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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퍼거슨 감독, 베르바토프 한계를 읽었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를 향한 시선은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28경기 20골) 공격수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으며, 또 하나는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외부의 눈빛이 결코 경이적이지 않습니다. 시즌 중반까지 많은 골을 터뜨리면서 지금까지 득점 선두를 지키는 명분을 마련했지만, 그 저력이 시즌 후반에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맨유가 우승을 결정짓는 중요한 일전들을 치르면서 베르바토프의 입지는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베르바토프는 시즌 후반들어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맨유가 치렀던 최근 7경기 중에 1경기 선발 출전에 그쳤으며, 아스널-마르세유전(16강 2차전)은 결장했습니다. 지난달 20일 볼턴전에서 리그 20골 고지에 올랐음에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로테이션 시스템을 피해가지 못했죠. 특히 지난 2일 웨스트햄전에서는 퍼거슨 감독이 베르바토프의 한계를 읽었다는 인상이 짙었습니다. 그동안 베르바토프를 향한 애정어린 신뢰를 보냈지만 승부의 세계에서는 냉정했습니다.

[사진=디미타르 베르바토프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베르바토프, 맨유 주전에서 밀려난 이유

맨유는 웨스트햄전에서 4-2 역전승을 달성했지만 베르바토프는 부진했습니다. 후반 중반에 상대 선수를 투터치 개인기로 제쳤던 장면을 제외하면, 웨스트햄 수비수 압박에 막히면서 공격 포인트 기록에 어려움을 겪었죠. 자신의 경쟁자로 부각되는 에르난데스가 후반 38분 팀의 네번째 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 시킨 것과 상반된 활약상입니다. 공격수의 중요한 척도가 골이라는 점에서 베르바토프와 에르난데스의 희비는 이 경기를 통해 완전히 엇갈렸습니다.

웨스트햄전은 베르바토프의 선발 출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지난달 20일 볼턴전에서 후반전에 교체로 투입하여 팀의 1-0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터뜨렸고, 그동안 약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몰아치는 임펙트를 발휘하며 리그 득점 1위로 발돋움 했습니다. 또한 맨유가 오는 7일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첼시 원정을 앞두면서, 베르바토프는 로테이션 시스템에 의해 웨스트햄전 선발 출전 여부에 힘이 실렸습니다. '강팀에 약하고, 약팀에 강한' 패턴은 유럽 축구에 관심이 많은 국내 축구팬들에게 익히 알려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웨스트햄전에서 베르바토프를 선발 제외 했습니다. 웨스트햄 같은 약팀과의 경기에서는 4-4-2를 쓰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날은 루니를 원톱으로 활용하면서 긱스-박지성-발렌시아가 2선 미드필더를 구성하는 4-2-3-1로 나섰습니다. 최근에 맨유 주전으로 도약했던 에르난데스는 주중 A매치('제3국' 미국에서 파라과이-베네수엘라전 출전)를 소화했기 때문에 웨스트햄전에서 체력 안배가 불가피 했습니다. 불가리아 대표팀을 은퇴했던 베르바토프의 웨스트햄전 선발 제외는 퍼거슨 감독에게 경기력적인 측면에서 안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늬앙스가 강합니다.

웨스트햄은 리그 18위 강등권에 속했습니다. 하지만 맨유전 이전까지 7경기에서 3승3무1패를 거두면서 17위까지 진입했습니다. 히츨스페르거-파커-노블로 짜인 미드필더진이 후방쪽으로 내려 앉으며 압박 위주의 경기를 펼쳤던 것이 주효했습니다. 그래서 수비수들의 활동 반경이 좁혀지면서 존 디펜스 유지 및 대인마크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상대 공격수에게 공간을 열어주지 않는 수비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에, 루니도 후반 21분 프리킥 골을 넣기까지 최전방에서 고립될 수 밖에 없었죠. 박지성도 히츨스페르거-파커-노블과 중앙의 좁은 공간에서 맞서는 장면들이 많았죠. 좁은 공간에서 전방 침투가 떨어지거나, 파워풀한 상대 수비수와의 몸싸움에서 밀리는 베르바토프를 선발로 기용하기에는 맨유의 불안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결국, 퍼거슨 감독의 베르바토프 선발 제외는 '전술적 선택'에서 비롯 됐습니다. 약팀 경기에서 선발로 중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례적인 느낌입니다. 아무리 베르바토프가 상대 압박에 취약하지만 그동안 약팀 경기에서는 에이스급 활약을 펼쳤죠. 또한 맨유가 후반 시작과 함께 에르난데스를 교체 투입하여 4-4-2로 전환한 것은, 퍼거슨 감독이 점찍은 No.2 공격수는 베르바토프가 아닌 에르난데스 였습니다. 다음 경기가 첼시전임을 감안해도, 맨유가 전반전에 0-2로 밀렸기 때문에 골을 터뜨릴 수 있는 옵션이 필요했고 퍼거슨 감독은 에르난데스를 우선적으로 투입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베르바토프의 특징을 모를 리 없습니다. 선수를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조련하며 다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존재가 감독입니다. 베르바토프가 어떤 유형의 팀에게 강하고 약한 것 또한 말입니다. 그런 베르바토프는 최근 챔피언스리그 18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렸으며, 맨유 이적후 챔피언스리그에서 골을 터뜨린 상대는 올보르-셀틱 이었습니다. 두 팀을 32강 본선에서 상대했었죠. 2008/09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FC 바르셀로나전에서는 박지성에게 밀려 선발 제외됐습니다. 또한 라이벌 아스널전에서 최근 7경기 연속 선발로 모습을 내밀지 못했죠. 중요한 경기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던 지난날의 행보가 에르난데스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흐름으로 직결 됐습니다.

물론 베르바토프는 잉글랜드 무대를 주름잡는 공격수입니다. 리그 28경기 20골로 득점 1위를 달리는 것 자체만으로 화력을 검증 받았습니다. 하지만 20골을 넣었던 원동력은 약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몰아넣었던 것, 루니가 쉐도우로서 공간을 왕성하게 누비면서 자신이 최전방에서 골 생산에 집중할 수 있었죠. 박스 안에서 골 냄새를 맡는 위치 선정에 일가견이 있는 공격수이기 때문입니다. 루니가 이타적인 패턴에 힘을 실어줘야 자신의 골이 살아나죠. 하지만 루니는 최근 12경기에서 9골을 넣으며 부활에 성공했습니다. 여기에 에르난데스 폼이 오르면서 베르바토프의 역할이 어중간한 상태가 됐죠.

맨유는 시즌 후반을 맞이하면서 프리미어리그-챔피언스리그-FA컵 우승을 향해 전진해야 합니다. 매 경기가 중요한 상황이죠. 강팀과의 경기에 약했고, 상대 수비의 끈질긴 저항에 맥을 못추는 베르바토프의 문제점은 시즌 후반에 벤치 멤버로 내려앉는 원인이 됐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베르바토프의 한계를 읽은 것이죠. 더욱이, 박지성 복귀는 베르바토프에게 긍정적 현상이 아닙니다. 베르바토프가 박지성의 패스 타이밍을 읽는 판단력이 늦죠. 그 약점을 해소해야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와 맞설 수 있는 내구성이 커집니다. 그동안 지켜왔던 리그 득점 1위 수성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절박한 마음으로 맹활약을 벼를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