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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일본의 신성' 카가와 자리가 없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관련된 이적설을 살펴보면, '일본 축구의 신성' 카가와 신지(22, 도르트문트)가 단골로 등장합니다. 일본 언론 또는 잉글랜드 언론이 '맨유가 카가와에 영입 관심이 있다'는 늬앙스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물론 언론에서 제기하는 이적설 중에서 절반 이상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카가와 맨유 이적설은 주기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맨유는 카가와를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영입 관심 여부를 떠나서 말입니다. 2005년 박지성을 영입했었고, 박주영-기성용 같은 또 다른 한국인 선수 영입을 검토했던 이력이 있습니다. 그 이전인 2004년에는 당시 중국의 유망주였던 덩팡저우를 수혈했습니다. 한국-중국 근처에 있는 일본 선수에 대한 인지도가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적어도 마케팅에 대해서는 일본 선수가 강점을 지닌 것이 사실입니다. 막대한 적자 규모를 안고 있는 맨유 입장에서는 선수 영입을 통한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고 있을 것임에 분명합니다.

[사진=카가와 신지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그렇다고 카가와가 일본인 선수라는 이유만으로 영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맨유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라면 나쁠것은 없습니다. 아시아 축구 중심의 관점에서는 카가와가 박지성과 더불어 맨유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시나리오를 바랄지 모릅니다. 아시아 축구가 진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또한 일본 선수들의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이 잦아진것도, 카가와를 비롯해서 우치다 야쓰토(샬케04)-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 같은 기존 일본 선수들의 맹활약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분데스리가 클럽들이 일본 선수를 선호한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카가와가 맨유의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 될 선수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현실적으로 카가와가 뛸 수 있는 자리가 없습니다. 맨유는 폴 스콜스의 은퇴 공백을 메울 중앙 미드필더로서 루카 모드리치(토트넘)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를 염두하고 있으며, 왼쪽 윙어로서 애슐리 영(애스턴 빌라) 가레스 베일(토트넘)을 저울질하면서 위건으로 임대되었던 톰 클래버리의 복귀가 유력합니다. 공격진에는 마이클 오언이 재계약을 맺었으며 대니 웰백(선덜랜드 임대) 페데리코 마케다(삼프도리아 임대) 복귀가 예상됩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시즌 중에 임대 선수가 팀에 돌아올 것이라 공언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퍼거슨 감독은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세 명의 빅 샤이닝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명이 골키퍼이며, 마누엘 노이어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다비드 데 헤아 영입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입니다. 나머지 두 명의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 왼쪽 윙어로 요약됩니다. 왼쪽 윙어 대신에 리오 퍼디난드의 잦은 부상-조니 에반스 부진을 대체할 센터백 영입 가능성이 없지 않았지만, 최근 애슐리 영을 두고 리버풀과 경쟁하면서 왼쪽 윙어 영입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루이스 나니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날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이적설과 맞물려서 말입니다.

다시 본론을 언급하면, 카가와는 수비력에 강점이 있는 선수가 아닙니다. 분데스리가에서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지만 피지컬에 약점이 있는 선수입니다. 격동적인 몸싸움을 주고 받으면서 상대 미드필더진의 타이트한 압박을 견뎌야 하는 프리미어리그 스타일에 맞는 선수인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카가와가 선호하는 중앙은 측면에 비해 압박의 세기가 큽니다. 스콜스의 후계자로 뛰기에는 수비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스네이더르도 마찬가지) 분데스리가를 평정했으나 맨체스터 시티의 먹튀 공격수로 체면을 구겼던 에딘 제코가 적응 실패(프리미어리그 템포 미숙)에 빠진 것도 참고해야 합니다.

카가와에게는 쉐도우가 어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맨유의 쉐도우는 웨인 루니입니다. 냉정히 말해, 카가와는 루니보다 잘하는 선수가 아닙니다. 더욱이 루니는 팀 공격의 중심이죠. 맨유는 올 시즌 후반에 루니-에르난데스 투톱이 완성되면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벤치로 밀렸습니다. 굳이 베르바토프가 팀을 떠나더라도(선수는 잔류 희망) 오언이 재계약을 맺었고 웰백-마케다 복귀가 예상되는 시점입니다. 이제는 에르난데스-웰백-마케다 같은 젊은 공격수들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공격수를 영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카가와가 에르난데스처럼 타겟맨으로 뛰더라도, 에르난데스 만큼의 출중한 골 생산을 자랑하지는 않습니다. 맨유에는 카가와가 주전으로 뛸 자리가 없습니다.

만약 카가와가 맨유 이적을 희망하면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맨유는 루니-비디치를 제외하면 붙박이 주전이라 할 선수가 없습니다. 미드필더진 같은 경우에는 2009년 여름까지 뛰었던 '철강왕'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외에는 거의 매 경기 선발 출전하는 선수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맨유의 카가와 영입 의지보다는 일본 또는 유럽 현지 언론의 이적설이 더 앞서가는 듯 합니다. 올해 초에 나돌았던 카가와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처럼 말입니다. 특히 일본 언론이 제기하는 이적설은 국내 축구팬들이 신빙성을 잘 알고 있죠.

또한 카가와에 대해서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도르트문트가 출전권을 획득했던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말입니다. '카가와가 아닌' 누리 사힌이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공백을 카가와가 채울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챔피언스리그 활약상에 따라 유럽에서 롱런할 수 있는 선수인지 판가름 할 수 있죠. 어쩌면 카가와가 빅 클럽에서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은 챔피언스리그에서 가려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