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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청용, 5월에 분발해야 하는 이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2010/11시즌 종료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턴)의 시즌 막판 활약이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을 받을 것입니다. 적어도 2~3개월 동안은 두 선수가 휴식기를 가지거나 프리 시즌을 보내는 만큼, 선수 입장에서는 유종의 미를 짓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축구팬 입장에서도 그들이 프리미어리그를 휘젓는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동기부여적인 측면에서는 박지성의 5월 맹활약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프리미어리그-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 4월 초 햄스트링 부상 복귀 이후 주전을 되찾았던 포스라면 지금까지 이루지 못했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선발 출전&우승'을 위해서 열의를 다할 것입니다. 아마도 국내 여론에서 5월에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을 축구 선수는 박지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청용도 박지성 못지않게 분발해야 합니다. 어쩌면 지금 이 시점이 올 시즌에 가장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청용, '체력 저하' 약점을 떨쳐야 한다

이청용은 지난 시즌 잉글랜드 무대에 데뷔하여 시즌 40경기 5골 8도움을 기록했습니다. 피지컬 및 체력 부족을 이유로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볼턴 에이스'로 성장하며 유럽 무대에 정착했습니다. 재치넘치는 기교를 발휘하며 '롱볼 축구를 지향했던' 볼턴이 패스 축구에 눈을 뜨는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시즌 내내 순항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즌 후반기에 체력 저하가 찾아오면서 폼이 떨어졌고 시즌 막판 3경기에서는 조커로 투입됐습니다. 팀 내에서의 위상은 변함없었지만 2%의 아쉬움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체력 저하는 올 시즌에도 찾아왔습니다. 지금까지 33경기 4골 7도움을 올리며 여전히 볼턴의 주축 선수임을 입증했지만, 시즌 중반이 찾아오면서 90분을 뛰는데 힘겨운 기색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12월 18일 선덜랜드전 결장이 이를 증명하죠. 아시안컵 참가 이후에는 체력 안배를 이유로 한때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지난달 30일 블랙번전 선발 제외(후반 14분 교체 투입) 또한 같은 배경입니다. 24일 아스널전-27일 풀럼전에 풀타임 출전했던 체력적인 배려 였습니다.

이청용 체력 문제는 많은 축구팬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초 국가대표팀 동계훈련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충분한 휴식기를 치르지 못했던 혹사가 원인입니다. 지난해 여름 남아공 월드컵을 보낸 이후에 대략 한 달 가량의 휴식기를 가졌지만(프리 시즌 제외), 그동안 대표팀과 소속팀을 병행하며 바쁘게 보냈던 시간에 비하면 휴식 시간이 결코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체력 문제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적어도 몇년 동안 대표팀을 병행하는 것은 분명하죠. 최상의 기량을 자랑하는 한국 선수라면 대표팀을 위해 뛰는 것은 당연하지만요.

하지만 체력적인 리스크가 앞으로 소속팀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면 불안한 기운에 직면할지 모릅니다. 소속팀에서의 주전 경쟁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볼턴에서 붙박이 주전을 되찾았지만, 홀든이 지난 3월 2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오른쪽 윙어였던' 엘만더가 홀든 공백을 메웠던 것이 이청용에게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만약 홀든이 에반스에게 무릎을 가격당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이청용 행보가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습니다. 당시 이청용 주전 제외는 체력이 원인이었지만, 엘만더가 오른쪽 윙어로서 나름 준수한 활약을 펼쳤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 기세는 중앙 미드필더 전환으로 이어졌죠.(엘만더가 윙어로서 이청용보다 잘했던 한 가지는 패스를 받는 움직임이 능동적입니다. 이청용 약점으로 꼽히죠.)

문제는 다음 시즌 입니다. 만약 이청용이 볼턴 잔류가 확정되면(선수 본인은 잔류를 희망) 소속팀에게는 전력 유지 관점에서 반갑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팀의 불안 요소를 메워야 하는 현실에 부딪힙니다. 극단적인 생각이겠지만, 이청용의 체력 문제를 보완할 새로운 경쟁자를 영입하거나 엘만더를 오른쪽 윙어로 배치할 시나리오를 염두할 수 있습니다. 코일 감독과 볼턴이 그 선택을 내릴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이청용이 볼턴 공격의 필수 옵션인 것은 두말 할 필요 없지만, 만약 이청용이 체력 저하에 시달리면 볼턴은 그 불안을 즉시 떨칠 수 있는 제3의 선수 내지는 엘만더를 활용하는 선택을 내릴 수 있습니다.

볼턴은 이청용이 아시안컵에 차출되었던 기간에 프리미어리그에서 1무4패 부진에 빠졌습니다. 그때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리버풀-토트넘-에버턴과 함께 2011/12시즌 유로파리그 진출 경쟁을 했을지 모릅니다.(현재 8위, 사실상 유럽 대항전 진출 실패...버밍엄 칼링컵 우승이 결정타) 지난해 11월 한때 리그 4위에 올랐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이청용 영향력이 볼턴에서 절대적인 것은 분명합니다. 자신의 지친 체력을 배려하며 부상을 방지했던 코일 감독의 신뢰를 얻은 것은 플러스가 됐습니다. 그래서 거의 매 경기 선발 출전하지 않았죠.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볼턴은 성적 유지를 위해 이청용 체력 문제를 이겨내야 하는 입장이 됐습니다. 엘만더 오른쪽 윙어 전환이 그 예 입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5월'로 화제를 전환하면, 이청용은 자신의 불안 요소를 이겨내며 시즌 막판에 분발해야 합니다. '체력 저하'의 약점을 떨치는 것이 시즌 막판 과제입니다. 다음 시즌 볼턴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려면(잔류한다는 가정하에) 주전 선수로서 충분한 출전 시간을 확보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체력 저하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인상을 코일 감독과 볼턴에 심어주면서 다음 시즌을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명분을 마련할 수 있죠. 아시안컵 차출에 따른 체력 배려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이미 4월달 부터 선발 출전 횟수가 늘어났습니다. 이제는 이청용이 약점을 스스로 딛고 일어서야 합니다.

이청용은 오는 7일 선덜랜드전, 14일 블랙풀전, 23일 맨체스터 시티전을 치르면서 2010/11시즌 일정을 마무리 합니다. 1주일에 2경기씩 치르는 일정이 아니기 때문에 체력적인 넉넉함을 느낄지 모릅니다. 화려한 유종의 미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죠. 볼턴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청용의 맹활약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