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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 축구, 터키전에서 얻은 10가지 교훈

 

한국 축구 대표팀의 A매치 터키 원정 0-0 무승부는 아쉬웠던 경기였습니다. 전반전 경기 내용에서 터키에게 밀렸고, 후반 13분 엠레 벨로조글루의 퇴장으로 수적 우세를 점했으나 끝내 상대 골망을 가르지 못했죠. 터키의 홈 경기 8연승을 끊은 것이 위안이겠지만 경기 전체적 관점에서는 만족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는 시각에서는 뜻깊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터키전에서 얻은 10가지 교훈을 정리했습니다.

1. 박지성 빈 자리는 컸다. 하지만 박지성은 잊어야 한다

박지성 공백을 하루 아침에 메울 수는 없습니다. 대표팀이 2004년 아시안컵을 시작으로 박지성에게 에이스를 맡겼고 그 흐름이 7년 동안 계속 되었기 때문에 누군가 빈 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한국이 터키 원정에서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던 원인은 박지성처럼 공격의 구심점을 잡아 줄 선수가 없었습니다. 터키 박스쪽을 공략하는 연계 플레이의 세기 및 정확성이 떨어졌던 것도 박지성 은퇴 공백과 맥락이 같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잊어야 합니다. 대표팀을 떠난 선수에게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합니다. 혹시 누군가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를 주장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2014년에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2. 구자철-박주영, 왼쪽 윙어는 어색하다

박지성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은 김보경-염기훈-최성국 같은 왼쪽 윙어 자원들입니다. 전문 측면 자원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터키 원정에서는 구자철이 왼쪽 윙어를 맡았습니다. 대표팀에 복귀한 박주영과의 공존 차원에서 측면 전환이 불가피했죠. 하지만 왼쪽에서 이렇다할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전반 20분 박주영이 왼쪽을 맡았고, 후반 20분 이전에는 지동원-남태희가 스위칭 과정에서 왼쪽을 도맡다가 그 이후에 최성국-박주영이 왼쪽을 책임졌습니다. 구자철 왼쪽 윙어 전환은 실패작이었죠. 그러나 구자철은 중앙에서의 활약에 익숙한 선수입니다. 박주영도 왼쪽에서는 중앙에 비해 공격이 잘 풀리지 않는 특성이 있죠. 구자철-박주영은 왼쪽 윙어로서 어색했습니다.

3. 홍철, 부족했지만 열심히 했던 A매치 데뷔전

터키전에서는 이영표 대표팀 은퇴 공백을 메울 조타수로 홍철이 등장했습니다. 홍철은 공격쪽에서 왕성한 기동력과 투지넘치는 움직임을 자랑하죠. 그런데 터키전에서는 이러한 장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터키 오른쪽 윙어 알틴톱을 견제하느라(알틴톱은 한국전 이전까지 왼쪽 윙어로 출전) 공격을 시도하는 여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오른쪽 풀백 홍정호가 수비쪽에서 공헌을 했다면 홍철은 공격에 승부수를 띄워야 했습니다. 특히 알틴톱은 경기 중반부에 이르러 페이스가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수비에서는 알틴톱에게 뒷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나름 열심히 뛰었습니다. 상대가 공격적 재능이 강하기 때문에 페이스에서 밀리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A매치 데뷔전 치고는 수비력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4. 홍정호, 조용형에게 없는 장점이 있었다

홍정호의 오른쪽 풀백 전환은 의외였지만 성공적인 활약을 펼쳤다는 점에서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터키의 왼쪽 윙어 에키치 봉쇄에 성공했습니다. 터키가 전반전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끌고가면서 점점 힘에 부쳤던 것도 홍정호 수비력과 연관이 깊죠. 지난 아시안컵 일본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성공적으로 소화한 것을 미루어보면 수비 센스가 뛰어난 선수라고 봐야합니다. 대표팀의 멀티 플레이어로 두각을 떨친 것은 조용형에게 없는 장점이 있음을 의미하죠. 조용형은 수비형 미드필더-오른쪽 풀백(2007년 성남 시절을 말함)으로서 상대에게 뒷 공간을 내주는 불안함이 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터키전에서 조용형을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하고 홍정호를 신임한 것은 멀티 능력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5. 남태희의 과감함은 인상적

홍정호와 함께 오른쪽 측면에서 공존했던 남태희도 좋은 경기력을 펼쳤습니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선수 답지 않게 터키의 터프한 수비에 흔들리지 않고 공격 분위기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전반 중반에 상대 수비수 두 명 사이에서 슈팅을 시도했던 과감함은 다른 동료 선수들에게 보고 싶었던 장면 이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남태희를 선발로 기용한 것은 한국 선수들의 '과감함 부족'을 만회하겠다는 의도와 밀접합니다. 물론 남태희는 20세 유망주이며, 지속적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경기 컨트롤이 떨어지는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의 출전 기회가 많아지면 그동안 조용했던 공격력이 폭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6. 박주영 파트너, 유병수가 어울리지 않았을까?

