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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토트넘 돌풍? AC밀란 승리욕 부족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5위 팀이 이탈리아 세리에A 1위 팀을 제치고 8강에 오르는 순간 이었습니다. 유럽 축구의 현 흐름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였죠. 프리미어리그는 여전히 유럽 축구의 패권을 장악중이며 세리에A는 독일 분데스리가에게 유럽 3대 리그 자리를 내주면서 몰락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AS로마(이탈리아)가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에게 두 번 연속 패했다면, 이번에는 AC밀란이 '챔스 DNA'의 위용을 과시하지 못했습니다.

토트넘과 AC밀란의 진검 승부는 무득점 무승부로 막을 내렸습니다. 10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화이트 하트레인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0-0으로 비겼죠. AC밀란이 슈팅 16-7(유효 슈팅 3-1, 개), 점유율 58-42(%), 패스 시도 572-377(패스 성공 472-266, 개), 패스 성공률 83-71(%)의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끝내 골을 터뜨리지 못했습니다. 이로써, 토트넘은 1차전 1-0 승리에 힘입어 구단 역사상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했습니다. 외형적으로 '돌풍'일지 모르겠지만 16강 2차전 경기 내용에서 뒷받침되지 못합니다.

[사진=AC밀란전 0-0 무승부 및 8강 진출을 발표한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C) tottenhamhotspur.com

AC밀란의 문제점, 토트넘 8강 진출로 직결

토트넘은 AC밀란전에서 4-4-2를 활용했습니다. 고메스가 골키퍼, 야수 에코토-도슨-갈라스-촐루카가 수비수, 피에나르-모드리치-산드루-레넌이 미드필더, 판 데르 파르트가 쉐도우, 크라우치가 타겟맨을 맡았습니다. 베일이 부상에서 말끔히 회복되지 못하면서 피에나르가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죠. 상대팀 AC밀란은 기존의 4-3-1-2에서 4-3-2-1로 변형했습니다. 아비아티가 골키퍼, 얀클로프스키-티아구 실바-네스타-아바테가 수비수, 플라미니-보아텡-시도르프가 미드필더, 파투-호비뉴가 좌우 윙 포워드, 즐라탄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습니다. 가투소는 징계, 피를로는 부상으로 결장했죠.

특히 AC밀란은 90분 동안 경기 흐름을 주도하며 토트넘 진영을 공략했습니다. 전체 이동거리에서는 108.954-114.160(Km)로 밀렸지만, 상대팀보다 더 많은 공격을 펼치면서 여러차례 골 기회를 마련했죠. 앞서 언급했듯, 슈팅-패스-점유율에서 AC밀란이 앞섰습니다. 반대로 토트넘이 전체 이동거리에서 앞섰던 것은 AC밀란의 공세를 막기 위해 부단히 움직였음을 뜻하죠. AC밀란은 1차전 0-1 패배 극복을 위해 2차전에서 공격에 올인해야 하는 숙명이었죠. 상대팀에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중요했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골' 입니다.

하지만 AC밀란의 토트넘전 경기력은 순탄치 못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는데 성과가 나오지 않는 사람을 보는 듯 했죠. 골 기회 부터 불운했습니다. 전반 25분 호비뉴가 문전 쇄도 과정에서 왼발로 슈팅을 날렸던 볼이 야수-에코토 몸을 맞고 골문쪽으로 굴절됐습니다. 그런데 갈라스가 골문 앞에서 오른발로 볼을 침착하게 걷어내면서 골이 무산됐죠. 후반 31분 파투, 후반 46분 호비뉴가 골과 근접한 슈팅을 날렸지만 끝내 골망을 가르지 못했습니다. 반면 토트넘은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어느 모 스포츠 유명 만화의 유행어처럼 8강 진출의 쐐기를 박는 어떠한 임펙트 없이 목표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답답한 공격을 일관하며 AC밀란에게 끌려다니는 경기 운영을 펼쳤죠.

AC밀란의 무실점 의지는 좋았습니다. 지난 1차전에서 안토니니가 레넌의 빠른 스피드에 의한 공격력에 철저히 농락당했던 것을 극복하기 위해, 2차전에서는 얀클로프스키가 안토니니 대신에 선발 출전 기회를 잡으면서 레넌에게 뒷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데 주력했습니다. 오른쪽 수비에서도 아바테가 피에나르를 따라다녔죠. 플라미니-시도르프 같은 좌우 인사이드 미드필더들이 풀백과 거리를 좁히면서 커버링을 시도하며 토트넘의 측면 공격 길목을 차단했습니다. 티아구 실바-네스타는 크라우치와 정면 경합하면서 끈질기게 마크했죠. 그 과정에서 판 데르 파르트는 공격에서 이렇다할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고립됐습니다.

