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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 6월 A매치에서 깨달은 5가지 교훈

 

한국 축구 대표팀은 6월 A매치였던 세르비아전(3일) 가나전(7일)에서 2-1로 승리했습니다. 지난해 3월 25일 온두라스전 4-0 승리를 포함하여 A매치 3연승을 거두었죠. 두 경기 이전까지 불거졌던 대표팀 차출 논란 및 K리그 승부조작에 따른 무거운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해소 됐습니다. 국민적인 관심을 받으며 박진감 넘치는 공격 축구로 승리의 짜릿함을 선사했던 태극 전사들의 집념과 투지, '전주 극장'으로 일컬어지는 가나전 결승골 추억은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조광래호의 6월 A매치 2경기를 결산할까 합니다.

1. 조광래 감독의 만화 축구, 세계화를 지향하다

흔히 조광래 감독의 스타일은 '만화 축구'로 요약됩니다. 조광래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부임 초기에 패스 중심의 축구를 원했지만 선수들이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이청용은 조광래 감독 스타일을 가리켜 만화에서 나오는 축구라고 말했었죠. 적어도 지난해 12월까지는 조광래호 앞날을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랬던 만화축구가 이제는 대표팀에 성공적으로 정착했습니다. 선수들이 부지런히 공간을 누비면서 다양한 형태의 패스를 주고 받으며 상대 수비진을 휘젓는 공격 전술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제로톱, 스위칭, 개인기, 롱볼 등 경기 상황에 알맞는 다양한 공격을 시도하는 만화같은 전술을 자랑하게 됐죠. 세르비아전 같은 경우에는 종패스의 세밀함을 키우면서 공격 템포를 높였던 것이 경기를 지배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아름다운 축구를 지향하는 FC 바르셀로나처럼 패스로 경기 흐름을 이끌어가는 전술이 가능하게 됐죠. '한국 축구의 세계화'를 꿈꾸는 조광래 감독의 목표가 탄력을 얻었습니다.

2. 이용래-기성용-김정우, 중원 3중주 완성

조광래 감독의 4-1-4-1이 성공했던 원동력은 중원에 있었습니다. 형식상으로는 이용래-김정우가 공격형 미드필더, 기성용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지만 실질적으로는 모두가 수비에 동참하고 공격을 이끌어가는 단합을 나타냈습니다. 이용래-김정우가 앞선 및 측면에서 압박을 펼치면서 후방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고, 공격시에는 기성용이 정확한 패싱력으로 공격을 전개하면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가르는 킬러 패스가 일품 이었습니다. 세 명의 미드필더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공격, 수비형 미드필더가 수비에 초점을 맞추는 축구의 일반적인 성향이 경직되었음을 축구팬들에게 알렸습니다. 한 마디로 '포지션 파괴'가 나타났죠.
 
조광래호 중원에서 살아남으려면 공격과 수비를 모두 잘하는 멀티 기질이 뛰어나야 합니다. 또한 움직임이 많아야 하며 투쟁적인 기질이 필수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지녔거나 전문적인 수비력을 자랑하는 미드필더도 조광래 감독의 선택을 받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가나와의 후반전에서는 이용래-김정우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 영향력 보다는 좁은 공간을 활용하는 구자철의 패싱력이 주효했습니다. 또한 구자철의 퍼스트 터치는 이용래보다 더 안정 되었습니다. 6월 A매치에서는 이용래-기성용-김정우로 짜인 조광래호 중원 3중주가 완성되었지만, 구자철의 중원 가세는 앞으로의 치열한 중원 경쟁을 예고합니다.

3. 지동원-구자철, 아시안컵 스타들의 건재함

가나전에서는 지동원이 선제골, 구자철이 결승골을 터뜨리며 2-1로 승리했습니다. 올해 초 아시안컵을 뜨겁게 달구었던 스타들이 건재함을 과시했죠. 특히 구자철은 경기 종료 직전에 상대 골망을 가르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최근 컨디션 저하에 시달렸던 선수 본인에게 엄청난 사기 충전이 되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지동원은 왼쪽 윙어로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드는 적극성이 좋았다면 구자철은 좁은 공간에서의 세밀한 패스가 인상 깊었습니다. 두 선수는 올림픽 대표팀에 소집될 연령대로서 앞날의 조광래호 차출을 장담할 수 없지만, 향후 한국 축구의 10년을 책임질 신성인 것은 분명합니다.

4. 기안에게 당했던 중앙 수비의 취약함

한국은 지난해 6월 남아공 월드컵 16강 우루과이전에서 수아레스에게 2골을 내주고 1-2로 패했습니다. 경기 내용에서 우루과이를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수아레스의 특출난 골 결정력을 제어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6월 가나전에서도 비슷한 양상입니다. 이정수-홍정호 같은 중앙 수비수들이 가나 공격수 기안의 탄력적인 움직임을 여러차례 놓쳤고, 홍정호는 기안에게 페널티킥까지 내줬습니다. 또한 기안의 문전 쇄도에 이은 슈팅을 계속 내줬죠. 기안 한 명에게 농락 당하는 한국의 중앙 수비는 문제 있었습니다. 곽태휘-황재원 같은 또 다른 중앙 수비수들도 A매치에서 실수가 잦음을 상기하면 후방은 여전히 한국 축구의 취약 지점 이었습니다.

5. 박지성-이영표 후계자 발굴, 현재 진행형

지동원이 가나전에서, 김영권이 세르비아전에서 맹활약 펼쳤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동원이 박지성의 후계자인지 또는 김영권이 이영표 공백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인지는 의문입니다. 지동원은 이근호 세르비아전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차선책이자 박주영 경쟁자이며, 김영권은 세르비아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했으나 가나전에서는 잦은 패스미스 및 수비시 상대 역습에 취약한 단점을 노출했습니다. 그런 김영권은 앞으로 왼쪽 풀백으로서 풍부한 경험을 쌓으며 기량이 익어야 합니다. 조광래호가 박지성-이영표 후계자를 발굴하는 작업은 현재 진행형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