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가 '전통의 라이벌' 울산 현대를 물리치고 K리그 1위 수성에 성공했습니다. 후반 중반까지 울산의 저항에 직면했지만 해결사 두 명을 교체 투입했던 용병술이 적중하면서 값진 승리를 올렸습니다.
포항은 23일 오후 3시 스틸야드에서 진행된 2011 K리그 7라운드 울산전에서 2-0으로 승리했습니다. 후반 33분 조찬호가 박스 중앙에서 신형민 프리킥을 오른발 터닝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뜨렸고, 후반 40분에는 슈바가 울산 박스쪽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황진성의 침투 패스를 받아 울산 골키퍼 김영광을 제치고 왼발로 추가골을 넣었습니다. 이로써 포항은 5승2무(승점 17)를 기록하며 K리그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습니다. 같은 날 전남을 1-0으로 제압한 2위 상주(3승4무, 승점 13)와의 격차를 4점으로 넓혔고, 울산은 10위에서 11위(2승1무4패)로 추락했습니다.
승리하는 방법을 터득했던 포항, 몰랐던 울산...두 팀의 엇갈린 희비
포항은 울산전에서 4-3-3으로 나섰습니다. 신화용이 골키퍼, 김정겸-김광석-김형일-신광훈이 수비수, 황진성-신형민-김재성이 미드필더, 노병준-모따-아사모아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그동안 부진했던 슈바가 선발에서 제외됐죠. 울산은 3-4-3으로 포항 원정에 임했습니다. 김영광이 골키퍼, 이재성-박병규-곽태휘가 수비수, 최재수-이호-에스티벤-송종국이 미드필더, 고슬기-설기현-고창현이 공격수를 맡았습니다. 이호가 중원에서 홀딩에 주력하면서 에스티벤이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하며 때때로 3-3-1-3으로 변형됐습니다.
우선, 포항은 수치상에서 울산에게 밀렸습니다. 점유율은 50.2-49.8(%)로 대등했지만 슈팅에서는 6-11(유효 슈팅 3-2, 개)로 열세를 나타냈죠. 전반전은 슈팅 1-6(개)로 쳐졌습니다. 점유율을 강화했던 경기 패턴이 울산에게 막히면서 상대팀의 공격 시도가 많아지는 흐름으로 귀결됐습니다. 다른 관점에서는 울산이 몇 차례의 골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완패했던 아쉬움을 남겼죠. 경기 내용은 울산의 우세였지만 후반 중반부터 체력적으로 버텨주지 못했고, 반면 포항은 중요한 승부처에서 울산의 약점을 공략한 끝에 조찬호-슈바가 골을 터뜨리는 '승리 본능'을 발휘했습니다.
두 팀의 경기 초반은 예상과 다른 흐름으로 전개됐습니다. 울산이 지난 2일 수원 원정, 16일 서울 원정에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수비에 치중하는 경기를 펼쳤기 때문에 포항 원정에서 같은 전술을 활용할 것으로 보였죠. 하지만 울산의 경기 초반은 공격적 이었습니다. 이재성-곽태휘 같은 좌우 센터백들이 전진 수비 형태를 취하고 미드필더들이 앞쪽 공간으로 올라오면서 '포어 체킹과 맞물려' 포항 선수들의 수비 부담을 키웠습니다. 포항의 공격 축구를 정면에서 제어하겠다는 울산의 전략이 경기력에 반영됐죠. 그 흐름이 지속되면서 포항의 공격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울산의 공격은 한마디로 '설기현 시프트' 였습니다. 설기현이 중앙에서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고 김형일-신광훈을 끌고 다니면서 최전방 공간 창출에 주력했습니다. 박스쪽에서 골을 해결짓기 보다는 후방에서 연결되는 볼을 받고 키핑하며 2차 패스를 전개하는 역할 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중앙 공격수 였지만 오히려 왼쪽에서의 경기력이 더 좋았습니다.(윙어가 잘 어울린다는 뜻) 또한 울산은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의 존 디펜스가 형성되면서 포항의 공격을 끊고, 직선과 곡선을 가리지 않는 전방 패스를 공급하며 상대 진영에서의 공격 범위를 넓혔습니다. 노병준-모따-아사모아는 공격의 맥을 짚는데 어려움을 겪었죠.
하지만 울산은 포항의 박스를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포항의 미드필더진을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스쪽에서의 세밀하고 활발한 연계 플레이가 부족했죠. 설기현이 왼쪽에서 상대 수비진을 흔드는 것 까지는 좋았지만 그 이후 골을 해결지을 선수가 없었습니다. 중앙 공격수였던 설기현이 자리를 비웠을때는 누군가가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하는데 분업화가 이루어지지 못했죠. 오른쪽에서 침투 패스 연결에 주력했던 고창현을 최전방으로 올리기에는 활동적인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울산의 공격 완성도가 떨어졌죠.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으나 시험 성적이 좋지 못했던 학생을 보는 듯 했습니다.
반면 포항은 후반 15분과 21분에 각각 슈바-조찬호(OUT 노병준, 아사모아)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두 명의 공격수가 울산 박스쪽을 교란하는 역할을 맡았죠. 그 작전은 울산 선수들의 체력을 떨어뜨리겠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경기 내용이 좋아도 그 흐름을 90분 동안 유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더욱이 울산은 컵대회에서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을 내세웠던 체력적 리스크가 있었죠. 그래서 포항은 슈바-조찬호가 박스쪽에서 활동 폭을 넓히면서 미드필더와의 간격을 좁히더니 연계 플레이 시도가 많아졌습니다. 울산은 후반 20분 김신욱을 조커로 투입하여 포항 수비와 경합했으나, 오히려 후방이 슈바-조찬호에게 밀리면서 3선 밸런스의 균형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체력 저하까지 더해지면서 포항이 경기 흐름을 주도했습니다.
결국 포항은 세트 피스로 결승골을 따냈습니다. 후반 33분 신형민이 미드필더 중앙에서 올렸던 프리킥이 조찬호의 오른발 골로 이어졌죠. 근처에 있던 슈바가 박병규의 움직임을 자신쪽으로 유도하면서, 조찬호가 이재성과 맞선 상황에서 터닝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습니다. 울산에게 부족했던 킬러의 면모가 포항쪽에서 나타났습니다. 프리킥 상황에서 골을 넣은 것은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후반 40분에는 슈바가 문전 쇄도 과정에서 황진성의 침투 패스를 받을 때 곽태휘-이재성 사이를 뚫고 김영광까지 제치면서 왼발로 골을 터뜨렸습니다. 경기력 저하 및 0-1 열세에 끌려다녔던 울산 선수들 앞에서 과감히 공격을 시도했던 선택이 포항 승리를 굳히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포항은 조찬호-슈바의 골에 힘입어 승리했고 울산은 마땅한 킬러가 존재하지 못하면서 체력 저하까지 겹치고 말았습니다. 황선홍 감독은 조찬호-슈바 교체 투입으로 상대팀 약점을 노렸지만, 울산은 김신욱을 투입했음에도 그 이전에 많은 힘을 소모하면서 무득점에 그친 경기 내용이 아쉬웠습니다. 또한 울산의 후반 41분 나지(OUT 에스티벤) 43분 박승일(OUT 이재성)의 늦은 교체 타이밍은 기존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이 가중된 조커 활용 실패였습니다. 울산은 교체 작전에서도 포항에게 패했고, 그런 포항의 승리 본능은 울산보다 더 강했습니다. 경기의 맥을 정확히 짚었던 황선홍 감독의 전략 승리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