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2연패를 당했습니다. 그것도 상대팀은 첼시-리버풀 같은 라이벌 이었습니다. 한때는 리그 무패 우승 가능성이 고조되었으나 이제는 스쿼드 체력 저하, 몇몇 선수들 부상에 의해 실전에 가용할 인원이 한정적입니다. '산소탱크' 박지성 복귀가 절실해진 이유죠. 물론 박지성이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지만 맨유가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여론에서는 박지성과 관련된 또 하나의 이슈가 등장했습니다. 맨유가 지난 3개월 동안 에브라-안데르손-긱스-플래처-캐릭과의 재계약에 합의하면서 내년 6월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박지성 재계약 여부가 수면 위에 올라왔습니다. 맨유는 해당 선수의 계약 기간이 1년 남으면 재계약을 통보하는 만큼, 박지성이 원하는 '맨유 롱런'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특히 잉글랜드 현지 언론에서 박지성 이적설 혹은 방출설을 제기하면서 국내에서도 재계약과 관련된 말이 많아졌죠. 박지성은 바이에른 뮌헨(독일) 유벤투스, 라치오(이상 이탈리아) 이적설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내 여론의 전체적인 반응을 놓고 보면 '박지성 잔류'쪽에 무게감을 두고 있습니다. 박지성 이적설이 계속 될 가능성이 없지 않겠지만,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진=박지성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맨유 선수들, 어느 누구도 이적설을 피해가지 못했다
우선, 박지성 재계약에 대해서는 성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직 햄스트링 부상에서 복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부상 회복 및 컨디션 향상에 전념해야 할 때입니다. 재계약을 지금 맺는 것은 문제 없지만, 맨유 입장에서는 부상 중인 선수를 관리하겠다는 측면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또한 박지성은 맨유의 침체 속에서도 무리하게 복귀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박지성은 팀 전력에 복귀하면 아시안컵 이전의 포스를 과시해야 하는 숙명에 놓였습니다. 맨유와의 재계약을 굳힐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입니다.
우리들은 지금까지 박지성 이적설 혹은 방출설에 민감했습니다. 한때 여론에서 지긋하게 불거졌던 '박지성 위기론'의 잔재가 아직 남아있죠. 여전히 '방출'이라는 단어가 운운되는 것 부터 말입니다. 현지 언론에서 박지성 이적과 관련된 보도를 내보내면 '혹시 떠나는거 아냐?'라는 생각을 가지기 쉽습니다. 루니-호날두(현 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 같은 맨유의 에이스가 아닌 로테이션 멤버이기 때문에 팀 내 입지와 관련된 말이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올 시즌 중반에는 붙박이 주전이라 할 수 있었지만, 정확히는 다른 측면 옵션들의 줄부상으로 선발 출전 빈도가 늘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맨유 미드필더진은 2년 전 호날두를 제외하면 모두 로테이션 멤버들 입니다.
하지만 박지성 이적설에 대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맨유의 주축 선수 중에서 이적설에 시달리지 않은 선수가 없다는 것을 우리가 인지해야 합니다. 루니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10월말 맨유와 재계약을 맺기 전까지 첼시-레알-맨체스터 시티-FC 바르셀로나로 떠날 것이라는 이적설이 줄곧 제기 되었죠. 물론 루니의 경우에는 선수 본인이 "맨유는 야망이 없다"며 팀을 떠나기를 바랬습니다. 다만, 레알 이적설은 지난 시즌부터 제기 되었죠. 박지성과 엄연히 다른 케이스지만, 결과론적 관점에서는 루니도 이적설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맨유 현 주장' 비디치가 지난 시즌 방출설에 휩싸였던 것은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2009년 가을에 현지 언론에서 나돌았던 '살생부' 명단에 있었죠. 나니-캐릭-포스터(현 버밍엄)과 함께 말입니다. 훈련 도중에 어린 선수들에게 거친 태클을 범하여 팀 분위기를 해쳤다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나니 같은 경우에는 비슷한 시기에 자국(포르투갈) 언론을 통해 퍼거슨 감독을 비판한 전례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포텐이 폭발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국내 축구팬들의 눈총을 받았죠. 하지만 비디치-나니는 지금의 맨유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들입니다. 비디치는 그동안의 꾸준한 활약을 인정받아 주장을 맡았고, 나니는 퍼거슨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습니다. 현지 언론이 제기하는 이적설이 신빙성 없음을 입증한 꼴입니다.
