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가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를 물리치고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 레이)에서 우승했습니다. 올 시즌 엘 클라시코 더비 3차전에서 승리했습니다.
레알은 21일 오전 4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발렌시아 메스타야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스페인 국왕컵 결승 바르사전에서 1-0으로 승리했습니다. 연장 전반 13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박스쪽에서 앙헬 디 마리아의 왼쪽 크로스를 헤딩골로 밀어넣으며 레알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호날두는 리오넬 메시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했고, 무리뉴 감독은 레알 사령탑 부임 후 첫 우승을 경험했습니다. 그런 레알은 바르사를 상대로 120분 동안 연장 접전을 펼친 끝에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는 수비력을 발휘했습니다.
이로써 레알은 1993년 이후 18년 만에 스페인 국왕컵에서 우승했습니다. 2007/08시즌 프리메라리가 제패 이후 세 시즌 만에 우승을 경험했고, 지난 두 시즌 동안 무관에 그쳤던 징크스까지 극복했습니다. 호셉 과르디올라 바르사 감독은 2008년 여름 부임 후 처음으로 레알에게 패했습니다.
'4-3-2-1' 레알 vs '4-3-3' 바르사
레알은 바르사전에서 4-3-2-1로 나섰습니다. 카시야스가 골키퍼, 마르셀루-카르발류-라모스-아르벨로아가 수비수, 알론소-페페-케디라가 미드필더, 디 마리아-외질이 윙 포워드, 호날두가 원톱을 맡았습니다. 부상에서 돌아온 이과인이 선발 제외되면서 호날두가 최전방으로 올라왔습니다. 바르사는 레알전에서 4-3-3으로 맞섰습니다. 핀투가 골키퍼, 아드리아누-마스체라노-피케-알베스가 수비수, 부스케츠가 수비형 미드필더, 이니에스타-사비가 공격형 미드필더, 비야-메시-페드로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마스체라노는 푸욜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센터백으로 전환했습니다.
경기 초반에는 바르사 선수들이 거친 수비를 펼쳤습니다. 전반 1분 마스체라노가 왼쪽 측면에서 호날두가 돌파를 시도하자 옆쪽에서 발을 걸었고, 2분에는 알베스가 중앙 공간에서 볼을 소유했던 케디라의 진로를 방해하면서 두 팀 선수 사이의 신경전이 펼쳐졌습니다. 레알의 경우에는 페페가 지난 17일 프리메라리가 32라운드 바르사전에 이어 미드필더로 출전하면서 상대팀 공세를 끊으려 했습니다. 국왕컵은 단판 경기이기 때문에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팀 모두 수비 전환시에는 적극적으로 후방에 가담하여 상대팀 공격 길목을 막는데 주력했습니다.
[사진=스페인 국왕컵 우승을 발표한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C) realmadrid.com]
'실용적인' 레알, 전반전 경기 내용에서 바르사 압도
레알은 선 수비-후 역습 형태의 경기를 펼쳤습니다. 바르사 선수들이 후방에서 볼을 돌리면 호날두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수비에 가담하여 볼을 커팅하는데 주력했고, 상대 공격을 차단하면 외질 중심의 역습을 펼치며 골 기회를 노렸습니다. 페페가 지난 17일 바르사전에서 메시 봉쇄에 주력했다면 이번 바르사전에서는 사비-이니에스타의 패스를 제어하는 역할을 도맡으며 바르사 중앙 공격을 막으려했죠. 볼의 움직임에 따라 사비를 막을때는 알론소, 이니에스타를 견제할때는 케디라와 함께 협력 수비를 구축했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의 폭이 좁혀지면서 메시가 볼을 따내기 어려웠습니다.