문제는 공격진입니다. 파투-즐라탄-호비뉴의 폼이 안좋았죠. 동료 선수들이 골 기회를 만들어주는 밥상을 차리는데 분주했지만, 세 명의 공격수는 수저를 어떻게 떠야 할지 몰랐습니다. 두 명 혹은 세 명 사이에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연계 플레이가 수없이 실패했죠. 파투는 패스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볼 터치가 불안정했고, 즐라탄은 박스 안쪽이 아닌 바깥쪽에서 활동이 많아지면서 파투-호비뉴와의 동선이 겹쳤고, 호비뉴는 골 결정력 불안 및 볼을 끄는 플레이로 팀 공격 템포가 느려지는 문제점을 남겼으며 파투-즐라탄 사이에서 걷도는 인상 이었습니다. 특히 호비뉴는 슈팅 5개 및 패스를 받아내는 움직임이 능동적이었지만 공격에 불씨를 키우는 세밀함이 부족했습니다.

파투-즐라탄-호비뉴의 개인 기량은 월드 클래스급 입니다. 하지만 세 명이 서로 힘을 합칠 때는 공격의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지 않습니다. 어느 누구도 박스쪽에서 상대 수비와 지속적으로 경합하지 못하면서 토트넘 수비에 읽히는 문제점을 나타냈죠. 동료 선수들이 토트넘 박스 부근까지 접근하면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경합을 펼쳤던 장면도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박스 바깥쪽으로 내려와서 볼을 받거나 또는 자기 위치를 지키는 경우가 다반사 였습니다. 특히 즐라탄은 패스 정확도 64%(18/28개)에 그치면서 공격의 효율성을 떨어뜨렸죠. 그래서 토트넘 수비수들이 세 명의 공격수를 수월하게 방어했습니다. 그런 장면들이 누적되면서 AC밀란이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AC밀란은 토트넘 수비를 공략하겠다는 특단의 조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반전에 0-0으로 마쳤다면 후반전에는 그 이전보다 더 많이 뛰고 여러차례 슈팅을 날리는 적극성이 필요했지만, 전반전과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여유를 부립니다. 파투-즐라탄-호비뉴는 여전히 공존에 실패했고 공격의 일변도가 세 명에게만 집중됐습니다. 플라미니-보아텡-시도르프가 공수 밸런스 유지 및 볼 배급 같은 임무가 있었지만, AC밀란은 후반전에 골이 필요했기 때문에 포메이션을 공격적으로 바꿨어야 했습니다. 예를 들면 좌우 윙어를 앞쪽으로 끌어올리고 풀백의 활동 폭을 늘리는 플랫 4-4-2로 말입니다.(AC밀란에게 익숙하지 않은 전술임을 감안해도) 하지만 투쟁심이 빛을 잃으면서 끝내 골 생산에 실패합니다. 골을 넣으며 8강 진출을 이루겠다는 승리욕이 부족했죠.

반면 토트넘은 단조로운 공격이 문제였습니다. 피에나르-레넌이 측면에서 막혔던 것은 둘째치고, 크라우치의 포스트 플레이에 의존하고 말았죠. 크라우치는 8개의 파울을 기록하며 AC밀란 수비수에 밀리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1차전처럼 승리의 해결사가 되기에는 혼자만의 힘으로 역부족 이었습니다. 주변 동료 선수들이 도와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후반 20분에는 베일이 교체 투입했지만 볼을 잡을 기회가 적었습니다. 그래서 토트넘은 후반 24분 지나스 투입과 동시에 6백 또는 7백으로 전환한 것과 다름 없는 수비 중심의 축구를 했죠. 결국 무실점에 성공하면서 8강 진출을 굳혔습니다. AC밀란의 문제점과 직결된 결과였습니다.

토트넘이 8강에서 어떤 팀과 상대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AC밀란과의 16강 1~2차전 경기력을 놓고 보면 공격력이 '뻔하다'는 느낌입니다. 측면 옵션이 빠른 스피드에 의한 드리블 돌파, 크라우치가 박스쪽에서 포스트플레이를 펼치면서 공중볼을 따내는 패턴이 정형화 되었습니다. 모드리치가 공격을 짊어지기에는 골이 부족한 것이 문제입니다. 또한 모드리치는 베일과 발을 맞춰야 중앙에서 공격력이 살아나는 성향이죠. 결국, 토트넘이 8강에서 공격력이 향상되려면 베일이 원래의 폼을 되찾아야 합니다. 상대팀도 베일 봉쇄를 위한 전략을 짜겠지만, 피에나르-레넌 보다는 베일-레넌 조합이 더 위협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