캐릭-안데르손-베르바토프도 이적설의 단골 손님 이었습니다. 세 명의 선수는 지금까지 기복이 심한 활약을 펼치면서 이적설이 잦았습니다. 방출설도 같은 부류였죠. 그럼에도 세 명은 여전히 맨유에서 뛰고 있습니다. 캐릭-안데르손의 경우에는 최근에 재계약을 맺었죠. 베르바토프도 재계약을 할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에르난데스까지 레알 이적설로 주목을 끌고 있죠. 에르난데스는 올 시즌 슈퍼 조커로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솔샤르의 재림'이라는 찬사를 받은것은 물론 이적설까지 따라왔습니다. 현지 언론이 제기하는 이적설은 그저 현지 언론의 생각 혹은 추측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한 이적설은 활약이 좋은 선수와 나쁜 선수에 관계없이 나타나는 현상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현지 언론이 제기하는 박지성 방출설 또는 이적설은 꾸준히 제기되었던 이슈입니다. 그렇다고 현지 언론의 말이 무조건 맞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이적설은 틀린 경우가 제법 많았습니다. 가깝게는 박지성이 지난해 바이에른 뮌헨(독일)로 떠날 것이라는 이적설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맨유에 잔류했죠. 어떤 현지 언론에서는 박지성과 필립 람이 트레이드 될 것이라는 루머를 제기했지만, 뮌헨 입장에서 필립 람을 다른 팀에 보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편승해서, 한때는 국내 여론에서 "박지성은 이적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되었지만 올 시즌에 완전히 꺾였죠.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박지성은 오랫동안 현지 언론에서 저평가를 받았던 선수입니다. 2005년 맨유 입단과 동시에 '마케팅용'이라는 비아냥을 받은 것에서 비롯됐죠. 퍼거슨 감독이 2006/07시즌에 "박지성은 내가 경험해 본 선수 가운데 가장 저평가된 선수 중 한 명이다"고 언급할 정도로 말이죠. 그동안 맨유에서 철저히 이타적인 경기를 펼쳤기 때문에 다른 주력 선수들보다 눈에 띄지 못했고, 올 시즌을 제외하면 공격력에 대한 임펙트가 부족했기 때문에 현지 언론의 저평가를 받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스카이스포츠> 평점을 100% 신뢰할 수 없는 것 처럼, 현지 언론도 결국에는 사람입니다.
현지 언론에서 박지성 이적설 또는 방출설을 제기하는 것은 그들 관점에서는 당연할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저평가를 내렸기 때문에 이적설이나 방출설에 익숙했을지 모르죠. 선수 본인이 최근에 아시안컵 차출 및 햄스트링 부상에 따른 공백기를 보냈던 만큼, 어쩌면 현지 언론에서는 박지성이 지난해 12월 14일 아스날전까지 시즌 6호골을 터뜨렸던 활약상을 잊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그들의 팬 문화도 특정 선수의 활약상에 따라 평가가 '그때그때 달라요'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박지성 이적설이 제기되면 '맨유를 떠나는 것 아닌가?', '팀 내 입지는?'과 비슷한 부류의 걱정을 늘여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박지성이 복귀 후 시즌 종료까지 극심하게 부진하지 않는 이상 말입니다.
다만, 박지성 이적설은 앞으로 제기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맨유가 측면에 가용 할 수 있는 믿을만한 선수가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박지성-긱스-발렌시아-나니는 부상이 잦았거나 체력 저하에 시달렸던 아쉬움이 있습니다. 맨유의 다음 시즌 성적 향상을 위해서는 윙어 영입은 필수입니다. 오베르탕-베베의 실력이 늘지 않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또한 맨유가 베일(토트넘) 애슐리 영(애스턴 빌라) 같은 다른 팀의 왼쪽 윙어 자원들에 대한 관심이 오래전부터 있었던 점도 눈여겨 봐야 합니다. 그런데 맨유는 대형 선수를 영입할 자금이 마땅치 않습니다. 박지성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활약상이라면 맨유와 재계약 맺으리라 예상하지만(슬럼프에 빠진 캐릭이 재계약을 맺었습니다.), 그의 이적설을 느긋한 마음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