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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vs첼시, 결정적 승부처 5가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의 대결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을 대표하는 빅 매치로 손꼽혔습니다. 2004/05시즌 부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양분했던 라이벌 관계이자, 2007/08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맞붙었던 두 팀의 맞대결은 지구촌 축구팬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했죠. 유럽 제패를 열망하는 두 팀의 판세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많은 사람들이 새벽잠을 설쳤습니다.

승자는 맨유였습니다. 지난 7일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진행된 1차전에서 웨인 루니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13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박지성이 골을 터뜨리며 첼시를 2-1로 제압했습니다. 1~2차전 통합 스코어에서 3-1로 승리하여 4강에 진출했습니다. 스탬포드 브릿지 징크스를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면서 우승의 실낱같은 희망을 얻었습니다. 맨유와 첼시의 결정적 승부처 5가지를 정리했습니다.

1. 박지성 부상 복귀, 맨유와 첼시의 엇갈린 희비

맨유는 박지성이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측면 가용 인원이 늘었습니다. 박지성-긱스-나니-발렌시아를 로테이션에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을 얻었죠.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원 자원이 약하면서 긱스가 첼시와의 8강 1~2차전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투입됐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1차전 원정에서 박지성-발렌시아가 상대 측면 공격 봉쇄에 성공하는 수비지향적인 축구로 1-0 승리의 기반을 마련했고, 2차전에서는 박지성이 결승골을 터뜨리며 2-1로 웃었습니다. 특히 박지성은 1차전에서 하미레스-보싱와의 발을 묶었고, 2차전에서는 애슐리 콜을 침묵에 빠뜨렸습니다. 박지성 복귀는 맨유 측면의 퀄리티가 향상되면서 첼시의 옆구리를 뒤흔드는 이득으로 직결됐죠.

반면 첼시는 박지성의 종횡무진을 막아낼 적자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첼시의 팀 플레이어로서 충실한 활약을 펼쳤던 하미레스마저 박지성을 막아내지 못했고, 2차전에서는 박지성에게 볼을 빼앗기는 불안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급기야 후반 중반에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죠. 물론 첼시의 측면은 가용할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했습니다. 말루다-지르코프-하미레스-칼루를 비롯해서, 4-3-3으로 범위를 넓히면 아넬카까지 측면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말루다-칼루는 시즌 중반부터 슬럼프에 빠졌고, 지르코프는 잦은 부상으로 꾸준한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서 기복이 심해졌습니다. 그나마 믿었던 하미레스마저 맨유전 부진 및 퇴장까지 겹쳤죠. 첼시에게 박지성 복귀는 원치 않았던 시나리오 였습니다.

2. 부활에 성공한 루니, 베르바토프를 벤치로 밀어낸 에르난데스

루니는 최근 14경기에서 10골을 작렬했습니다. 시즌 중반까지는 발목 부상 후유증에 따른 골 부족 및 구설수에 휩싸이며 부침에 시달렸지만 이제는 맨유 에이스로서의 위상을 되찾았습니다. 지난 두 번의 첼시전에서는 최전방 및 2선을 부지런히 오가면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들거나 역습을 전개하며 맨유의 공격을 이끌었습니다. 지난 1차전에서는 결승골을 넣었죠. 역시 해결사는 큰 경기에 강하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부활에 성공하며 맨유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죠. 루이스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첼시에게 부담스러웠던 일입니다.

지난 시즌에는 루니가 맨유의 공격을 짊어지며 마치 '루니 원맨팀'이 된 듯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베르바토프가 타겟맨으로 전환하면서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21골)로 도약했고, '신예' 에르난데스까지 가세하면서 박스 안에서 골 냄새를 맡을 옵션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에르난데스가 최근에 물 오른 득점 내공을 발휘하며 베르바토프를 벤치로 밀어냈습니다. 첼시와의 2차전에서는 선제골을 넣으며 강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임펙트를 심어줬습니다. 강팀에 약한 베르바트포와 대조되는 행보입니다. 만약 맨유가 에르난데스를 영입하지 못했다면 루니의 공격 부담이 커졌을지 모를 일이죠. 토레스 영입 효과가 없었던 첼시와 정반대 됩니다.

[사진=끝내 골 부진을 이겨내지 못한 페르난도 토레스 (C) 첼시 공식 홈페이지(chelseafc.com)]

3. 토레스 재신임, 안첼로티 감독의 악수

첼시는 2차전에서 4-3-3으로 나섰습니다. 1차전에서 활용했던 4-4-2가 수비 밸런스에 약점을 드러내면서 2차전에서는 그것을 보완하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최전방 공격수를 맡았던 토레스의 최전방 고립을 가중시키는 역효과로 이어졌습니다. 토레스는 투톱일 때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며 골을 넣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지만, 2차전에서는 팀이 스리톱으로 전환하자 혼자서 최전방 공격을 짊어지는 부담감을 떠안았습니다. 첼시 이적 이후 11경기 연속 무득점(2차전 포함)에 시달렸던 현 상황에서는 첼시 공격을 이끌기에는 임펙트가 부족했습니다. 결국 전반전에 이렇다할 활약없이 교체됐죠.

