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포메이션은 질서적인 움직임을 의미합니다. 선수들이 일정한 역할과 움직임을 부여 받으면서 동료와의 손발이 맞도록 위치를 잡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의 특성에 맞게 포메이션이 정해지거나 때로는 감독이 선호하는 포메이션에 의해 선수들이 길들여지게 됩니다. 포메이션의 중요성이 큰 이유죠. 특히 전북과 성남은 승리를 위해서 기존의 포메이션을 바꾸는 선택을 했습니다. 결과는 전북의 승리였습니다.
전북은 24일 저녁 7시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진행된 2011 K리그 19라운드 성남전에서 2-0으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15분 로브렉이 정호정 자책골을 유도했고 후반 18분에는 김동찬이 이동국의 힐패스를 받아 승리의 쐐기를 굳혔죠. 2-0으로 완승한 전북은 K리그 1위(승점 40점, 12승4무3패)를 지키며 2위 포항(34점, 9승7무3패)과의 격차를 벌렸습니다. 최근 4경기 연속 무승(3무1패)의 침체를 극복했습니다. 반면 성남은 14위에서 15위(승점 16점, 3승7무9패)로 추락했습니다.
전북vs성남, 공격 임펙트에서 차이가 컸다
전북은 성남전에서 4-4-2로 나섰습니다. 김민식이 골키퍼, 박원재-조성환-김상식-전광환이 수비수, 로브렉-황보원-손승준-에닝요가 미드필더, 이동국-정성훈이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최근 부진에 빠지면서 4-2-3-1을 4-4-2로 변형했습니다. 성남은 3-4-3으로 맞섰습니다. 하강진이 골키퍼, 윤영선-정호정-김태윤이 수비수, 홍철-김성환-전성찬-박진포가 미드필더, 에벨찡요-조동건-에벨톤이 공격수로 등장했습니다. 최근 14위로 추락했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이동국-정성훈 투톱 공략을 위해 4백에서 3백으로 바꿨습니다.
전북의 4-4-2는 경기 초반에 불안했습니다. 성남의 포어 체킹을 받으면서 미드필더들이 후방을 의식하면서 공격시의 빌드업이 늦어졌죠. 성남 박스 바깥에서 박스 안으로 볼이 공급될 때 정성훈-이동국의 위치가 겹치는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두 선수는 기존 4-2-3-1의 원톱을 맡아 최전방에서 볼을 따내는 역할에 익숙했기 때문에 투톱으로서의 호흡이 자연스럽지 못했죠. 그나마 로브렉-에닝요-박원재 같은 측면 옵션들이 돌파 위주의 경기를 펼치며 성남 진영을 두드릴 수 있었습니다. 성남의 윙백 홍철-박진포가 측면에서 전북 수비에게 막히면서, 전북이 점점 유리한 경기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런 전북은 전반 15분 성남 정호정 자책골로 1-0으로 앞섰습니다. 로브렉이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 한 명을 제끼고 왼발로 낮게 논스톱 패스를 띄운 볼이 정호정 몸을 맞고 골이 됐습니다. 전북 입장에서는 행운의 골이었지만 성남은 예상치 못한 실점을 내주면서 팀의 무게 중심을 전방쪽으로 끌어올렸죠. 특히 로브렉을 왼쪽 윙어로 기용한 전북의 변칙 작전이 성공했습니다. 로브렉은 경기 상황에 따라 중앙으로 이동하여 동료 선수들과 짧은 패스를 주고 받거나 측면에서 돌파를 시도하는 활발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중앙에 있을때보다 상대 압박에서 자유로워지면서 팀 공격에 활기를 쏟았죠. 또한 기복이 심했던 루이스를 선발에서 제외한 최강희 감독의 선수 기용은 옳았습니다.
상대팀 성남의 3-4-3은 미드필더의 활동 폭을 넓히는데 주력했습니다. 4명의 미드필더가 3백과 간격을 좁히면서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고, 공격시에는 스리톱과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며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죠. 특히 0-1 이후에는 전북이 지키는 경기를 펼치면서 성남 미드필더들의 공격 시도가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전북의 중앙을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전북의 중앙 미드필더였던 황보원-손승준이 수비수들과 간격을 좁히면서 조동건이 봉쇄 당했습니다. 그래서 에벨찡요-에벨톤에게 볼 투입이 많아졌지만 전북의 협력 수비에 걸리면서 여러차례 공격이 끊기는 현상이 나타났죠. 전북의 두꺼워진 수비를 뚫기 위해 원터치 패스 및 원투패스를 빠르게 주고 받았어야 하는데 패스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적임자가 없었습니다.
