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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 기분좋고 통쾌한 온두라스전 4-0 승리

 

경기 내용에서 우세를 점했고 결과까지 이겼습니다. 아시안컵 이후 빠르고 세밀한 공격 축구가 정착하면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게 됩니다. 가장 반가웠던 것은 대량 득점으로 승리했다는 것입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5일 저녁 8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진행된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4-0으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28분 이정수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전반 43분 김정우, 후반 41분 박주영, 후반 47분 이근호가 온두라스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네 번의 골 장면을 비롯 모든 선수들이 한국의 기분좋고 통쾌한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한국, 공격 지향적인 경기를 펼쳤다

한국은 온두라스전에서 4-1-4-1로 나섰습니다. 정성룡이 골키퍼, 김영권-황재원-이정수-조영철이 수비수, 기성용이 수비형 미드필더, 김보경-이용래-김정우-이청용이 2선 미드필더, 박주영이 원톱을 맡았습니다. 상대팀 온두라스는 4-4-1-1을 활용했습니다. 바야다레스가 골키퍼, 피게로아-사비온-차베스-조니 팔라시오스가 수비수, 이사기레-토마스-클라로스-마리오 마르티네스가 미드필더, 데 레온이 쉐도우, 웰컴이 타겟맨으로 출전했습니다.(조니 팔라시오스는 토트넘에서 뛰는 윌슨 팔라시오스, 마리오 마르티네스도 에밀 마르티네스와 다른 인물입니다.)

그런 한국은 경기 초반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미드필더들과 풀백들이 서로 볼을 주고 받으며 점유율을 늘렸죠. 온두라스 미드필더들이 포백과 폭을 좁히고 후방쪽으로 무게 중심을 잡았기 때문에 한국의 공격 상황이 많았습니다. 전반 7분에는 김정우가 온두라스 박스 중앙에서 김보경-이용래가 왼쪽에서 띄웠던 볼을 왼발로 터치했지만 상대 수비수 옆쪽에서 슈팅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슈팅 타이밍이 늦어지면서 오른쪽에 있던 이청용에게 패스를 날렸습니다. 하지만 이청용은 전반 10분까지 합해서 골문 바깥으로 향하는 슈팅을 두 번이나 날렸습니다. 박스쪽으로 달려드는 움직임은 좋았지만 슈팅의 세기 및 정확도가 떨어졌습니다.

이정수-김정우 골, 기분 좋은 2-0 리드

한국은 전반 11분 점유율에서 61-39(%)로 앞섰습니다. 경기 초반에 많은 공격 기회를 얻었던 흐름이 그대로 이어졌죠. 온두라스가 이청용의 슈팅 2번 이후로 토마스-클라로스를 박스 안쪽으로 내리면서 이사기레-마르티네스가 측면에서 수비 공간을 넓게 잡으면서 본격적인 수비 축구에 돌입했습니다. 전반 14분에는 웰컴이 마르티네스의 오른쪽 크로스를 박스 왼쪽에서 받으며 왼발 발리슈팅을 날렸습니다. 정성룡이 발로 걷어냈지만 역습이 날카로웠습니다. 남아공 월드컵 본선때 '선 수비-후 역습'로 칠레-스페인-스위스와 상대했던 전술을 그대로 활용한 셈입니다. 다행히 골을 내주지 않았지만, 황재원이 웰컴에게 슈팅 공간을 내주는 불안한 위치선정이 아쉬웠습니다.

전반 19분에는 이청용이 또 다시 박스쪽에서 슈팅을 날렸습니다. 온두라스 왼쪽 풀백 피게로아가 왼쪽에서 공간을 내준 틈을 노리며 순간적 돌파에 이은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죠. 오른발 인사이드 슈팅을 시도했지만 파워가 붙지 못하면서 슈팅의 세기가 떨어졌죠. 이청용의 슈팅 파워 부족은 늘 지적되었던 일입니다. 그럼에도 이청용에게 많은 슈팅 기회가 주어진 것은 박주영의 공격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박주영이 차베스-사비온으로 짜인 온두라스 센터백 라인과 경합하고, 이용래-김정우가 상대 수비수 및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을 파고들며 밸런스 파괴를 노린다면, 김보경이 측면에서 볼을 투입하면서 이청용이 해결짓는 형태가 나타났습니다. 선수들의 전체적 움직임은 활발했지만 마무리가 깨끗하지 못한 것이 문제입니다.

