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가 챔피언스리그 16강 징크스에서 벗어나 8강 1차전을 접수했습니다. 16강에서 AC밀란을 물리쳤던 토트넘을 상대로 대량 득점 승리를 거두면서 사실상 4강 진출이 유력하게 됐습니다.
레알은 6일 새벽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토트넘전에서 4-0으로 승리했습니다. 엠마뉘엘 아데바요르가 전반 4분과 후반 12분에 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의 해결사로 떠올랐고, 후반 26분에는 앙헬 디 마리아, 후반 42분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추가골을 작렬하며 레알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오는 14일 잉글랜드 런던 화이트 하트레인에서 열릴 2차전에서 0-3으로 패하더라도 4강에 진출하는 유리한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두 팀의 경기는 레알에게 당연했던, 토트넘에게 불운했던 경기였습니다. 토트넘은 애런 레넌의 부상, 피터 크라우치의 퇴장 공백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레알에게 일방적으로 당했습니다. 그럼에도 레알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경기 초반에 포어 체킹으로 상대 수비를 몰아붙이면서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터뜨렸고, 후반전에 3골을 넣으며 대량 득점에 성공하는 화력을 과시했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무리뉴 감독을 영입한 이후에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이길 수 있는' 팀 컬러로 바뀌는데 성공했습니다.
[사진=토트넘전 4-0 승리를 발표한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메인 (C) realmadrid.com]
레알의 포어 체킹, 그리고 아데바요르 선제골
레알은 토트넘전에서 4-2-3-1로 나섰습니다. 카시야스가 골키퍼, 마르셀루-카르발류-페페-라모스가 수비수, 케디라-알론소가 더블 볼란치, 호날두-외질-디 마리아가 2선 미드필더, 아데바요르가 원톱을 맡았습니다. 부상으로 신음했던 호날두-마르셀루가 복귀하면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벤치 명단에는 이과인도 있었죠. 원정팀 토트넘은 4-4-2로 맞섰습니다. 고메스가 골키퍼, 야수 에코토-도슨-갈라스-촐루카가 수비수, 베일-모드리치-산드루-지나스가 미드필더, 판 데르 파르트가 쉐도우, 크라우치가 타겟맨으로 기용됐습니다. 레알전 선발 명단에 포함되었던 레넌이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빠지면서 지나스가 주전으로 나왔죠.
경기 초반에는 레알의 적극성이 돋보였습니다. 토트넘이 후방쪽에서 볼을 소유하면 공격진에서 포어 체킹을 시도하며 볼을 따내는데 집중했습니다. 상대 선수가 하프라인까지 접근하면 두 명 이상의 미드필더가 협력 수비를 펼치며 토트넘에게 전방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호날두가 전반 1분-2분에 슈팅을 시도하며 토트넘 진영을 위헙했죠. 토트넘은 빠른 역습이 주무기이기 때문에 레알이 포어 체킹으로 기선 제압하려 했습니다. 전반 4분에는 아데바요르가 알론소의 오른쪽 코너킥을 헤딩 선제골로 밀어넣으며 레알의 1-0 리드를 주도했습니다.
크라우치 퇴장, 레알의 주도권 우세
레알은 1-0 이후 토트넘 역습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압박을 강화했습니다. 아무리 1-0으로 앞섰지만 토트넘에게 실점하면 원정 다득점에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무실점 승리'가 중요하죠. 특히 미드필더진에서는 한 명의 선수가 대인 마크를 펼치면, 다른 1~2명의 선수가 곡선쪽으로 위치를 잡는 커버링을 펼쳤습니다. 토트넘에게 침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였죠. 이러한 레알의 작전에 토트넘은 공격 템포가 둔화되면서 경기 분위기를 추스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미 미드필더 싸움에서 레알에게 밀렸고, 레알의 아데바요르가 갈라스-촐루카 사이의 공간을 파고들면서 수비 밸런스까지 약화된 상태였죠.
전반 14분에는 토트넘의 크라우치가 경고 누적에 의한 퇴장을 당했습니다. 마르셀루에게 높은 태클을 가했던 것이 발단 이었습니다. 그래서 레알과의 수적 열세에 의해 판 데르 파르트가 4-4-1의 원톱을 맡아야 했습니다. 이에 레알은 미드필더진에서 천천히 볼을 돌리며 점유율을 높였습니다. 토트넘 선수들이 크라우치 퇴장 이후 수비쪽에 무게 중심을 잡았기 때문에 속공은 무리였죠. 전반 20분 아데바요르가 마르셀루에게 스루패스를 받을때의 볼 터치가 길어지면서 공격이 끊어진 아쉬움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공격이 물흐르듯 연결되면서 무난한 경기를 펼쳤죠. 전반 33분 볼 점유율에서 61-39(%)로 앞섰습니다.
토트넘은 베일을 통해 반전의 물꼬를 틀었습니다. 베일은 전반 28분 롱 스로인을 날리며 박스 안쪽 정면에 있던 판 데르 파르트의 슈팅을 유도했고, 1분 뒤에는 도슨이 올려준 롱볼을 왼쪽 측면에서 터치하여 라모스-페페 사이를 뚫고 과감한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습니다. 그동안 수비에 치중하면서 레알 선수들의 활동 반경을 앞쪽으로 끌어냈고, 적절한 시점에 베일을 통한 역습을 노렸습니다. 미드필더진을 생략한 볼 배급 이었지만, 수적 열세에 놓였기 때문에 롱볼이라도 시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33분과 35분에는 각각 촐루카와 베일이 프리킥을 얻으며 세트 피스를 통한 골 기회까지 노렸죠. 경기 내용에서는 밀렸지만 승부 근성에서는 레알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레알은 1-0 이후 토트넘 박스쪽을 위협하는 장면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전반 37분까지 슈팅 10개(유효 슈팅 4개)를 시도했지만 1골에 불과했죠. 토트넘이 크라우치 퇴장을 계기로 수비 응집력이 좋아졌던 원인도 있지만, 레알이 포어 체킹 기회를 잡지 못하거나 공격 옵션끼리의 원투패스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상대 수비를 한꺼풀씩 벗기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41분에는 디 마리아가 박스 가운데에서 슈팅을 날렸던 볼이 도슨의 팔을 맞았지만, 브라이치 주심은 고의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경기를 속개했습니다. 마르셀루가 잦은 오버래핑을 펼치면서 공격의 활기를 띄웠지만 그 이후에 2차-3차 패스가 끊기면서 공격의 지속성이 떨어졌죠.
