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월 이적시장이 막을 내렸지만, 리그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행보는 조용했습니다. 지난해 11월말 덴마크 출신 골키퍼 안데르스 린데가르트를 420만 파운드(약 75억원)에 영입한 것에 그쳤죠. 하지만 린데가르트는 에드윈 판 데르 사르 대체자보다는 백업 골키퍼 보강에 가깝다는 평가입니다. '맨유 레전드' 피터 슈마이켈에게 맨유에서 활약할 수준이 아니라고 폄하 받은 것이 그 예 입니다.
결국, 맨유는 이번 이적시장에서 대형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4번의 이적시장에서 대형 선수를 보강한 것은 2009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데려왔던 안토니오 발렌시아(1800만 파운드, 약 323억원) 뿐입니다. 네임 벨류를 놓고 보면 발렌시아와 같은 시기에 수혈했던 마이클 오언도 포함할 수 있겠지만, 자유계약으로 풀렸기 때문에 이적료가 없었으며 주급 50% 삭감 조건으로 영입에 합의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유망주 혹은 백업 선수 영입만 계속 되었습니다.
[사진=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 2011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맨유는 2011년 여름 이적시장을 벼르고 있을 것
하지만 맨유의 이적시장 침묵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거대한 재정 적자 및 기존 유망주 발굴 때문에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지출하기 힘들었던 요인이 있었지만, 현 상황을 놓고 보면 대형 선수의 존재감이 필요합니다. 현 스쿼드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대형 선수 영입으로 자극을 심어줘야 합니다. 맨유는 하파엘-에르난데스 같은 유망주의 성장을 제외하면 그동안 함께 발을 맞춰왔던 선수들입니다. 그 선수들의 경기 자세가 나태해지지 않으려면 그들의 내공과 비슷하거나 뛰어넘을 수 있는 누군가의 존재감이 필요하죠. 이적생을 통해서 말입니다.
맨유는 라이벌 맨시티-첼시-리버풀이 이적시장에서 막대한 돈을 지출한 것을 의식할 것입니다. 맨시티는 이적시장의 큰 손이며, 첼시는 1월 이적시장 마감 당일에 토레스-루이스 영입에 7500만 파운드(약 1344억원)를 투자했습니다. 리버풀도 이번주에만 캐롤-수아레스 보강에 5760만 파운드(약 1032억원)를 쏟았습니다. 퍼거슨 감독 및 맨유 선수들은 라이벌 클럽들의 엄청난 이적료 투자에 개의치 않는 반응을 나타낼지 모르겠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맨시티-첼시는 아스날과 더불어 맨유의 리그 우승을 저지할 가능성이 있는 클럽들이기 때문입니다. 리버풀도 라이벌전에서 맨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클럽이죠.
2011년 여름 이적시장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맨시티-첼시-리버풀-아스날에 이어 토트넘까지 대형 선수 영입에 가세할 수 있습니다. 대형 선수 보강을 통해 전력을 강화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죠. 유럽으로 범위를 넓히면, 다른 유럽 빅 클럽들도 이적시장에서 만만치 않은 행보를 과시할 수 있죠. 만약 맨유가 지금의 이적시장 정책을 그대로 고수하면 다른 상위권 팀들에 비해 경기력이 밀릴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물론 현 스쿼드가 2007/08, 2008/09시즌 보다 파괴력이 떨어졌지만 지금까지는 퍼거슨 감독의 지략 및 선수들의 팀 플레이로 이겨냈습니다. 그러나 그 응집력이 언제까지 통할지는 의문입니다.
맨유는 긱스-스콜스-판 데르 사르를 대체할 마땅한 적임자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세 명의 노장은 30대 후반이거나 40대 초반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맨유 전력에 없어선 안 될 선수들입니다. 긱스는 최근 박지성의 아시안컵 차출 공백을 메웠으며(잦은 출전에 탄력을 얻으면서 폼을 회복했죠.), 스콜스의 패스는 여전히 명불허전입니다. 판 데르 사르는 맨유 골문에서 든든히 버티고 있죠. 하지만 그 내공이 언제까지 꽃을 피울지는 의문입니다. 스콜스-판 데르 사르 같은 경우에는 은퇴 여부를 놓고 고민중입니다.
또한 맨유는 중앙 미드필더진이 불안합니다. 플래쳐 이외에는 팀 전력에서 꾸준히 제 몫을 발휘할 선수가 없습니다. 스콜스는 부상 및 체력 문제, 안데르손-캐릭-깁슨은 기복이 심한 약점을 나타냈습니다. 하그리브스는 두말 할 필요 없죠. 스콜스-하그리브스는 다음 시즌 거취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캐릭의 이적 가능성이 대두될 수 있습니다. 냉정히 말하면, 캐릭의 경기력은 2008/09시즌 이후로 정체 혹은 퇴보했습니다. 캐릭이 각성하거나, 안데르손-깁슨의 기량이 더 이상 늘지 않으면 새로운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하면, 맨유는 2011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대형 선수를 영입할지 모릅니다. 긱스-스콜스-판 데르 사르 대체자 문제를 더 이상 놔둘 수 없는 일이며 중앙 미드필더는 수혈이 불가피합니다. 유망주를 보강할 가능성도 없지 않겠지만 즉시 전력감으로서 대형 선수가 더 적합하죠. 지난 이적시장 행보가 다소 조용했지만, 빅 클럽은 '우승'이 숙명이기 때문에 더 이상 침묵을 지키지는 않을 것입니다.
특히 맨유는 블랙풀의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중인 아담을 노리고 있습니다. 아담은 1월 이적시장 마감 당일에 리버풀-토트넘 이적이 성사되지 못했지만 최근 맨유의 영입 관심 대상자로 거론되었죠. 정확한 왼발 패스를 주무기로 삼는 선수로서 롱패스 및 논스톱 패스가 일품입니다. 패스 정확도가 굴곡이 있는 단점이 있지만 경기를 풀어가는 패턴은 스콜스와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리버풀-토트넘이 영입 의지를 포기하지 않겠지만 퍼거슨 감독이 관심을 가질 선수임에는 분명합니다. 스콜스를 제외한 기존 맨유 중앙 미드필더와 차별화된 패싱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토트넘이 올 시즌 리그 4위 확보에 실패하면 베일-모드리치 영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베일-모드리치는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두각을 떨친 선수들이고 다른 유럽 빅 클럽에서 핵심 선수로 활약할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입니다. 그리고 맨유의 영입 관심을 받았던 공통점이 있죠. 그런 두 선수가 언제까지 토트넘에 잔류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무리 토트넘이 두 선수의 잔류를 원해도, 선수 당사자가 구단에 이적을 요청하면(토레스-캐롤이 대표적 사례) 이야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맨유가 다른 선수들을 영입 카드로 눈여겨 볼 수 있겠죠. 결과적으로, 맨유는 언젠가 대형 선수를 영입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