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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과연 파브레가스는 아스날을 떠날 것인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월 이적시장 열기가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페르난도 토레스(첼시) 앤디 캐롤(리버풀)의 거액 이적 여파가 컸기 때문입니다. 토레스-캐롤은 이적시장 마지막 날에 각각 5000만 파운드(약 888억원) 3500만 파운드(약 622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고 팀을 옮겼습니다. 그 액수는 프리미어리그 팀이 지출한 이적료 역대 1~2위 금액입니다. 1월 이적시장에서 대형 선수 영입이 활발하지 않는 특징이 있음을 감안하면 토레스-캐롤의 사례는 매우 이례적입니다.

분명한 것은, 토레스-캐롤의 행보는 앞으로 팀을 옮길 이적 대상자들의 몸값이 치솟아오르는 계기가 됐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지난 2년 동안 대형 선수 영입을 주저했던 것도 이 때문이죠. 특히 2011년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구단끼리 선수 영입 및 이적을 놓고 엄청난 규모의 돈을 거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름 이적시장은 선수 교류가 활발한 특성이 있기 때문이죠. 축구팬들이 예상치 못했던 이적까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이 있다면 세스크 파브레가스(24, 아스날) 입니다.

[사진=세스크 파브레가스 (C)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arsenal.com)]

파브레가스 이적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파브레가스는 아스날에 없어서는 안 될 플레이메이커 입니다. 아스날의 패스 게임을 이끄는 선두 주자이기 때문입니다. 역동적이면서 몸싸움이 거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군더더기 없는 기술력을 발휘하면서, 침착함과 과감함을 동시에 겸비하여 경기 상황에 맞게 임펙트를 키우거나 팀을 위해 헌신하며, 팀의 공격 템포를 이끌어가는 기질은 아스날에서 어느 누구도 대체 불가능 합니다. 물론 아스날에는 기술력이 뛰어난 옵션들이 여럿 있지만, 파브레가스를 구심점으로 패스 게임의 톱니 바퀴를 맞추고 있죠. 그의 패싱력은 예리하고, 정확하고, 창의적이라는 키워드를 붙이는데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파브레가스는 지난해 여름 벵거 감독에게 친정팀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 이적을 요청했습니다. 지난 3~4년 동안 바르사 이적설이 제기되면서 아스날에 남겠다고 희망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아스날에 대한 충성심이 꺾였기 때문이죠. 물론 아스날의 반대로 바르사 이적이 무산되었지만, 그의 마음을 회유하면서 바르사의 이적 공세를 막아내느라 진땀을 흘린것은 분명했습니다. 어쩌면 아스날의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 최대의 소득은 '파브레가스 잔류 성공'이 아닐까 합니다. 파브레가스 없이 시즌을 소화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파브레가스의 바르사 이적설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며칠뒤에 진행 될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아스날과 바르사가 맞대결을 펼치면서 파브레가스 이적설이 뜨겁게 달아오를 수 있죠. 아스날은 불편하게 여기겠지만 바르사측은 자국 언론을 이용해서 파브레가스 영입을 시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죠. 물론 파브레가스가 바르사로 떠나면 사비-이니에스타와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바르사 입장에서는 '31세' 사비의 대체자를 확보하는 이점을 얻습니다. 앞날의 무적 행진을 위해서는 스쿼드의 매너리즘 방지를 위해 파브레가스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확보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파브레가스의 거취는 새로운 국면에 빠졌습니다. 잉글랜드 대중지 <더 선>이 지난 8일 파브레가스의 첼시 이적설을 제기했기 때문이죠. <유로스포트><트라이벌 풋볼>같은 유럽 축구 관련 매스컴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전했습니다. 더 선은 신뢰성이 부족한 언론사지만, 파브레가스 첼시 이적설은 일리 있는 루머입니다. 첼시는 '33세' 램퍼드를 대체할 수 있는 공격력이 뛰어난 옵션이 필요하며, 램퍼드 이외에는 허리진에서 창의적인 볼 배급을 자랑하거나 득점력이 출중한 미들라이커가 없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램퍼드의 노쇠화를 대비하려면 이적시장에서의 선수 영입이 불가피합니다.

첼시는 올해 1월에 이어 여름 이적시장에서 거액의 돈을 쓸 가능성이 있는 클럽입니다. 램퍼드 대체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즉시 전력감을 영입해야 합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것 보다 당장 성적을 내도록 스쿼드를 활용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행보였습니다. 유망주 맥키크란을 붙박이 주전으로 기용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램퍼드의 기량과 견줄만한 대형 선수의 영입이 필요하죠. 지금까지 토트넘의 모드리치가 램퍼드 대체자로 거론되었지만, 문제는 모드리치가 득점력이 떨어집니다. 램퍼드처럼 미들라이커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선수가 첼시의 유혹을 받기 쉽죠. 바로 파브레가스 입니다. 지난 시즌 35경기 19골 16도움, 올 시즌 27경기 9골 11도움의 스탯을 쌓았습니다.

아스날 입장에서 파브레가스 이적은 전력 손실을 의미합니다. 특히 첼시 이적은 아스날에게 원치 않는 시나리오입니다. 리그 우승 경쟁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토레스-캐롤의 사례처럼, 파브레가스가 오랫동안 아스날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선수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듭니다. 지난해 여름 벵거 감독에게 바르사 이적을 요청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죠. 또한 아스날은 선수 인건비에 많은 돈을 쓰는 클럽이 아닙니다. 다른 상위권 클럽들에 비해 선수 주급이 적습니다. 파브레가스는 11만 파운드(약 1억 9500만원)의 주급을 받고 있지만 프리미어리그 주급 순위 10위권 안에 포함되는 규모는 아닙니다. 아직까지 아스날 주급 정책에 불만을 품지 않았지만 자신의 스페인 대표팀 동료인 토레스 주급은 17만 5000파운드(약 3억 1000만원) 입니다.

파브레가스 거취의 또 다른 쟁점은, 아스날이 다른 구단들의 거액 입질을 이겨낼 수 있느냐 없느냐 입니다. 호날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8600만 파운드(약 1527억원)의 이적료를 안겨주고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고, 토레스-캐롤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는 매번 이적시장마다 대형 선수 영입을 위해 엄청난 돈을 쏟고 있죠. 파브레가스 영입을 희망하는 팀은 아스날을 흡족시킬 수 있는 규모의 이적료가 필요합니다. 토레스-캐롤의 사례가 이적 대상자의 몸값이 폭등할 수 있는 도화선이 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파브레가스는 계속 아스날에 잔류할 수도 있습니다. 아스날의 에이스로서 우승의 쾌거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스날은 2004/05시즌 FA컵 우승 이후 5시즌 연속 무관에 빠졌습니다. 올 시즌 칼링컵 결승에 진출했지만 군소대회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및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파브레가스가 아스날에서 이루어야 할 목표입니다. 훗날 앙리처럼 아스날 레전드로 인정받으려면 우승이라는 결과물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바르사 영입 공세가 계속 될 것이고 첼시까지 관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아스날 잔류를 희망하고 있다면 공식적인 의사 표시가 중요합니다. 파브레가스의 거취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