전반전은 레알의 1-0 우세로 끝났습니다. 경기 초반에 포어 체킹 및 아데바요르 선제골, 크라우치의 전반 14분 퇴장이 레알의 1-0 리드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토트넘은 레넌 부상 및 크라우치 퇴장에 따른 전력 약화에 빠지면서 추가 실점을 줄이는데 안간힘을 다했죠. 만약 레넌-크라우치가 정상적으로 경기를 뛰었다면 제공권 및 스피드에서 자신감을 얻으면서 '공격에 치중했던' 레알에 일격을 가할 명분이 주어졌을 것입니다. 레넌의 공백을 메웠던 지나스가 공격쪽에서 아무런 활약을 펼치 못했던 것이 토트넘에게 아쉬웠죠.
아데바요르-디 마리아-호날두 골, 레알 4-0 승리
토트넘은 후반 시작과 함께 판 데르 파르트를 빼고 디포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판 데르 파르트가 원톱으로서 레알 수비진과 상대하기에는 파워 및 좁은 공간에서의 볼 키핑이 떨어지기 때문에 교체가 불가피했죠. 또한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입니다. 반면 디포는 전형적인 공격수로서 한 방이 있습니다. 올 시즌에는 득점력이 주춤했지만 레드냅 감독 입장에서는 다른 교체 카드가 없었습니다. 후반 초반에도 전반전처럼 수비에 집중하며, 디포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박스쪽에 자리잡고 수비에 가담했습니다. 레알 공격 옵션들을 앞쪽으로 유도하면서 베일-디포를 통한 역습을 노리겠다는 것이 토트넘의 의도입니다.
그러나 토트넘의 견고한 수비는 오래 버티지 못했습니다. 아데바요르에게 또 다시 실점했습니다. 아데바요르는 후반 12분 마르셀루가 왼쪽 측면에서 찔러준 크로스를 박스 중앙에서 헤딩골로 레알의 2-0 리드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토트넘은 아데바요르에게 2실점을 범했던 상황이 모두 노마크 장면 이었습니다. 아데바요르가 상대 수비 빈 공간을 비집으며 헤딩 슈팅을 시도했던 활약상은 골잡이의 진면모가 느껴졌습니다. 원 소속팀 맨시티에서 테베스에 의해 주전 경쟁에서 밀렸지만 레알에서는 2007/08시즌 아스널 시절의 포스를 되찾고 있죠.
레알은 후반 시작과 함께 토트넘의 두꺼운 수비를 공략하기 위해 스위칭을 강화했습니다. 마르셀루가 박스쪽으로 넘어와서 공격에 가담했고, 호날두-외질-디 마리아가 경기 상황에 따라 수비로 자리를 바꾸면서 토트넘 수비수들을 교란했습니다. 추가골을 넣으려면 상대 수비 밸런스를 공략할 수 밖에 없었죠. 그 결과는 마르셀루 크로스에 이은 아데바요르 헤딩골로 이어졌습니다. 토트넘 미드필더진이 수적 열세에 의해 좀처럼 전방쪽으로 올라오지 못하면서 마르셀루가 사실상 미드필더 역할을 소화했죠. 레알 공격 옵션들은 최대 7백까지 형성되는 토트넘 수비를 이겨낼 수 있는 숫자를 확보하는데 성공했죠.
후반 15분 라스(=라사나 디아라) 투입은 마르셀루의 수비 부담을 줄이면서, 토트넘의 역습 의지를 막아내는 효과를 안겼습니다. 라스가 마르셀루 밑쪽에서 위치를 잡으며 커버링에 주력했죠. 5분 뒤에는 공격에 가담하여 동료 선수들과 볼을 주고 받았습니다. 토트넘이 오른쪽에서 이렇다할 공격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더 이상 수비쪽에 머무르지 않아도 됐습니다. 라스 투입은 레알이 사실상 승리 분위기를 굳히는 흐름으로 직결됐죠. 경기 막판이었던 후반 42분에는 27개의 패스를 모두 정확하게 연결하며 조커로서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습니다
레알은 후반 26분 디 마리아의 추가골로 3-0으로 앞섰습니다. 디 마리아는 오른쪽 측면에서 외질의 대각선 패스를 받아 야수-에코토를 앞에 두고 빨랫줄 같은 왼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토트넘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토트넘은 수비 집중력까지 무너지면서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죠. 그 이후 레알은 후반 28분과 31분에 아데바요르-디 마리아를 빼고 이과인-카카를 투입하는 여유를 부렸습니다. 37분 점유율에서 64-36(%)로 앞서는 공격 지향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시간을 벌었고, 후반 42분에는 호날두가 박스 오른쪽에서 카카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추가골을 터뜨렸습니다. 결국 레알은 4-0 완승을 굳히며 2차전에 임하는 마음이 가볍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