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박지성 첼시전 결승골, '강팀 킬러' 재입증

 

'산소탱크' 박지성(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의 첼시전 결승골은 그의 저력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장면 이었습니다. '강팀 킬러'의 본능이 첼시전에서도 재현됐죠. 축구 선수는 큰 경기에서 진가를 발휘할수록 팀 내에서 인정을 받고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자신의 가치를 키울 수 있습니다. 박지성은 그 자격이 충분한 선수이며 앞으로 맨유에서 롱런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경기 종료 후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를 통해 평점 9점을 기록하며 팀 내 평점 1위를 기록했습니다.

맨유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첼시와 경기하기 전까지, 현지 언론에서는 '박지성은 선발에서 제외 될 것이다'는 반응이 줄기하게 제기됐습니다. 그러면서 나니-발렌시아의 선발 출전을 예상했죠. 맨유는 지난 1차전 첼시 원정에서는 박지성-발렌시아 같은 수비력이 강한 윙어를 필두로 수비적인 전술을 펼치면서 1-0 승리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현지 언론에서는 2차전에서 홈팀 맨유의 공격적인 경기를 예상했는지 박지성의 선발 출전을 못미더워 하는 눈치였습니다.

[사진=박지성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그러나 현지 언론의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첼시에 맞설 좌우 윙어로 박지성-나니를 선택했습니다. 발렌시아가 발목 부상에서 복귀한지 얼마되지 않아 2일 웨스트햄전-7일 첼시전(1차전)-9일 풀럼전에 선발 출전했기 때문에 체력 안배가 불가피 했습니다. 그래서 나니가 2차전에 모습을 내밀었죠. 박지성은 1~2차전 모두 선발 기용됐습니다. 그동안 강팀에 강했던 본능을 퍼거슨 감독이 높게 평가했다는 뜻입니다. 지난 1차전에서 왼쪽 윙어로 출전하여 첼시의 오른쪽 측면을 담당했던 하미레스-보싱와 봉쇄에 성공했던 활약상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아울러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 선발 제외를 제기했던 현지 언론의 입맛에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2차전에 선발 기용하면서 오른쪽 윙어로 배치했습니다. 첼시가 1차전에서 박지성에게 농락당하면서 2차전에서는 '박지성 견제'를 위한 전술적 준비를 했을 것이라는 퍼거슨 감독의 의도가 짙었습니다. 그리고 첼시의 왼쪽 풀백을 맡는 애슐리 콜의 오버래핑은 맨유 윙어 중에 누군가 견제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발렌시아가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면서 박지성이 애슐리 콜을 괴롭히는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특히 전반 중반까지 애슐리 콜의 뒷 공간을 노리는 침투 및 패스를 시도하거나, 애슐리 콜 앞에서 빠른 원터치 패스를 날리며 상대방의 수비 부담을 키웠습니다. 그 결과는 첼시의 왼쪽 공격이 살아나지 못하면서 후반 31분 드록바의 동점골 이전까지 비효율적인 공격을 남발하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애슐리 콜은 부정확한 볼 배급을 남발했죠.

박지성의 첼시전 1~2차전 선발 출전은 퍼거슨 감독에게 공격력에서 인정 받았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12월 말 아시안컵 차출 이전까지 6골 4도움을 기록하며 예년과 달리 공격 포인트가 늘었던 것이 퍼거슨 감독을 흡족케 했습니다. 지금까지 오프 더 볼 상황에서 공간을 창출하는 이타적인 활약에 치중하며 팀을 위해 헌신했다면, 올 시즌에는 과감한 침투 및 종패스를 줄기차게 시도하면서 맨유 공격을 주도하는 역량이 향상됐습니다. 지난해 11~12월 무렵에는 빠른 템포의 공격을 주도한 것과 동시에 골을 터뜨리며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1위 진입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그래서 맨유팬들이 선정한 11~12월의 선수로 거듭날 수 있었죠. 이러한 임펙트는 첼시전에서도 여전했습니다.

물론 박지성은 나니-발렌시아처럼 기술이 화려한 윙어는 아닙니다. 철저한 팀 워크로 무장하여 90분 동안 팀 공격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산소탱크 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그동안 수없이 현지 언론의 저평가 및 이적설, 또는 방출설에 시달렸지만 퍼거슨 감독의 끊임없는 신뢰를 받았습니다. 2007/08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첼시전에서 골 결정력 부족을 이유로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의 잠재된 공격력을 끄집어내기 위한 일종의 자극 이었습니다. 박지성에게는 힘든 순간이었지만 그것을 견뎌내며 공격력 향상에 매진했던 것이 오늘날 영광스런 열매를 맺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러한 공격력 강화는 강팀 킬러로 우뚝 설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했습니다. 2008/09시즌 까지는 강팀과의 경기에서 수비형 윙어로 맹위를 떨쳤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수비력에 기댈수는 없었습니다. 맨유와 상대하는 팀이라면 박지성을 비롯한 주요 선수들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박지성이 지금까지 수비형 윙어 콘셉트가 두드러졌다면 언젠가는 그 특징이 읽혔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박지성은 지난 시즌부터 공격력을 강화하며 강팀과의 경기에서 꾸준히 강한 면모를 발휘할 수 있는 명분을 키웠습니다. 종패스를 통해서 맨유의 역습을 주도하거나, 전방으로 과감하게 쇄도하여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거나 또는 뒷 공간으로 파고들거나, 빠른 타이밍의 볼 배급을 전개했습니다.

그 결과는 강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터뜨리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지난 시즌 4골 중에 3골은 아스널-리버풀-AC밀란을 상대로 넣은 결과물입니다. 올 시즌에는 아스널-첼시전에서 골을 터뜨렸죠. 지난해 11월 7일 울버햄턴전에서는 2골을 넣으며 맨유의 2-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골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던 지난날의 행보를 극복하며 공수 양면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전천후 윙어로 거듭났습니다. 지금까지 강팀에 늘 강했지만, 지난 시즌부터 강팀을 상대로 골을 터뜨리며 '강팀 킬러'로 우뚝섰고 이번 첼시전 결승골을 통해서 재입증 했습니다.

박지성의 첼시전 결승골은 살케04-인터 밀란 승자가 맞붙는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선발로 기용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토너먼트 무대는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수비력이 중요하며, 맨유 입장에서는 나니-발렌시아 같은 공격 성향이 두드러진 윙어들을 좌우 측면에 배치하면 강팀과의 경기에서 공수 밸런스가 끊어지는 문제점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이 첼시와의 8강 1~2차전에서 선발 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약점으로 떠올랐던 골 생산이 올 시즌에 부쩍 좋아지면서 앞으로 챔피언스리그에서 적극 중용받을 것입니다. 만약 맨유가 결승 진출에 성공할 경우, 박지성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얻으며 맨유 우승에 도전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지 모릅니다.

현재까지의 정황으로는, 박지성의 재계약 성사가 무르익을 것 같습니다. 불과 며칠전까지는 햄스트링 부상 회복에 주력하면서 재계약을 맺을 타이밍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첼시전 결승골을 통해서 팀 전력에 필요한 선수라는 임펙트를 키웠죠. 경기력이 나날이 늘어났고 경험까지 쌓으면서 굳이 맨유가 포기해야 할 이유가 없게 됐습니다. 앞으로 강팀에 강한 스페셜리스트로서 이름을 떨칠 전망입니다. "맨유에 오래남고 싶다"는 박지성의 꿈은 현실이 될 것 같은 예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