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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스날vs토트넘, 그들이 챔스에서 맞붙으면?

 

이번주에 진행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은 북런던을 연고로 하는 팀들이 웃었습니다. 토트넘은 16일 AC밀란 원정에서 피터 크라우치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었고 아스날은 17일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전에서 5분의 기적을 연출하며 2-1 역전승을 달성했습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짭짤한 결과를 거두지 못했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입장에서는 토트넘-아스날의 16강 1차전 승리가 반갑습니다.

두 팀은 오는 3월 둘째주(9~10일)에 열릴 16강 2차전에서 최소 무승부를 기록해도 8강 진출이 가능합니다. 토트넘의 2차전 행보는 밝습니다. 홈에서 AC밀란과 상대하면서 부상중인 가레스 베일까지 복귀할 예정입니다. 모드리치-판 데르 파르트는 최근에 각각 맹장수술 및 정강이 부상으로 신음했지만 2차전에서는 몸이 충분히 회복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AC밀란은 젠나로 가투소가 경고 누적으로 2차전에 출전할 수 없습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큰 경기에 약한 징크스가 있죠. 토트넘은 저메인 디포의 끝없는 부진이 고민거리지만 1차전에 임했던 마음에 비해 가볍습니다.

아스날은 2차전에서 바르사 원정에 임하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 바르사와의 8강 2차전 원정에서 리오넬 메시에게 4골을 허용하며 1-4로 대패 했습니다. 아무리 아스날이 1차전에서 승리했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여전히 바르사가 우세이며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아스날이 1차전에서 역습 축구로 바르사를 제압한 것은 2차전을 밝게 합니다.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의 폭을 좁히면서 바르사 선수들의 활동 반경을 앞쪽으로 끌어올리도록 유도했고, 그 과정에서 드리블 돌파 및 종패스에 의한 역습이 주효하면서 바르사의 허를 찔렀죠. 바르사가 2차전에서 골을 노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아스날은 2차전에서 역습으로 맞설 것입니다.

[사진=세스크 파브레가스vs가레스 베일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만약 아스날과 토트넘이 8강 진출에 성공하면 챔피언스리그를 바라보는 지구촌 축구팬들의 시선이 특별할 것입니다. '북런던 더비'를 형성하는 두 팀이 8강 또는 그 이상의 토너먼트 무대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축구팬들은 프리미어리그의 흥행 컨텐츠 중에 하나인 북런던 더비를 유럽 최고의 팀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끽할 수 있습니다. 8강에서 조추첨이 있기 때문에 두 팀의 대결이 성사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그보다는 8강 진출에 성공해야 하지만), 챔피언스리그의 새로운 이슈를 자극할 수 있는 매치업인 것은 분명합니다. 아직 챔피언스리그에서 단 한번도 격돌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북런던 더비의 역대 전적은 아스날이 165전 69승44무52패로 토트넘을 앞섰습니다. 지난 2009년 10월 31일 토트넘전에서 3-0 완승을 거두기까지 10년 동안 프리미어리그 20경기 연속 무패(11승9무)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두 번의 프리미어리그 2경기에서는 토트넘에게 모두 패했습니다. 토트넘이 중위권 혹은 중상위권 클래스에서 빅4로 발돋움했던 최근의 행보가 북런던 더비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토트넘이 지난해 11월 20일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거둔 3-2 승리는 아스날 원정에서 17년 만에 승리한 결과 였습니다. 이제는 북런던 더비에서 격돌하면 누가 승리할지 예측불허 입니다.

토트넘은 올 시즌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았습니다. 32강 A조 본선에서 인터 밀란을 제치고 조 1위로 16강에 올랐으며, 16강 1차전 AC밀란 원정까지 승리하면서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다크호스로 떠오를 조짐을 나타냈습니다. 비록 챔피언스리그 경험이 부족하지만 현 스쿼드를 놓고 보면 이번 대회에서 두각을 떨칠 잠재력이 충만합니다.