이것은 안첼로티 감독의 악수입니다. 토레스 대신에 드록바가 선발 출전했어야 합니다. 아무리 드록바가 올 시즌에 폼이 가라 앉았지만 적어도 토레스보다는 스리톱의 최전방 공격수로서 원활한 경기를 펼칠 역량이 충분했습니다. 또한 드록바는 교체 투입과 동시에 탄력적인 움직임으로 공간을 넓게 누비면서 직접 동점골까지 엮었죠. 그럼에도 안첼로티 감독은 드록바를 선발로 기용하지 않았습니다. 토레스는 리버풀 시절에 '맨유 킬러'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업적일 뿐, 지금은 자기 경기력부터 안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일(프리미어리그)과 지난 7일에 열렸던 두 번의 맨유전에서는 모두 부진했죠. 그럼에도 안첼로티 감독은 토레스를 2차전 선발로 재신임 했습니다. 그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4. 첼시 황금 세대들, 예전의 폼이 아니다 + 루이스 공백

그동안 첼시의 영광을 주도했던 황금 세대들의 전성기는 지났거나 또는 정점을 찍는 듯한 인상이 강했습니다. 드록바는 2차전에서 동점골을 넣었지만 1차전 부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램퍼드-에시엔은 그나마 2차전에서는 나았지만 중원 뒷 공간을 내주는 문제점을 범하며 수비 밸런스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램퍼드의 공격 조율 및 에시엔의 정확하면서 활발한 패스워크는 맨유 미드필더들의 협력 수비에 막혀 공격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죠. 에시엔이 자랑했던 홀딩 역량까지 예전에 비해 흡입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애슐리 콜도 1차전에서는 발렌시아, 2차전에서는 박지성의 견제에 눌리고 말았습니다. 네 명 만큼은 예전의 폼이 아니었습니다.

최후방에는 테리-체흐 같은 또 다른 황금 세대들이 있습니다. 두 선수는 극히 못했던 선수들은 아니었지만, 테리의 센터백 파트너였던 루이스가 빠지면서 어렵게 수비를 운영하거나 문전을 지켰습니다. 지난달 2일 맨유전 승리의 주역이었던 루이스 같은 파이터 성향의 센터백이라면 루니 또는 에르난데스 봉쇄에 주력하며 첼시의 수비 밸런스 유지에 힘을 실어줬을 것입니다. 또는 루이스가 직접 공격에 가담하며 득점력에 관여했을지 모를 일이죠. 하지만 첼시의 루이스 공백은 맨유가 역습에 자신감을 얻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그만큼 첼시 수비가 헐거워졌다는 뜻이죠.

5. '38세' 긱스, 그의 회춘은 아름다웠다

'38세' 긱스의 1~2차전 맹활약은 의외였습니다. 그것도 윙어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말입니다.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기록 수치였습니다. 지난 1차전에서는 패스 시도 1위(45/58개, 패스 정확도 78%) 이동거리 2위(10.995km)를 기록하는 왕성한 활약을 펼치며 캐릭과 함께 중원을 지탱했습니다. 2차전에서는 이동거리 1위(11.754km) 패스 시도 3위(47/63개, 패스 정확도 75%)를 기록했죠. 특히 이동거리에서 1~2위를 오간것은 38세 선수가 맞는지 의심 될 정도의 활약상 이었습니다. 2차전에서는 에르난데스-박지성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팀 승리의 발판을 열어줬죠. 노쇠화를 눈씻고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긱스의 회춘은 맨유가 큰 경기에서 어려움 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는 정신적인 안정이 됐습니다. 긱스가 중원에서 팀 공격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그동안 부진했던 캐릭이 따라올 수 있었고, 다른 선수들까지 팀 플레이로 합심하여 첼시 미드필더진을 공략했죠. 그런 긱스는 첼시 진영에서 날카로운 볼 배급을 전개하며 동료 선수들의 골을 도왔습니다. 이러한 긱스의 '아름다운 회춘'은 첼시가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왼쪽 윙어로 기용된 경험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긱스는 중앙에서 램퍼드-에시엔이 제 구실을 못하도록 공격의 균형을 맞췄습니다. 또한 안첼로티 감독도 긱스를 봉쇄할 해법을 찾지 못했죠. 긱스 맹활약은 퍼거슨 감독의 전략 승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