한국의 첫 골은 전반 28분에 터졌습니다. 기성용의 왼쪽 코너킥이 문전에서 바운드 된 볼을 이정수가 왼발 슈팅을 날리며 온두라스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세트 피스 상황에서 선제골을 넣었다는 것은 상대 밀집 수비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게 됐습니다. 그 이전까지 골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칫 경기를 어렵게 풀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이정수의 골이 더없이 반가웠습니다. 전반 30분에는 이청용이 한국 진영에서 볼을 잡으며 하프라인쪽을 넘어섰던 박주영에게 빠른 종패스를 띄웠고, 1분 뒤에는 이청용의 오른쪽 크로스가 박주영의 헤딩 슈팅으로 이어졌습니다. 두 장면은 추가골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두 선수 사이의 호흡이 잘 맞았습니다. 이청용-김보경-김정우는 동료 선수의 능동적 움직임을 살리는 패싱력이 인상 깊었습니다.

전반 39분에는 기성용이 한국 진영에서 하프라인까지 볼을 달고 나왔습니다. 2선 미드필더 뒷 공간에서 볼을 투입하면서 홀딩 역할까지 도맡았지만, 온두라스가 수비쪽에 많은 인원을 배치하면서 웰컴쪽을 노리는 역습을 노렸기 때문에 기성용이 공격쪽에 여유가 있었습니다. 전반 43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돌파를 시도했었죠.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이용래-김정우가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펼치면서 커버링이 가능했고, 온두라스가 공격의 맥을 찾지 못하면서 기성용이 앞쪽으로 나왔습니다. 기성용-이용래-김정우의 공존은 무난했습니다. 그리고 전반 43분에는 김정우가 추가골을 넣었습니다. 기성용의 오른쪽 논스톱 패스 및 박주영의 백패스를 김정우가 박스 중앙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한국의 두번째 골을 성공시켰죠.

한국은 전반전을 2-0으로 앞섰습니다. 온두라스 밀집 수비에 흔들리지 않고 상대 수비 배후 공간을 노리는 볼 배급을 줄기차게 시도했고, 공격 상황에서의 빠른 순간 스피드 및 측면까지 넓게 벌리는 위치선정으로 상대 수비 밸런스를 흔들었던 경기 운영이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온두라스 수비가 예상보다 견고하지 못한것도 없지 않았지만 그 흐름을 만든것은 한국 이었습니다. 이청용의 슈팅 4개가 골로 연결되지 못했던 아쉬움을 이정수-김정우가 만회한 것도 좋았습니다. 골을 넣기 위해 경기 집중력의 느슨함을 경계하고 끝까지 공격에 몰두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박주영, 1년 6개월 만에 필드골 작렬...이근호 대표팀 복귀 골 포함 4-0 승리

한국은 교체 선수 없이 후반전에 나섰습니다. 평가전이기 때문에 후반 시작과 함께 누군가 교체 투입할 수 있었지만, 조광래 감독이 전반전 경기력에 만족을 나타냈는지 아무도 벤치로 불러들이지 않았습니다. 후반 초반에는 온두라스 선수들의 무게 중심이 전방쪽으로 쏠리면서 반격을 취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패스가 끊기거나 수비에 가담하는 움직임이 많아졌습니다. 전반전에 일방적인 공격을 펼쳤다면 후반 초반에는 경기가 소강 상태 였습니다. 후반 10분에는 이근호가 김보경 대신에 교체 투입하면서 왼쪽 윙어로 출격했습니다. 허정무호에서는 주로 공격수를 맡았지만 조광래호에서는 왼쪽 윙어로 뛰었죠. 과거 베어벡호에서 맡았던 바로 그 자리 였습니다.