바르사는 전반 10분 이후부터 쉴새없이 볼을 돌리면서 점유율 우세를 점했습니다. 전반 20분 점유율에서 65-35(%)로 앞섰습니다. 공격진이 레알의 강한 압박을 받았지만 3선의 폭을 좁히거나 좌우 풀백이 공격에 가담하면서 여러차례 짧은 패스를 주고 받는 흐름을 잃지 않았죠. 그런데 레알의 전반 20분까지 수비쪽에서 공간을 내주지 않으면서 공격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나타났습니다. 레알 진영에서 공격이 끊어지는 문제점이 여럿 나타났죠. 다만, 레알이 역습을 펼칠때는 수비 라인이 골문쪽으로 내려가고 미드필더들이 후방 가담하면서 존 디펜스를 유지하는 속도가 빨랐습니다. 레알의 페페가 전반 25분 경고를 받은 것은 바르사 공격의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호날두-메시는 전반 중반까지 아무런 활약이 없었습니다. 두 팀 모두 하프라인쪽에서 공방전을 펼치면서 호날두-메시가 볼을 따내기 어려웠죠. 역설적으로는 호날두-메시의 적극적인 공격력이 아쉬웠습니다. 두 팀이 상대 미드필더 뒷 공간을 겨냥한 공격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호날두-메시가 2선으로 내려오면서 연계 플레이의 효율을 높였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레알은 전반 25분을 넘기면서 호날두쪽으로 롱볼 또는 크로스를 밀어줬습니다. 호날두는 전반 29분 최전방에서 외질의 크로스를 받아 오른발 발리 슈팅을 날렸지만 볼이 윗쪽으로 떴고, 33분에는 바르사 진영에서 디 마리아의 롱볼을 받았지만 오프사이드를 범했습니다. 35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드리블 돌파에 이은 슈팅을 날렸지만 핀투 선방에 막혔죠.
문제는 메시가 레알 수비에 철저히 봉쇄됐습니다. 사비-이니에스타가 알론소-페페-케디라로 짜인 레알 미드필더들의 협력 수비를 뚫지 못했고, 비야-페드로도 각각 아르벨로아-외질, 마르셀루-디 마리아의 압박에 막히면서 메시와의 간격이 벌어졌습니다. 레알이 수비진에 많은 인원이 붙으면서 바르사가 메시쪽으로 침투 패스를 밀어넣을 타이밍을 찾지 못했죠. 메시는 카르발류-라모스의 견제에 말려들었고, 라모스는 전반 36분 바르사 진영에서 포어 체킹을 시도하는 여유를 부렸습니다. 레알이 역습을 펼칠때는 왼쪽 공간이 허물어졌지만 실점을 내주지는 않았습니다.
전반전은 0-0으로 끝났지만 레알의 의도대로 경기가 풀렸습니다. 바르사 공격 차단을 위해 많은 선수들이 수비에 가담했고 상대 진영에서 역습에 이은 여러차례 슈팅을 날렸습니다. 전반 43분에는 페페의 헤딩 슈팅이 바르사 크로스바를 강타하면서 두 팀 공격중에서 가장 위협적인 장면이 나타났죠. 바르사가 후방 및 측면쪽에서 수많은 패스를 시도했지만 알론소-페페-케디라 라인이 중원에서 견고하게 버텨주면서 메시-이니에스타-사비의 공격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외질의 선발 기용으로 바르사 왼쪽 공간을 겨냥하는 침투 패스가 살아난 것이 레알에게 플러스로 작용했습니다.
후반전, 골이 터지지 않았다
후반 초반에는 전반전과 비슷한 양상이었지만 바르사 공격에서 두 가지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바르사가 알베스의 오버래핑을 활용한 빌드업을 시도했습니다. 페드로가 공격진에서 제 구실을 하지 못하면서 알베스가 앞쪽으로 올라오는 경향이 뚜렷했죠. 레알 선수들이 수비쪽에서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알베스의 오버래핑에 여유가 생겼죠. 두번째는 페드로가 후반 5분 아크 왼쪽 공간에서 슈팅을 시도했습니다. 전반전에 오른쪽 측면에서 마르셀루에게 봉쇄당하면서 후반 초반에는 왼쪽으로 위치를 옮겼습니다. 비야는 최전방, 메시는 오른쪽 윙 포워드로 전환했죠. 바르사가 레알 공략을 위한 변칙 작전을 꺼냈습니다.
바르사는 메시에게 공격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페드로-알베스가 좌우 측면에서 공격 속도를 높이면서, 메시가 중앙 또는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터치할 때 침투 또는 원터치 패스를 시도하며 레알 중원 뒷 공간을 뚫는데 주력했습니다. 메시의 움직임이 활발해진 이유는 레알의 압박이 전반전과 달리 느슨했던 특징에서 비롯됐습니다. 몇몇 선수들의 체력이 소진되면서 포어 체킹이 힘들어졌고, 선수들의 무게 중심이 후방쪽으로 몰리면서 바르사가 패스 플레이에 탄력이 붙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메시의 볼 터치가 많아졌죠. 전반전에는 레알의 페이스였지만 후반 초반부터 중반에 접어드는 시점까지는 바르사의 우세였습니다.
