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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 세대교체의 화두, 브라질 커넥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끄는 첼시의 숙원은 세대교체 입니다. 그동안 첼시의 영광을 주도했던 황금 세대들이 세월의 물리적인 힘 앞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이미 몇몇 선수들은 기량 쇠퇴로 지난해 여름에 방출되었고 기존 주역들의 페이스도 더 이상 정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주전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29세였을 정도로 스쿼드 노령화 현상이 두드러졌죠. 25인 로스터에 포함된 21세 이상 선수는 19명이며 당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위건과 더불어 가장 최소 규모였습니다. 스쿼드가 엷었다는 뜻이죠.

첼시가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페르난도 토레스, 다비드 루이스 영입에 7500만 파운드(1335억원)를 투자한 것은 세대교체를 이루겠다는 의지였습니다. '27세' 토레스는 당시 첼시의 스리톱이었던 말루다-드록바-아넬카 같은 30대 공격수들을 대체하는 카드였으며, '24세' 루이스는 첼시 수비진의 현재와 미래를 빛낼 선수로 낙점했죠. 비슷한 시기에는 6명의 영건들을 임대보내면서 꾸준한 실전 감각을 쌓으며 기량 업그레이드에 성공하기를 바랬습니다. 그런 첼시의 세대교체 작업은 브라질 국적 선수들을 계기로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루이스-하미레스의 오름세, 그리고 네이마르의 영입?

첼시는 지난 21일 맨시티전 2-0 승리에 힘입어 리그 3위에 진입했습니다. 시즌 중반에 걷잡을 수 없는 성적 부진에 빠졌지만 최근들어 안정을 되찾았죠. 당시 맨시티전에서 골을 넣었던 '브라질 듀오' 루이스-하미레스의 오름세는 첼시가 포효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루이스는 파이팅 넘치는 수비력으로 첼시 후방의 끈끈한 승리욕을 주입했으며, 리그 상위권에 포함된 맨유-맨시티를 상대로 골을 넣는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하미레스는 박싱 데이 이전까지 먹튀 논란에 빠졌지만 그 이후 절치부심끝에 첼시의 기동력을 끌어올리며 팀의 답답했던 공격력을 풀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루이스-하미레스는 포지션 특성상 첼시의 에이스가 아닙니다. 하지만 에이스가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밑거름 역할을 하거나 때로는 자신이 직접 승리를 해결짓는 임펙트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세대교체를 진행중인 첼시에게 필요했던 선수들이죠. 루이스는 테리와 함께 센터백을 형성하지만, 점차 잉글랜드 무대의 경험이 많아지면 첼시 수비진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아우라를 풍길 잠재력이 있습니다. 하미레스는 AC밀란의 소나무 같은 존재인 시도르프처럼 부지런하고 이타적인 움직임으로 미드필더진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기질이 충만합니다. 지금의 맹활약은 앞날의 기량 발전에 적잖은 자신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브라질 대표팀 공격수 네이마르가 첼시 이적을 희망하면서 올해 여름 부터 루이스-하미레스와 한솥밥을 먹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네이마르는 지난 29일 잉글랜드 스포츠 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첼시는 훌륭한 클럽이다. 첼시에서 뛰는 것은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그 순간이 이루어지면 나는 행복할 것이다"라고 밝히며 첼시로 떠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첼시의 러브콜을 거절했지만, 이번에는 본인이 직접 런던행에 긍정적인 발언을 내비치면서 이적 가능성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첼시와의 이해 관계가 맞으면 올해 여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그의 자취를 보게 될 지 모릅니다.

네이마르는 브라질 산토스 소속의 19세 공격수로서, 지난 27일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A매치 스코틀랜드전에서 2골을 넣으며 브라질의 2-0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당시 스코틀랜드 팬들이 자신에게 바나나를 투척하면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널리 알리면서 브라질 축구의 미래를 빛낼 영건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습니다. 10대 후반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브라질 리그에서 많은 골을 터뜨린 활약상에 힘입어 자국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로 도약하는 두드러진 행보를 나타냈죠. 자신의 A매치 데뷔전이었던 지난해 8월 미국전에서 골을 터뜨렸고 같은 시기에 첼시의 영입 제안을 받으며 축구팬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네이마르는 감각적인 개인기와 빠른 순발력으로 상대 수비를 농락하며 골을 터뜨리는 테크니션 입니다. 수많은 브라질 공격수들이 개인기 및 순발력에 능하지만, 네이마르의 경우에는 양발의 간격을 좁히면서 가볍게 툭 밀어치는 드리블의 완성도가 높습니다. 볼을 끄는 단점이 있지만 상대 수비에게 쉽게 볼을 빼앗기지 않는 키핑 및 컨트롤에 능합니다. 자신의 마크맨이 수비에 가담하는 속도보다 더 빠른 움직임 및 방향 전환이 가능하죠. 최전방에서 활동하는 공격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측면 공간이 넓게 벌어지는 특성 때문에 첼시에서 윙 포워드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4-3-3 상황이라면 말루다-아넬카를 대체할 수 있죠.

다른 관점에서는, 첼시가 네이마르를 영입하면 토레스 장기 부진을 대비하는 이점을 얻을 것입니다. 토레스는 그동안 리버풀의 간판 공격수로 이름을 떨쳤지만 첼시 이적 이후에는 무득점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프리미어리그 최다 이적료(5000만 파운드, 890억원)의 가치를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토레스가 거듭된 부진으로 완전히 의욕을 잃게 되면 첼시의 세대교체에 짙은 먹구름이 끼게 됩니다. 토레스가 본래의 실력을 되찾으려면 네이마르 같은 적절한 경쟁자가 필요할 수 있죠. 또한 첼시가 네이마르를 영입하면 그동안 관심을 들였던 파투(AC밀란)를 데려 올 이유가 없습니다. 파투의 지난 두 시즌 활약상은 전반적으로 기복이 심했습니다.

그리고 네이마르의 가세는 첼시의 '브라질 커넥션' 형성을 말합니다. 루이스-하미레스에 이어 네이마르까지 가세하는 세 명의 젊은 브라질 선수들이 첼시의 주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죠. 공교롭게도 세 명은 브라질 대표팀에 속한 선수들입니다. 네이마르는 아직 어린 선수지만, 첼시로 이적하면 루이스-하미레스의 조언을 얻으며 팀 적응이 수월해지는 이점을 얻게 되죠. 공교롭게도, 안첼로티 감독은 AC밀란 사령탑 재임 시절이었던 2007/08시즌 후반기에 호나우두-파투-카카-호나우지뉴 같은 브라질 공격 옵션들을 보유하며 '브라질 커넥션'을 경험한 지도자입니다. 브라질 공격수들의 특징을 잘 알고 있죠.

그렇다고 네이마르의 첼시 이적이 성사된 것은 아니지만, 첼시가 브라질 선수들의 등장에 힘입어 또 하나의 시대를 맞이하는 것은 기정 사실처럼 여겨집니다. 언제까지 드록바-램퍼드-에시엔-테리-애슐리 콜로 버틸수는 없습니다. 첼시가 강팀의 지위를 오랫동안 지키려면 젊고 유망한 선수들을 수혈하여 팀의 미래로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루이스-하미레스가 첼시에 없어선 안 될 존재임을 실력으로 말했다면 네이마르는 브라질 대표팀 및 산토스에서의 활약상을 통해 자신의 천재적 재능을 사람들에게 알렸습니다. 그런 첼시에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일은 산토스를 만족시킬 이적료를 충당하고 협상하는 것입니다. 네이마르에게 파란색 유니폼을 입힐 수 있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