한국이 박스쪽에서 터키 수비를 공략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원인은 지동원에게 있었습니다. 지동원은 중앙에서 좌우 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취했지만 피니시를 해결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박주영이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패싱력의 세밀함 및 지속성이 떨어졌던 것도(아시안컵때의 구자철이 더 나았던) 지동원과의 연계 플레이가 실패했음을 뜻하죠. 그래서 한국 공격의 파괴력이 떨어졌습니다. 박주영을 2선 중앙에 세우는 체제라면 유병수처럼 골을 노리는 타입이 어울렸을지 모릅니다. 물론 유병수는 구설수가 있었지만 지동원보다 부족한 선수는 아닙니다. 과연 조광래 감독이 3월 A매치에서 유병수를 발탁할지 주목됩니다. 그 선택은 유병수를 팀 전술에 활용하거나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죠.

7 조광래호, 중간 연령층을 키워야 한다

조광래호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세대교체에 성공하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문제점은 경기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습니다. 상대 압박에 눌리면 한동안 가라앉거나, 공격이 잘 안풀리면 그것을 단번에 해결하는데 맥을 잡지 못하는 단점이 있죠. 터키전에서 분위기를 반전하는 타이밍이 늦었던 것은 스쿼드의 경험 부족을 지적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박주영(1985년생)이 대표팀 역대 최연소 주장을 맡은 것을 보더라도 젊은 선수들을 이끌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함을 뜻하죠. 특히 대표팀에는 '최고참' 이정수-차두리(이상 1980년생)와 박주영 사이에 속한 필드 플레이어가 세 명(황재원-최효진-최성국) 뿐입니다. 세 명은 대표팀에서 지속적으로 뛰었던 선수들이 아니며 그 중에 두 명이 수비수 입니다. 조광래 감독이 중간 연령층을 키워야 합니다.

8. 과감함 부족은 조광래호가 고민해야 할 숙제

과감함 부족은 앞에서 언급했던 부분입니다. 뒤에서 다시 덧붙이는 이유는 조광래호가 고민해야 할 숙제이기 때문이죠. 대표팀은 팀원끼리 서로 주고 받는 패스가 많습니다. 점유율을 늘리거나 골 기회를 만들어가는 측면이 강하죠. 그런데 한국 선수들은 너무 이타적이거나 골 결정력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합니다. 슈팅 상황에서 때로는 실수해도 기회 포착 만큼은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누군가가 이기적인 기질을 발휘하며 골을 해결지어야죠. 특히 후반 34분 박주영이 왼쪽 측면에서 시도했던 중거리 슈팅은 전반 초반이나 중반에 나왔으면 더 좋았던 장면 이었습니다. 상대 수비를 위협하면서 그 이후에 골 기회를 노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기질이 조광래호에 필요합니다.

9. 그래도 젊은 선수들은 경험을 얻었다

터키전은 경기 내용이 좋지 못했지만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얻은 것은 분명했습니다. 강력한 압박을 주무기로 삼는 터키 선수들과 적지에서 싸웠던 경험은 아시아팀과 경기하는 것보다 더 값집니다. 특히 터키는 한국전 이전까지 홈에서 A매치 8연승을 달성했으며 자국 축구팬들이 극성스런 응원을 펼칩니다. 젊은 선수들이 그런 분위기에서 경기를 펼치는 것은 큰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기르는 계기가 됩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 능력이 주늑들지 않고 어떠한 상대와 물러서지 않는 배짱이 두둑해야죠. 유럽 원정에서 유럽팀과 격돌했던 경험이 적었던 대표팀 입장에서는 터키전이 단순한 A매치가 아닙니다.

10. 3월 A매치 2경기, 이청용 차출 반대

이청용은 끝내 터키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지난 5일 토트넘전에서 오른쪽 무릎 타박상을 당하면서 결장이 불가피했죠. 부상이 결코 심하지 않기 때문에 곧 볼턴에서 출전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볼턴은 이청용에게 장기 휴식을 부여할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표팀은 3월 25일 콜롬비아전, 29일 몬테네그로전을 국내에서 치릅니다. 만약 이청용이 대표팀에 차출되면 잉글랜드와 국내를 왕복하면서 체력 저하가 더 커집니다. 그래서 대표팀에서의 휴식이 필요합니다. 결국, 터키전에서 이청용을 무리하게 차출한 것이 아닌지 조광래호가 곰곰이 생각해야 합니다. 터키전을 끝으로 선수 혹사가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