다만, 성남의 3백은 전반전에 무난했습니다. 정호정 자책골이 흠이지만 이동국-정성훈을 끈질기게 따라 붙으며 상대팀의 닥공 화력을 감소 시켰습니다. 때에 따라 정성훈 포스트 플레이에 밀리는 문제점이 있었으나 동료 수비수가 배후 공간을 미리 선점하면서 골 기회를 내주지 않으려 했죠. 경기 내내 협력 수비를 강화하면서 이동국 활동 반경을 박스 바깥으로 쏠리게 하면서 상대팀 공격의 밸런스를 끊었습니다. 그래서 전북이 1-0 이후 공격이 소강 상태에 빠졌고 성남이 경기를 주도하는 시간이 많아졌죠. 그럼에도 성남은 조동건 부진 및 공격 옵션 끼리의 호흡이 안맞았던 점, 세트 피스시 상대 수비와의 경합을 이겨내지 못한 아쉬움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성남은 후반전에 4-4-2로 전환했습니다. 3-4-3 체제에서 공격이 어긋나면서 후반전에는 홍철-에벨톤이 좌우 윙어를 맡았고 에벨찡요가 조동건과 함께 투톱 공격수로 나섰습니다. 특히 에벨찡요는 후반 7분 박스 중앙에서 조동건이 헤딩으로 떨궈준 패스를 받아 오른발 발리 슈팅을 날렸고, 후반 8분에는 비슷한 지점에서 홍철의 오른쪽 크로스를 헤딩 슈팅으로 맞받았으나 볼이 크로스바를 강타했습니다. 특히 측면에서 최전방으로 연결되는 볼 줄기가 제법 많았지만, 중원에서 전북의 수비 공간을 가를 킬러 패스가 공급되지 못한 아쉬움이 짙어지면서 공격이 단조롭게 됐습니다. 그래서 전북이 수비 조직을 구축하기가 쉬워졌죠.
전북은 후반 9분 에닝요-정성훈을 빼고 이승현-김동찬을 교체 투입하여 4-2-3-1로 변신했습니다. 0-1 이후 수비에 주력하여 공격이 무뎌지면서 이승현-김동찬 같은 빠른 발의 소유자들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로브렉을 여전히 왼쪽 윙어로 활용했습니다. 성남에게 공격 분위기를 허용한 시점에서 역습 및 스위칭이 불가피했고, 로브렉은 이승현-김동찬의 돌파를 도우며 패스 위주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리고 후반 18분에는 이동국이 박스 중앙에서 상대 수비를 등지고 왼발로 킬러 패스를 띄운 것이 김동찬의 두번째 골로 이어졌습니다. 김동찬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성남 수비 사이의 공간을 파고들더니 이동국에게 받은 골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죠.
그 이후에는 전북이 경기를 주도했습니다. 로브렉이 패스를 내주고, 이동국이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면서, 김동찬-이승현이 각각 중앙과 오른쪽 측면에서 침투 위주의 경기를 펼치면서 성남 수비진을 흔드는데 바빴습니다. 물론 성남이 공격 의지를 잃지 않았지만 대부분 전북 수비에게 끊기면서, 상대 진영 안쪽을 활발히 두드렸던 전북의 공격이 제법 효율적 이었습니다. 또한 성남은 후반 중반부터 체력 저하에 직면했죠. 조동건은 송호영과 교체되었고, 에벨찡요-에벨톤-홍철-박진포의 폼이 무뎌지면서 후반 30분 이후에는 지공이 많아졌습니다. 전북이 승리를 굳혔죠.
전북과 성남은 전반전과 후반전에 포메이션을 바꾸는 수싸움을 펼쳤는데 끝내 공격력에서 명암이 엇갈렸습니다. 전북은 전반전에 로브렉을 왼쪽 윙어로 기용했던 4-4-2가 적중하면서 정호정 자책골을 유도했고, 후반전에는 4-2-3-1로 변신하면서 로브렉-김동찬-이승현이 성남 수비진을 흔들면서 상대팀의 공수 밸런스를 끊었고 추가골을 넣는데 성공했습니다. 반면 성남의 전반전 3-4-3은 공격 옵션끼리의 호흡이 안맞았고 후반전 4-4-2도 다를 바 없었습니다. 조동건이 라돈치치 부상 공백을 메우기에는 파워가 부족했고, 외국인 선수들이 팀에 융화되지 못했습니다. 전북의 승리가 당연했던 경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