이러한 토트넘의 오름세는 아스날이 자극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16강에서 바르사에게 탈락하고 토트넘이 8강에 진출하면 북런던 라이벌 관계로서 체면을 구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토트넘 팬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수 있죠. 토트넘보다 더 나쁜 성적으로 프리미어리그를 마쳤던 시즌이 근래에 없었습니다. 어쩌면 아스날이 바르사와의 16강 1차전 역전승을 거둔 것은, 경기 하루 전에 열렸던 토트넘의 AC밀란전 승리를 의식했을지 모릅니다. 2차전 바르사 원정에 임하는 마음은 어느 때보다 비장할 것입니다.

두 팀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맞붙을 경우, 세스크 파브레가스(아스날) 가레스 베일(토트넘)의 맞대결이 지구촌 축구팬들의 이목을 끌게 됩니다. 파브레가스와 베일은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프리미어리그에서 촉망받는 미드필더의 저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파브레가스는 아스날의 주장이자 에이스로서 팀의 우승을 이끌어야 하는 숙명에 있다면, 베일은 메시-호날두 같은 당대 최고의 '축구 천재' 계보를 이어갈 수 있는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상대가 아스날이라면 의욕을 불태울 것임에 분명합니다. 강력한 임펙트로 지구촌 축구팬들의 뇌리를 박을 수 있는 적절한(?) 상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북런던 더비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던 이유는 잉글랜드 출신 센터백 숄 캠벨(뉴캐슬)이 결정타 였습니다. 1992년 부터 2001년까지 토트넘에서 활약했고 한때 팀의 주장을 역임했던 선수였죠. 하지만 2001년에 다른 팀으로 이적하게 되는데, 그 팀은 토트넘의 철천지 원수였던 아스날 이었습니다. 토트넘 일부 팬들에게 살해 협박을 받으면서 배신자라는 이름으로 엄청난 야유에 시달렸죠. 현지에서 두 팀의 관계가 나쁜 쪽으로 극에 치달았던 포인트가 바로 캠벨의 이적 이었습니다.

최근 북런던 더비를 뜨겁게 달구는 키워드는 '윌리엄 갈라스' 입니다. 2006/07시즌 부터 지난 시즌까지 아스날 소속으로 뛰었던 센터백으로서 한때 팀의 주장이자 등번호 10번을 달고 뛰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에 토트넘으로 이적하면서 아스날 팬들에게 원성을 샀습니다. 캠벨이 토트넘의 주장 출신으로서 아스날로 이적했다면 갈라스는 그 반대의 케이스 였습니다.

갈라스는 지난해 11월 20일 아스날과의 경기 전에는 자신의 프랑스 대표팀 동료였던 사미르 나스리에게 악수를 거부 받았습니다. 경기 후에는 나스리를 비난하는 인터뷰를 했었죠. 갈라스가 지난 2008년 가을에 발간했던 자서전에서 나스리에게 불편한 감정을 내비친 것이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진 화근으로 작용했습니다. 자서전에서는 S라고 지칭했지만 결국에는 나스리로 밝혀졌죠.

만약 아스날과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격돌하면 '갈라스vs나스리'의 갈등이 또 다시 불거질 수 있습니다. 갈라스와 나스리가 서로의 악수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서로가 현지 언론을 통해 맹렬히 비난을 가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갈라스는 나스리의 공격을 방어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갈라스는 센터백, 나스리는 윙 포워드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매치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스리는 상대 박스쪽을 침투하는 움직임이 많은 선수로서 갈라스와 볼을 다투거나 공간 싸움을 펼치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서로 지지 않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며 북런던 더비의 열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할 것입니다.

물론 아스날과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 8강 또는 그 이상의 토너먼트에서 맞붙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아직 16강 2차전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챔피언스리그에서 북런던 더비를 보고 싶다면, 아스날과 토트넘의 16강 2차전 행보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최고의 매치업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그동안 토너먼트에서는 빅 클럽끼리 격돌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스날과 토트넘은 지역 라이벌 관계이며 챔피언스리그에서 단 한번도 격돌하지 않은 특수성이 있습니다. 과연 두 팀이 8강 진출에 성공하면 조추첨 결과가 주목됩니다. 8강 부터는 자국 클럽끼리의 맞대결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