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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7경기 17골' 손흥민, 독일 정복을 예고하다

 

'슈퍼탤런트' 손흥민(19, 함부르크)이 독일 최강 클럽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전에서 2골을 작렬했습니다. 뮌헨전이 90분이 아닌 60분 형식으로 진행되는 리가토탈컵임을 감안해도 상대의 네임벨류가 어마어마 했습니다. 이날 뮌헨은 판 부이텐-바트슈투버 같은 주전 센터백들이 선발 출전했으며 공격 옵션에는 로번-뮬러-리베리-고메즈가 포진했습니다. 뮌헨 입장에서 함부르크전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죠. 그 경기에서 손흥민이 뮌헨을 상대로 2골을 넣으며 함부르크의 2: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손흥민은 전반 6분 데니스 아오고의 왼쪽 프리킥을 박스 오른쪽에서 터치하여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뮌헨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아오고 프리킥때 볼의 낙하 방향을 잘못 판단한 것이 손흥민 선제골의 빌미가 됐죠. 전반 29분에는 박스 중앙을 쇄도할 때 자신과 함께 침투했던 미켈 디에크마이어의 오른쪽 패스를 슬라이딩으로 밀어 넣으며 두번째 골을 넣었습니다. 경기 종료 후에는 독일 언론 <빌트>를 통해 평점 1점을 기록하며 양팀 선수 최고 평점을 부여 받았습니다.

[사진=손흥민의 바이에른 뮌헨전 2골 소식을 알린 함부르크 공식 홈페이지 메인 (C) hsv.de]

손흥민 프리시즌 맹활약, 반짝 아님을 입증하다

개인적으로 손흥민의 최근 활약상에 대해서는 찬사를 자제하고 싶었습니다. '독일 최강' 뮌헨을 상대로 2골을 넣으며 최근 프리시즌 7경기 17골을 기록했지만, 엄연히 프리시즌이기 때문에 일부 여론의 과한 칭찬에 불편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프리시즌은 유럽 축구의 공식적인 시즌이 진행되기 이전의 시기로서 휴식을 취했던 선수들의 몸 상태가 회복되는 단계 입니다. 출국전 하루에 슈팅 1000개를 날리며 몸을 만들었던 손흥민의 페이스가 다른 선수들보다 유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한달 뒤에 펼쳐질 2011/12시즌이 9개월 장기 레이스임을 감안하면 지금의 맹활약이 몇개월 뒤 체력적으로 버거워질 잠재적 문제점이 없지 않다는 점도 있죠.

그런데 현실을 냉정하게 짚더라도 손흥민의 최근 페이스가 놀랍습니다. 뮌헨전 2골은 프리시즌 7경기에서 17골을 터뜨렸던 활약상이 반짝이 아님을 뜻합니다. 이러한 상징성은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두각을 떨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수많은 현지 축구팬들이 한국 영건을 주목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지난 시즌 부상 및 아시안컵 참가 여파로 함부르크에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쏟아내지 못했던 손흥민 입장에서는 올 시즌 소속팀의 붙박이 주전 공격수로 활약할 명분을 얻었습니다. 함부르크가 외닝 감독 체제로 바뀌었음을 상기하면 손흥민의 프리시즌 맹활약은 당연히 필요했습니다.

손흥민이 올 시즌 함부르크의 기대주에서 팀 공격의 핵심으로 거듭나려면 붙박이 주전 확보가 중요합니다. 이미 프리시즌에서 충분한 공격력을 과시했고, 판 니스텔로이가 스페인 말라가로 떠나면서 주전 공격수로 도약할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함부르크 공격을 주도했던 게레로가 페루 대표팀 일원으로서 코파 아메리카에 참가중이며, 부상중인 페트리치가 복귀하거나, 또는 함부르크가 전력 보강 차원에서 새로운 공격수를 영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게레로-페트리치가 대표팀 차출 및 부상으로 빠진 것은 결과적으로 손흥민에게 이득이 됐습니다. 공격의 두 주축이 자리를 비우고 손흥민이 뛰어난 득점력을 과시하며 함부르크의 프리시즌 고민을 덜어줬습니다.

그런 손흥민의 뮌헨전 2골이 반가운 이유는 게레로-페트리치와 견줄만하거나 잠재적으로 뛰어넘을 공격력을 과시할 수 있음을 함부르크 벤치에 알렸습니다. 그것도 실력으로 말입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19세 공격수가 뮌헨이라는 유럽 최정상급 클럽을 상대로 두 번이나 골망을 터뜨린 것 자체가 놀라운 일입니다. 아무리 프리시즌을 감안해도 말입니다. 이러한 손흥민의 맹활약에 함부르크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대형 공격수를 영입하지 않아도 되는 이득을 얻었습니다. 아마도 보드진은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꾸준히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세웠을지 모릅니다. 최근 함부르크의 기술 이사로 부임한 아르네센은 유망주를 선호합니다. 얼마전까지 첼시의 기술이사로서 몸담았으며, 지난 시즌 종료 후 4명의 첼시 유망주를 영입한 바 있습니다.

손흥민은 적어도 올 시즌에는 왼쪽 윙어보다는 공격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지난 시즌에는 엘리아가 부상 및 부진으로 고전하면서 분데스리가 감각이 필요했던 손흥민 선발 출전이 힘을 얻었습니다. 4-4-2를 활용했던 함부르크 입장에서는 판 니스텔로이-게레로-페트리치를 동시 선발 출전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손흥민의 측면 배치가 불가피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여름에는 판 니스텔로이가 떠났고, 게레로의 대표팀 차출이 체력적으로 버거운 상황입니다. 손흥민이 함부르크의 공격수로 출전할 명분을 얻기 시작했죠. 분데스리가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출전 기회를 힘껏 활용하면 좋은 결실을 거둘 것으로 기대됩니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 성공을 좌우할 변수는 체력입니다. 프리시즌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기세를 내년 5월까지 유지해야 하는데 아무리 특급 스타라도 오랫동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올해 초 아시안컵 차출 이후 체력적으로 고전하여 경기력까지 떨어졌던 전례가 있다는 점이 걱정됩니다. 19세 선수는 성인 선수와 운동 신경이 다르며, 체력은 하루 아침이 아닌 오랫동안 단련되면서 만들어지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시즌 중 조광래호에 차출 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결국, 손흥민이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손흥민은 2년 이내로 분데스리가 득점왕이 되기를 원합니다. 지난 시즌이 분데스리가를 경험하면서 유럽 무대 성공을 위한 자신감을 축적하는 시기였다면 올 시즌은 자신의 축구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때 입니다. 특히 지금까지 흐름이 매우 긍정적이라서 좋은 결말을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뮌헨전 2골 및 프리시즌 맹활약은 독일 정복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