온두라스의 공세에 맞선 한국은 미드필더들의 활동 폭을 늘리는 작전을 펼쳤습니다. 수비시에는 이용래-김정우-이청용이 내려가면서 압박을 펼쳤고, 공격시에는 선수들끼리 대각선 방향으로 마주하면서 볼을 투입했죠. 단순한 짧은 패스 및 횡패스로 공격을 전개하지 않고 상대 수비 배후 공간을 노리는 볼 투입을 전개하며 대각선 패스를 시도했죠. 후반 15분에는 이근호가 박스 오른쪽 부근에서 오버헤드킥을 시도하며 대표팀 복귀 골을 노렸습니다. 왼쪽 측면에서 중앙쪽으로 파고드는 활동 패턴으로 슈팅을 노렸습니다. 1분 뒤에는 이근호가 앞쪽에 있던 박주영에게 긴 스루패스로 문전 침투를 도왔죠. 대표팀 공격이 얼마만큼 다양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적어도 온두라스전을 놓고 보면, 김보경-이근호가 박지성 공백을 메웠습니다. 온두라스 수비진 사이를 파고드는 빠른 순간 스피드 및 기동력, 빈 공간을 이용한 움직임으로 한국의 공격 물꼬를 틀었습니다. 온두라스의 레벨을 감안하더라도, 지난달 터키전에서 구자철이 왼쪽 윙어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비교하면 긍정적 성과를 얻었습니다. 또한 후반 24분 공격지역 패스 성공률에서는 71-38(%)로 앞섰습니다. 후반 초반에 공격 템포가 무뎌졌던 아쉬움을 만회하는데 성공했죠. 온두라스 진영에서 상대 수비진을 공략하는 볼 전개의 세밀함을 시도했던 것이 수치상에서 반영되었죠. 그러면서 온두라스의 공격 의지가 점점 꺾였습니다.

한국은 후반 27분 이청용을 빼고 지동원을 교체 투입했습니다. 그러면서 박주영을 오른쪽 윙어로 내렸습니다. 부상에서 회복되지 얼마 안된 지동원의 대표팀 경험을 기르고, 그동안 혹사 논란에 빠졌던 이청용의 체력을 안배하고, 박주영을 측면으로 돌리는 공격의 다양화가 모두 함축된 장면입니다. 후반 34분에는 박주영이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터치하자 중앙쪽으로 이동하여 논스톱 패스를 날렸고, 이용래가 그 볼을 받아 빈 공간을 침투하여 슈팅을 날렸으나 볼이 떴습니다. 박주영이 그동안 측면에서는 중앙에 있을때에 비해 공격의 파괴력이 반감되는 문제점이 있었지만 온두라스전에서는 무난했습니다. 하지만 두 팀의 전세가 이미 기울어졌고 이사기레까지 교체되었기 때문에 '박주영은 오른쪽 윙어에 어울린다'는 평가는 유보입니다.

그런 박주영은 후반 37분 한국의 세 번째 골을 넣었습니다. 지동원의 왼쪽 크로스를 중앙에서 헤딩골로 밀어 붙였죠. 2009년 9월 5일 호주전 이후 1년 6개월 만에 필드골을 넣었으며, 자신의 50번째 A매치에서 골을 기록하는 겹경사를 누렸습니다. 앞으로 며칠 뒤 소속팀 AS모나코에 복귀하면서 강등권 탈출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온두라스전 골은 선수의 사기를 고취시키는 값진 장면입니다. 그 이후 한국은 후반 41분 조찬호-윤빛가람-박기동을 교체 투입하며(OUT 김정우-이용래-박주영) A매치 출전 기회를 제공했고, 47분에는 이근호가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 슈팅으로 대표팀 복귀 골을 넣은 끝에 4-0 완승을 굳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