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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vs우치다, 챔스 한일전 승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은 어느 때보다 흥미롭다는 평가입니다. '산소탱크' 박지성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4강 고지에 올랐고, 근래 유럽 무대에서 이렇다할 실적이 없었던 샬케04가 4강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 더비'까지 성사되면서 '호날두vs메시'의 대립 구도가 확장됐습니다. 절정에 오른 웨인 루니(맨유) 챔피언스리그 역대 최다 득점자 라울 곤잘레스(샬케) 부활절에 강한 인상을 심어준 카카(레알 마드리드) 메시를 뒷받침하는 사비-이니에스타(FC 바르셀로나) 활약 또한 관심거리 입니다.

그리고 맨유-샬케 경기에서는 박지성과 우치다 아쓰토의 한일전이 치러질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과 일본 선수가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박지성과 우치다는 지난 1월 아시안컵 4강전 이후 3개월 만에 격돌하며,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는 직접적인 매치업을 펼치며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예고했습니다. 한국과 일본 축구팬들의 시선이 두 선수에게 향할 수 밖에 없으며, 지구촌 축구팬들도 동양 선수 끼리의 다툼을 흥미롭게 바라볼 것입니다.

[사진=박지성vs우치다 아쓰토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챔스 경험 많은' 박지성vs'산소탱크에 도전하는' 우치다

맨유와 샬케는 27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독일 겔젠키르헨 벨틴스 아레나에서 열리는 2010/11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을 치릅니다. 단순한 네임 벨류에서는 맨유의 우세지만 샬케 홈에서 치러지는 1차전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알 수 없습니다. 맨유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원정 5경기에서 4승1무 및 무실점 경기를 펼치는 끈끈한 수비력을 발휘했다면, 샬케는 챔피언스리그 홈 5경기를 모두 이겼습니다. 또한 샬케는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발렌시아(스페인) 인터 밀란(이탈리아)를 물리치면서 4강에 진출했던 오름세를 내달렸습니다. 그 기세라면 맨유와 대등하게 맞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맨유는 역대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독일 클럽에게 약했던 면모를 나타냈습니다. 1996/97시즌 4강에서 도르트문트, 2000/01시즌 8강에서 바이에른 뮌헨, 2001/02시즌 4강에서 레버쿠젠, 2009/10시즌 8강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의해 탈락했죠. 유일하게 재미를 봤던 1998/99시즌 결승전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을 2-1로 제압하고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원정에서의 무난한 행보가 샬케 원정에서 지속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적어도 1차전은 골 넣는 무승부로 원정 다득점 명분을 얻으며 2차전을 대비하는 시나리오가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맨유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체력입니다. 지난 2일 웨스트햄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4일에 한 번 꼴로 경기를 치렀습니다. 다음달 1일 아스널전, 4일 샬케전(4강 2차전), 8일 첼시전을 앞둔 현 시점에서는 몇몇 주력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불가피합니다. 문제는 벌써부터 그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3경기에서 단 1골에 그치면서 루니-에르난데스 투톱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고, 캐릭은 슬럼프를 떨치지 못한 상태에서 시즌 후반기에 많은 경기를 뛰었습니다. 나니가 23일 에버턴전에서 과감한 공격력이 결여된 것은 체력적인 리스크 때문입니다. 샬케와의 1차전 원정이 결코 쉽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그런 점에서, 박지성의 샬케 원정 선발 출전이 설득력을 얻게 됐습니다. 박지성은 지난 20일 뉴캐슬전, 23일 에버턴전에서 결장했습니다. 앞날의 일정을 대비한 체력 안배가 그 이유입니다. 앞으로 2주 동안 샬케와의 2경기, 아스널-첼시전이 있다는 점에서 로테이션 활용이 불가피 했습니다. 박지성은 그동안 '강팀 킬러'로서 강팀에 강한 저력을 발휘했고,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에서 기복 없는 맹활약을 펼치며 퍼거슨 감독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또한 박지성은 이번 샬케전에서 맹활약을 펼쳐야 맨유가 소기의 성과를 이룰 수 있고, 그 흐름이 4강 2차전 및 아스널-첼시전에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박지성의 매치업 상대는 우치다가 유력합니다. 만약 맨유가 4-4-2를 활용하면 박지성이 왼쪽 윙어로 출전하는데, 샬케의 오른쪽 풀백이 우치다 입니다. 두 선수는 지난 1월 아시안컵 4강 이후 3개월 만에 직접적인 맞대결을 펼칩니다. 당시 아시안컵에서는 일본이 승부차기 끝에 결승 진출했지만, 박지성은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이 체력 저하로 고전했던 아쉬움 속에서도 연장전까지 활발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우치다와 맞섰습니다. 공격과 수비에 걸쳐 팽팽한 맞대결을 펼쳤다면 이번에는 우열이 가려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두 팀의 경기를 바라보는 한국과 일본 축구팬들의 시선이 남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맨유와 샬케의 대결은 '박지성vs우치다'로 짜인 한일전이 승부처가 될 지 모릅니다. 맨유는 박지성 맹활약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루니-에르난데스 투톱이 최근에 완성형으로 거듭났지만 상대팀 입장에서는 '두 선수를 집중 견제하면 승산있다'는 전략을 꺼내들 수 있습니다. 23일 맨유와 상대했던 에버턴의 경우에는 중앙쪽에서 밀집 수비망을 형성하여 루니-에르난데스 견제에 주력했습니다. 샬케가 같은 작전을 꺼내들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박지성은 루니-에르난데스가 상대팀에게 받는 압박을 풀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측면에서 박스쪽으로 과감히 침투하면서 루니-에르난데스와 원투패스를 주고 받으며 상대 수비 밸런스를 흔들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박지성이 골을 시도하거나 루니-에르난데스에게 슈팅 기회가 주어질 수 있죠.

샬케는 우치다의 역할이 많아졌습니다. 그동안 공격 성향의 풀백으로 콘셉트를 굳혔지만 맨유전에서는 박지성과 대결하면서 수비적인 비중이 커졌습니다. 사실, 우치다는 수비 뒷 공간이 취약한 풀백입니다. 정확한 볼 배급 및 현란한 기교를 앞세운 적극적인 공격을 시도하지만 수비로 전환하는 속도가 늦습니다. 그래서 중앙 미드필더 또는 센터백들의 오른쪽 수비 부담이 커지는 약점이 있었죠. 일본 대표팀 및 샬케는 중앙쪽 존 디펜스가 흔들림이 적었기 때문에 그런 리스크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샬케는 맨유라는 강한 상대를 만나면서 수비 뒷 공간을 내주는 것 자체가 실점 위기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박지성과 우치다의 맞대결이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먼트로 작용할 수 있죠.

물론 박지성은 샬케 원정에서 왼쪽 윙어가 아닌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맨유는 루니-에르난데스 투톱 완성을 이유로 4-4-2 유지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굳이 박지성과 우치다가 매치업을 펼치지 않더라도 두 선수가 동시에 선발 출전할 가능성은 매우 큽니다. 지난 주말 정규리그에서는 두 선수 모두 결장하면서 챔피언스리그를 위한 체력을 안배했습니다. 박지성은 그동안 유럽 무대에서 잔뼈가 굵었던 내공을 샬케 원정에서 쏟을 계획이며, 우치다는 올 시즌 샬케의 붙박이 주전으로 거듭났던 패기를 발휘하며 박지성에게 도전할 것입니다. 과연 누가 챔피언스리그 한일전에서 웃을지 벌써부터 경기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