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어느 팀이 우승할지 많은 축구팬들의 시선이 쏠렸습니다.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면 남은 경기에서 전승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합니다. 날이 갈수록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는 현 시점에서는 오직 승점 3점만이 반가울 뿐입니다. 시즌 후반에 미끄러지는 팀은 우승 레이스에서 밀리며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임전무퇴의 마음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첼시-아스널의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 행보가 주목되는 이번 주말입니다. 맨유가 1위(20승10무3패, 승점 70)를 지키고 있으며, 첼시(19숭7무7패, 승점 64, 골득실 : 34골) 아스널(18승10무5패, 승점 64, 골득실 : 32골)이 각각 2위와 3위로 추격중입니다. 현 시점에서는 맨유의 우승 분위기가 고조되었지만 마지막 경기까지 어떤 흐름으로 전개될지 알 수 없습니다. 프리미어리그가 앞으로 5경기 남아있는 현 시점에서 세 팀이 34라운드에서 바라는 시나리오는 '승리' 입니다.
1위 맨유, '7위 도약' 에버턴 오름세 경계하라
맨유는 23일 저녁 8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7위 에버턴과 상대합니다. 올 시즌 홈에서 15승1무로 선전했으며 에버턴은 원정에서 4승7무5패(홈 : 7승7무3패)로 다소 주춤했습니다. 우선, 에버턴은 원정 경기에서 득점력이 떨어집니다. 17번의 홈 경기에서는 28골을 넣었지만 16번의 원정 경기에서는 19골로 주춤했습니다. 케이힐(9골) 사아(7골)을 제외하면 마땅한 골잡이가 없는 약점이 원정 경기에서 고스란히 반영됐죠. 문제는 케이힐-사아가 한달 동안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에버턴은 조직적인 팀 플레이에 힘입어 최근 7경기에서 5승2무를 기록하며 리그 7위로 도약했습니다. 맨유는 에버턴의 오름세를 경계해야 합니다.
특히 지난해 9월 11일 구디슨 파크 원정은 맨유에게 안좋은 추억을 안겨줬습니다. 에버턴에게 경기 종료 직전 2골을 내주면서 3-3으로 비겼죠. 이겨야 할 경기를 놓치면서 '방심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거의 매 시즌마다 슬로우 스타터 기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단점이 에버턴 원정에서 작용했습니다. 그럼에도 맨유는 이번 에버턴과의 홈 경기에서 우세한 입장입니다. 1992년 8월 이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에버턴전 17연속 무패 행진(14승3무)를 달렸습니다. 에버턴전 최근 31경기에서는 단 1패만 허용했죠. 상대팀의 최근 기세가 만만치 않지만 통계상으로는 맨유의 승리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하지만 맨유의 에버턴전 걱정거리는 체력입니다. 지난 17일 FA컵 4강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전, 20일 뉴캐슬전에 이어 23일 에버턴전을 치르게 됩니다. 맨시티전과 뉴캐슬전은 맨유의 중립 혹은 원정 경기였습니다. 몇몇 주력 선수들이 체력적인 문제에 시달릴 수 있죠. 오는 27일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살케04(독일) 원정에 임하면서 에버턴전에서는 로테이션 기용이 불가피합니다. 리그 우승을 굳히기 위해 에버턴전에 힘을 모아야 하지만 살케04 원정이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에버턴전에서 초반에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뉴캐슬 원정에서 결장했던 박지성은 에버턴전에서 시즌 8호골에 도전합니다.
[사진=웨스트햄전을 알리는 첼시 공식 홈페이지 (C) chelseafc.com]
2위 첼시, 웨스트햄전에서 방심은 금물
첼시는 24일 오전 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웨스트햄과 대결합니다. 웨스트햄은 리그 19위에 처졌으며 시즌 내내 강등권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17위 위건과의 승점 차이는 2점 차이 입니다.(위건 34점, 웨스트햄 32점) 만약 웨스트햄이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블루스(첼시의 애칭)를 제압하면 강등권 탈출 계기를 마련함과 더불어 첼시의 리그 역전 우승 가능성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웨스트햄은 지난 2일 맨유전 2-4 역전패를 비롯 3연패를 당하는 악몽에 빠졌지만 첼시전에서는 강등당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움직임을 발휘할지 모릅니다. 첼시에게 방심은 금물입니다.
