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1위 질주가 의미있는 이유는 '산소탱크' 박지성의 아시안컵 차출 공백을 이겨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29일 버밍엄전, 지난 1일 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는 박지성 공백을 메우는데 버거운 모습을 보였으나 그 이후 라이언 긱스의 폼이 올라오면서 왼쪽 측면 부담을 덜었죠. 긱스의 회춘에 탄력을 얻은 맨유는 올 시즌 24경기에서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으며(15승9무) 무패 우승에 탄력을 얻게 됐습니다.
그리고 박지성은 오는 5일 잉글랜드로 출국하여 맨유에 복귀합니다. 오는 6일 울버햄턴전을 거르고 12일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복귀전을 치를 가능성이 큽니다. 아시안컵 일정 및 국가대표팀 은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내에서 설날 연휴를 보냈기 때문에 시즌 후반기 맹활약을 위한 숨고르기가 꿀맛 같을 것입니다. 박지성이 합류하는 맨유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사진=박지성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박지성-발렌시아 복귀, 맨유 측면 강해질 것
우선, 맨유가 박지성 공백을 이겨낸 이유는 긱스의 존재감도 있었지만 일정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이미 칼링컵에서 탈락하면서 지난 1월 중순에 칼링컵 4강 1~2차전을 치르지 않았습니다. 주력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덜어내면서 리그 및 FA컵에서 승승장구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습니다. 그 효과는 왼쪽 측면에서 나타났습니다. 긱스의 중용 폭이 넓어지면서 오베르탕 같은 실력이 저조한 선수의 활용도가 줄었죠. 그리고 약팀과의 경기가 많았기 때문에 '약팀에 강한' 베르바토프가 골을 몰아칠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는 루니-나니의 폼 까지 올라왔습니다.
물론 긱스가 시즌 후반기에 지금 처럼 거의 매 경기 출전하는 것은 힘들겁니다. 1주일에 2경기씩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이 아니기 때문이죠. 시즌 전반기 햄스트링 부상 등의 이유로 지속적인 선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최근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지칠 수 있죠. 그 시점에 박지성이 등장하는 것은 맨유에게 반가운 일입니다. 박지성은 아시안컵 이전까지 맨유의 왼쪽 윙어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며 이전 시즌보다 업그레이드된 공격력을 발휘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포스를 재현하면 맨유의 화력이 식지 않을 전망입니다.
박지성의 등장은 맨유가 스콜스 없이도 빠른 템포의 공격을 펼칠 수 있는 밑거름이 됩니다. 스콜스는 부상 여파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후반기에 얼마만큼 모습을 나타낼지 미지수 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상대 진영에서 중원 장악에 어려움을 겪는 단점이 나타났죠. 지난달 26일 블랙풀전에서 아담, 지난 2일 애스턴 빌라전에서 마쿤의 공격력을 풀어줬던 것이 그 예 입니다. 물론 박지성은 왼쪽 측면을 맡고 있지만 아시안컵 차출 이전까지 빠른 볼 터치에 의한 볼 배급으로 팀의 공격 템포를 높였던 이점이 있습니다. 맨유가 전반기에 스콜스 부상 공백을 걱정하지 않았던 것도 박지성이 충분한 대안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루니가 부활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2일 애스턴 빌라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죠. 그동안 베르바토프의 골 역량을 보조하는 이타적인 패턴으로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던 루니의 오름세는 맨유 전술이 탄력을 얻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강팀과의 경기 또는 중요한 일전에서 박지성-루니-나니로 짜인 스리톱을 활용하는 명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박지성과 루니의 호흡이 잘 맞는데다, 루니가 골 감각을 되찾으면서 맨유 스리톱의 짜임새가 배가 될 것입니다. 그 전략에서는 '강팀에 약한' 베르바토프가 제외 될 것이며, 또한 베르바토프는 박지성의 빠른 패스를 받아내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 불안 요소를 스리톱으로 덮을 수 있죠.
또는 박지성의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 가능성이 예상 됩니다. 4-2-3-1에서 원톱 루니를 돕는 체제에서 말이죠. 지난 시즌 AC밀란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2차전, '박지성이 역전골을 터뜨렸던' 지난해 3월 21일 리버풀전 처럼 말입니다. 맨유는 프리미어리그-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석권하기 위해 몇몇 중요한 경기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원 장악 및 공수 밸런스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4-2-3-1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입니다.(아스날전에서는 4-3-3) 박지성이 피를로의 발을 묶거나 루카스-마스체라노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활약상이 올 시즌에 또 재현될 수 있습니다. 루니가 골 감각을 되찾았기 때문에 박지성의 중앙 이동이 결코 어색하지 않죠.
맨유의 4-2-3-1이 탄력을 얻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발렌시아의 복귀 입니다. 발렌시아는 지난해 9월 15일 레인저스전에서 발목 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장기간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오는 2월말 또는 3월초에 부상에서 복귀할 예정입니다. 실전 감각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지난 시즌의 활약상을 그대로 발휘하기에는 무리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발렌시아도 박지성과 더불어 루니와의 호흡이 잘 맞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 맨유의 2선 미드필더는 나니-박지성-발렌시아 라인으로 구축되면서 루니가 원톱에 서게 됩니다.
발렌시아의 복귀는 박지성의 선발 출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발렌시아가 오른쪽 윙어를 맡으면서 나니의 왼쪽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세 명의 선수가 로테이션 형태로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니는 시즌 내내 오른쪽에서 활약했기 때문에 왼쪽에 대한 감각이 떨어졌습니다. 본래 왼쪽 윙어이지만 유독 오른쪽에서 파괴력이 올라오는 특징이 있습니다. 지난해 1월말 맨유에서 입지 회복에 성공했던 것도 오른쪽 윙어 전환이 결정타 였습니다. 오른발을 잘 쓰는 이점을 최대화시켰죠. 어쩌면 발렌시아와 나니가 오른쪽에서 경쟁을 펼치고 박지성이 왼쪽에서 꾸준히 모습을 내밀면서 긱스가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낼 수 있습니다.
맨유 입장에서 바라보면 박지성-발렌시아가 복귀하면서 측면을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이점을 얻습니다. 시즌 초반 측면 부상자들의 속출로 '기량 숙련도가 떨어지는' 오베르탕-베베를 활용했던 때와 정반대입니다. 그리고 루니가 슬럼프 탈출에 성공했고 오언까지 부상에서 복귀했습니다. 또한 박지성의 공격력은 올 시즌에 만개했죠. 박지성 복귀는 맨유의 시즌 후반 화력이 무서워질 것임을 예고하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