨유는 이번 경기를 통해서 두달 전 바르사전 패인을 다시 짚게 됐습니다. 당시 수비력에서 결함을 드러냈던 긱스의 문제점이 또 나타났죠. 후반 25분 알칸타라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던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카르모나의 왼쪽 횡패스가 중앙쪽으로 향했을 때 알칸타라를 미리 따라 붙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알칸타라가 돌파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시야에 들어오지 못했고, 카르모나의 패스 방향이 어디쪽으로 향할지 판단이 다소 늦었죠. 카르모나-알칸타라가 바르사 주전 미드필더가 아님을 감안해도 '수비력이 강한 중앙 미드필더가 바르사와 상대해야 한다'는 공식이 성립됐습니다. 또한 클레버리는 수비시 순간 속도가 상대 스피드에 뒤쳐지는 약점을 노출했습니다. 수비쪽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였지만 빠르게 움직일때 몸의 반응 속도가 받춰주지 못했습니다.

맨유의 문제점 한 가지를 더 짚어내면 애슐리 영이 부진했습니다. 지난 MLS 올스타전에서 이렇다할 활약이 없었던 것 처럼, 기존 팀원과의 호흡이 안맞습니다. 동료 선수에게 볼을 받아야 할 지점부터 찾지 못하면서 아직 팀 적응이 필요함을 말해줬죠. 그래서 루니가 왼쪽 측면에서 부지런히 볼을 터치하며 애슐리 영의 부진을 커버했습니다. 나니가 역습을 주도하지 못했다면 아마도 맨유는 바르사전에서 승리하지 못했을 겁니다. 역시 왼쪽 측면에는 박지성이 필요했습니다.
 
반면 바르사는 3-4-3 전환이 실패했습니다. 바르사 3백의 문제점은 윙백이 약합니다. 3백 공격력이 성공하려면 윙백의 돌파가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하는데 바르사는 모든 선수들이 볼을 돌립니다. 아비달-호나단 같은 윙백들이 빠른 순간 스피드 및 개인기로 맨유 선수를 제끼고 오버래핑을 해야 공격의 파괴력이 향상되는데 실상은 지나치게 조용했습니다. 공격쪽에서 소극적으로 움직이면서 페드로가 주변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죠. 기존의 4-3-3에서는 이니에스타-사비가 공격 진영에서 활동 폭을 넓히면서 수비 가담까지 신경쓰는 다양한 역할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했습니다. 메시가 속한 3톱이 상대 수비를 흔들어주는 공격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죠. 그 틀이 맨유전에서 완전히 깨졌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바르사 3-4-3은 기존의 4-3-3을 보완하는 플랜B의 일환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왼쪽 풀백의 역량이 고질적으로 약했던 팀이었기 때문에(푸욜이 지난 시즌 왼쪽 풀백을 임시로 소화했던) 3-4-3이 정착될지는 의문입니다. 굳이 3-4-3이 아니더라도 메시-사비-알베스-푸욜-피케 같은 몇몇 주전 선수들이 빠지면서 점유율 축구의 날카로움이 떨어지고 수비 불안까지 노출했죠. 그것을 감안해도 맨유의 수비 축구는 치밀했고 바르사를 제압하는데 성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