그런 첼시는 최근 리그 7경기에서 6승1무를 내달렸습니다. 한때 토트넘과 더불어 리그 4위를 다투었지만 이제는 맨유-아스널과 리그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위치로 우뚝 섰습니다. 특히 스탬포드 브릿지에서는 전통적으로 강세였습니다. 2003/04시즌 부터 지금까지 웨스트햄에게 리그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고, 웨스트햄과의 최근 다섯 시즌 전적에서 9전 7승2무의 우세를 점했던 통계적 특성을 미루어보면 이번 경기에서 이길 가능성이 많습니다. 선수들이 방심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경기에 몰입하면 많은 축구팬들이 예상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첼시는 웨스트햄전에서 한 가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안첼로티 감독이 정례 기자회견에서 드록바의 선발 제외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그동안 많이 뛰었기 때문에 휴식이 불가피하다는 뜻이죠. 드록바가 최근 부활에 성공하여 첼시 2위 도약의 선봉장으로 거듭났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체력이 예전같지 않음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만약 드록바가 선발 출전하지 않으면 토레스가 그 자리를 대체하겠지만, 문제는 토레스가 첼시 이적 이후 13경기 0골에 그쳤습니다. 물론 웨스트햄이 약팀이라는 점에서 선발 출전이라는 동기부여 제공이 가능하겠지만, 만약 팀이 저조한 경기력을 펼치면 그 선택은 실패로 끝날 수 밖에 없습니다. 첼시의 승리를 예상하기 쉽지만 드록바 활용이 뜻하지 않은 변수로 작용합니다.
3위 아스널, 볼턴전 승리 못하면 우승 힘들다
아스널은 최근 프리미어리그 6경기에서 1승5무에 그쳤습니다. 지난달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FA컵 8강 탈락이 오히려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올인할 명분으로 작용했죠. 체력 부담 없이 한 대회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즌 후반기에도 고질적인 승점 관리 부족에 발목 잡히면서 끝내 첼시에 의해 3위로 추락했습니다. 팀의 응집력을 키워 줄 마땅한 리더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6경기 1승5무의 성적은 강팀으로서 우승에 대한 열망이 의심되는 통계입니다. 만약 프리미어리그까지 우승에 실패하면 6시즌 연속 무관이 확정됩니다.
오는 25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리복 스타디움에서 진행 될 볼턴 원정은 실낱같은 우승을 위해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최근 슬럼프에 빠졌지만 리그 원정에서는 20개 구단 중에서 가장 많은 승수(8승)를 챙겼습니다. '리그 8위' 볼턴이 지난 18일 FA컵 4강 스토크 시티전에서 졸전 끝에 0-5로 대패했던 충격은 아스널에게 기회로 작용합니다. 또한 볼턴은 올 시즌 빅6 범주의 강팀들을 상대로 10전 1승1무8패로 부진했습니다. 아스널은 2007년 10월 20일 볼턴전 2-0 승리 이후, 지금까지 볼턴전 7연승을 내달렸죠. 통계상으로는 아스널 우세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하지만 아스널은 그동안 무관 징크스에 빠지면서 약팀에게 끌려다녔던 경험이 적지 않았습니다. 최근 6경기 1승5무에 빠진 심리적 스트레스부터 떨쳐야 합니다.
볼턴전을 앞둔 아스널에게 한 가지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홀든의 무릎 부상 입니다. 볼턴이 지난 스토크 시티전에서 홀든의 부상 공백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 0-5 대패의 빌미로 작용했습니다. 엘만더는 중앙 미드필더에 성공적으로 적응하지 못했고, 마크 데이비스는 상대 선수와의 몸싸움 및 주력 싸움에서 밀렸습니다. 부동의 주전 무암바도 믿음직하지 못합니다. 파브레가스가 버티는 아스널이라면 볼턴과의 중원 싸움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습니다. 한편, 국내 축구팬 입장에서는 볼턴 이청용의 아스널전 맹활약을 기대할 수 있죠. 그동안 아스널을 상대로 인상깊은 공격력을 과시했고, 기교로 승부수를 띄우는 타입으로서 언젠가 아스널로 이적하지 않겠냐는 일부의 기대감이 작용하는 선수입니다. 이번에는 아스널 우승을 저지할 아이콘으로 떠오를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