레알은 후반 23분 외질을 빼고 아데바요르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외질이 후반전에 공격이 드물어지면서 교체가 불가피 했습니다. 레알의 아데바요르 활용은 포스트 플레이를 강화하겠다는 뜻입니다. 후반 중반 이전까지 호날두를 겨냥한 롱볼을 시도했지만, 많은 선수들이 수비에 가담했기 때문에 호날두 근처에서 침투를 시도하는 인원이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아데바요르가 들어가면서 호날두와 더불어 골을 넣을 수 있는 옵션이 늘었죠. 아쉬운 것은, 페페가 지나치게 앞쪽으로 올라오면서 동료 선수들의 수비 부담이 커졌습니다. 전반전에 수비쪽에서 공헌이 컸던 페페의 어중간한 위치선정은 메시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특징과 직결됐습니다.
그러나 레알의 아데바요르 효과는 없었습니다. 미드필더 또는 디 마리아-호날두가 경기를 지배하지 못하면서 바르사에게 파상공세를 허용했습니다. 많은 레알 선수들이 수비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죠. 특히 디 마리아의 수비 위치가 안좋았습니다. 바르사 선수들이 가운데쪽에서 볼을 돌리면 자신도 중앙쪽에서 활동 반경을 잡습니다. 그런데 디 마리아가 막았어야 할 선수는 알베스 였습니다. 바르사가 알베스를 활용한 빌드업 또는 크로스를 시도하면서 공격 기회를 잡았죠. 마르셀루가 전진 수비를 취하기에는 메시에게 뒷 공간을 내줄 수 있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후반 41분 왼쪽 측면에서 알베스와 어깨 싸움을 펼치면서 본래의 위치를 되찾았죠. 결국, 두 팀은 후반전에도 골을 넣지 못하면서 연장전에 돌입했습니다.
호날두 결승골, 레알 국왕컵 우승
바르사는 연장 초반에도 여전히 공세를 취했습니다. 이니에스타-사비를 중심으로 여러차례 패스를 주고 받으며 점유율을 늘렸죠. 반면 레알의 수비는 측면쪽에서 빈 공간을 내주는 단점을 나타냈습니다. 여전히 중앙쪽에 수비가 집중되었죠. 그런데 바르사도 측면을 활용한 패스 연결이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페드로-알베스의 기동력이 연장전에 접어들면서 쳐지는 단점이 나타났고, 왼쪽 풀백 아드리아누는 호날두 봉쇄에 주력하면서 공격쪽에서의 공헌도가 약했습니다. 바르사도 레알과 더불어 체력 저하를 겪고 말았습니다.
결국 레알은 바르사 골망을 흔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연장 전반 13분 왼쪽 측면에서 디 마리아가 마르셀루와 원투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크로스를 올린 뒤 호날두가 박스쪽에서 헤딩골을 터뜨렸습니다. 그 이전에는 마르셀루가 하프라인쪽에서 드리블 돌파를 활용한 역습을 시도하면서 바르사 수비진을 한번에 허물었죠. 골 기회를 포착하며 아드리아누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우세를 나타낸 호날두의 킬러 본능까지 돋보였습니다.
바르사는 연장 후반 시작과 함께 비야를 빼고 아펠라이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아펠라이는 바르사의 첫번째 교체 카드 였습니다. 105분 동안 조커 없이 베스트 일레븐을 그대로 기용했죠. 2분 뒤에는 케이타가 부스케츠 대신에 교체 출전했습니다. 후보 명단에 아펠라이-알칸타라 이외에는 마땅한 공격 옵션이 부족했지만,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찾아온 것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조커 활용이 소극적이었던 특성과 밀접합니다. 결국 바르사는 연장전에서 체력 저하에 허덕이며 호날두에게 결승골을 내줬고, 레알은 연장 후반 15분 디 마리아가 퇴장당했지만 120분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승리하여 스페인 국왕컵에서 우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