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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대표팀 은퇴 타이밍, 시의 적절했다

 

그야말로 대표팀 수난시대 입니다. 아시안컵에 출전했던 해외파 태극 전사들이 부상 및 혹사 후유증, 컨디션 저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박지성은 맨체스터 시티전 하루 전에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고, 차두리는 발목을 다치면서 시즌 아웃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이영표는 손등 부상으로 신음했고, 구자철은 최근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링거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청용의 혹사는 두말 할 필요 없으며, 기성용은 지난 13일 던디 유나이티드전에서 컨디션 난조로 부진했습니다. 이래저래 우울한 소식들 입니다.

그 중에서 '산소탱크' 박지성(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을 거론하고 싶습니다.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지만 여전히 부상 악령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잉글랜드와 한국을 오가며 맨유 및 대표팀 일정을 소화했지만 무릎 부상이 깊어졌죠. 2003년 3월에 무릎 연골판 제거 수술을 받았고 2007년 4월에 연골 이식수술을 받으면서 9개월 부상 공백을 겪었지만, 그 이후 여러차례 무릎 통증이 찾아오면서 경기를 거르는 횟수가 잦아졌습니다. 축구 선수로서 은퇴하기 전까지 무릎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완벽한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언론에서는 박지성 무릎을 '시한부'에 비유합니다.

최근에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것은 아시안컵 출전에 따른 피로 누적 때문입니다. 햄스트링은 허벅지 뒷쪽 근육의 힘줄이 늘어나거나 끊어지는, 혹은 통증을 호소하는 부상을 말합니다. 과도한 일정을 소화했던 선수들이 당하기 쉬운 부상이죠. 이동국은 지난해 5월 16일 A매치 에콰도르전을 치른 뒤 햄스트링을 다쳤습니다. 그 경기 이전에 전북 소속으로서 호주 원정을 다녀왔고, 지난해 초 대표팀 동계훈련을 시작으로 빠듯한 일정을 소화한 것이 누적이 되어 햄스트링에 무리가 왔죠. 또한 야구를 예로 들면, 5년 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출전했던 최희섭-김병현-김선우 같은 당시 메이져리거들이 대회 종료 후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햄스트링 부상 사례는 여럿 있습니다.

그런 박지성은 아시안컵에서 4강 일본전까지 쉴새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했습니다. 아시안컵은 단판 승부였기 때문에 평소보다 체력 소모가 컸고 부상이 누적되기 쉽죠. 그 여파는 3~4위전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무릎에 물이 차오르면서 끝내 결장했고, 그 이후에는 햄스트링까지 다쳤습니다. 최근 2주 동안 두 번의 부상을 당했죠. 그동안의 피로 누적 및, 맨유 구단이 그동안 박지성 몸을 세심하게 관리했음을 상기하면 햄스트링 부상에 따른 결장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습니다. 부상 이후 실전 감각을 단시간 안에 되찾을지 알 수 없지만 무리한 출전은 금물입니다.


[사진=박지성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박지성 대표팀 은퇴는 그동안 여론 및 축구계에서 찬반 여부를 놓고 뜨거운 논란으로 떠올랐습니다. 여론에서는 박지성의 은퇴 입장을 받아주는 분위기였지만 축구계는 반대하는 입장이 대세였죠. 대표팀 전현직 사령탑을 맡은 허정무-조광래 감독도 박지성 은퇴를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의 무릎 부상 악령이 아시안컵 대회 기간 중에 찾아오면서 결국 은퇴를 받아들였죠. 특히 조광래 감독은 박지성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뛰기를 희망했지만, 산소탱크가 2014년까지 잉글랜드와 한국에서의 일정을 동시에 병행하며 대표팀을 책임지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중요 A매치 경기에만 뛰는 선별적 차출 또한 같은 맥락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박지성이 최근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대표팀에서 은퇴한 타이밍이 시의 적절했음을 알게 됐습니다. 2009년 6월 부터 염두했던 '2011년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 은퇴' 결정이 옳았다는 것 말입니다. 물론 30세의 나이에 대표팀과 작별한 것은 '연령상으로' 시기가 빠릅니다. 박지성 본인도 은퇴 기자회견을 통해 "아직은 이른 나이일 수도 있다"는 언급을 했죠. 하지만 잦은 무릎 부상 및 그동안 대표팀과 맨유를 병행하면서 장거리 비행을 감수했던 특수성을 놓고 보면 대표팀 은퇴는 당연한 수순 이었습니다. 한국 축구를 위해 많은 것을 공헌하면서 부상 및 맨유에서의 컨디션 저하까지 감수했던 현실을 떠올리면 더 이상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가혹합니다.

한 가지 가설을 제기하면,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가 많은 사람들의 만류 또는 조광래 감독을 비롯한 대한축구협회의 완강한 거부가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유럽파들 처럼 지난 10일 A매치 터키 원정에 뛰었을지 모릅니다. 혹사로 신음했던 이청용이 터키 원정에 합류했던 것을 미루어봐도 알 수 있죠.(터키 훈련에 합류했으나 부상으로 결장) 박지성의 부상 위험성이 더 커졌을지 모를 일입니다. 아무리 박지성이 산소탱크라 할지라도 이제는 30대가 되었기 때문에 운동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맨유-대표팀 일정을 계속 병행하면 기량 저하에 시달리기 쉽습니다. 결국, 박지성은 자신이 대표팀을 떠날 시점을 잘 파악했죠.

어쩌면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 타이밍은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이후가 적절했을지 모릅니다. 그 이후 맨유에 전념하며 소속팀을 위해 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죠. 자신의 목표가 '맨유 롱런'이기 때문에 소속팀이 중요했습니다. 결과론적 관점에서는, 아시안컵 이전까지 올 시즌 6골 4도움을 기록하며 맨유 입단 후 최상의 공격력을 펼쳤던 포스를 지금까지 이어갔을지 모릅니다. 맨유 입장에서 박지성 차출은 엄연히 전력 손실이었기 때문이죠. 퍼거슨 감독이 공개적으로 아쉬워했을 정도로 말입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아시안컵이 끝난 뒤 은퇴하기를 원했습니다. 한국 대표팀 주장으로서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숙명이었기 때문이죠. 비록 한국은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했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51년 만의 아시아 제패를 염원했을 것입니다. 2000-2004년 아시안컵에서 우승 좌절을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대표팀이 그동안 메이져 대회에서 우승했던 사례가 극히 적었다는 점에서 아시안컵 우승은 욕심을 냈을지 모릅니다. 또한 아시안컵은 아시아 최고의 팀을 가리는 중요한 대회입니다. 박지성의 참가는 당연한 순리죠. 그래서 2011년 아시안컵은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최적의 타이밍 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박지성은 '맨유에서 오랫동안 뛰고 싶다'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야 합니다. 30세의 나이에 대표팀 은퇴를 결심한 이유중에 하나는 맨유에 전념 하겠다는 뜻이죠. 그동안 자신을 믿고 성원했던 국민들을 생각해서라도, 대표팀을 떠났던 몫을 맨유에서 최상의 경기력으로 되갚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근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맨유에서 6시즌 동안 로테이션 시스템에서 단련되었기 때문에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지금의 햄스트링 부상을 제외하면 대표팀에서 은퇴하면서 부상에 대한 부담감을 극복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