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월 이적시장이 2월 1일 오전 8시(이하 한국시간)에 종료 되었습니다. 이적시장 마감 당일, 첼시와 리버풀이 대형 공격수 영입을 완료지으면서 지구촌 축구팬들의 주목을 끌게 됐습니다. 첼시는 리버풀에서 뛰었던 페르난도 토레스(26) 리버풀은 뉴캐슬에서 활약했던 앤디 캐롤(22)을 영입했습니다. 또한 첼시는 벤피카의 센터백 다비드 루이스를 수혈했으며 다니엘 스터리지를 볼턴으로 임대 보냈습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토레스-캐롤 입니다. 두 선수의 이적료는 각각 5000만 파운드(약 898억원) 3500만 파운드(약 622억원) 입니다. 2008년 여름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에 입단했던 호비뉴(AC밀란)의 이적료였던 3250만 파운드(약 577억원)를 뛰어 넘으면서, 프리미어리그팀이 지불한 최다 이적료 1~2위를 기록했습니다. 시즌 중에 리그 최고 수준의 이적료를 쏟았다는 것은, 두 팀의 성적 향상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토레스-캐롤 이적료는 지나치게 높은 감이 있습니다. 앞날의 활약을 속단할 수 없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도박같은 영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페르난도 토레스 영입을 발표한 첼시 공식 홈페이지 (C) chelseafc.com]
토레스-캐롤, 이적료 값 할까?
첼시가 토레스를 영입한 것은 나쁘지 않은 일입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오래전부터 토레스 영입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33세' 드록바를 대체할 선수가 필요했고, 시즌 중반 부진 및 말루다-드록바-아넬카로 짜인 스리톱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공격수 변화가 불가피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토레스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검증된 활약을 펼쳤고, 2007년 여름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리버풀로 이적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유럽 제패'를 꿈꾸는 첼시와 니즈가 맞습니다.
하지만 토레스를 5000만 파운드에 영입한 것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당초 리버풀에 제안했던 '3500만 파운드(약 622억원)+스터리지' 카드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많은 돈을 지출할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첼시는 옛날 만큼 자금이 풍족하지 않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긴축 재정을 선언하면서 인건비 지출 및 이적시장에서의 씀씀이를 줄였습니다. 이적시장의 '큰 손' 자리도 맨시티에게 넘겨준지 한참 됐습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조국 러시아의 2018년 월드컵 준비에 많은 돈을 쏟을 가능성이 높은(푸틴 총리가 부탁했음) 현실에서는, 첼시가 앞으로 선수 영입에 엄청난 돈을 투자할 것 같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첼시는 토레스 영입에만 5000만 파운드를 투자했습니다. 같은 날 루이스 영입에는 2500만 파운드(약 448억원)를 쏟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1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지출해야 할 자금을 투여한 것이 아닌가 의심 될 정도로, 1월 이적시장 치고는 '첼시의 현 규모에서' 무리하게 투자한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대형 선수 영입이 필요했기 때문에 많은 돈을 쓰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토레스의 5000만 파운드는 과했습니다. 토레스는 잦은 사타구니 부상으로 신음했고 아직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그 여파가 첼시에서 이어지면 셉첸코(디나모 키예프, 3000만 파운드)에 이은 또 다른 먹튀가 등장할 여지가 생깁니다.
토레스는 올 시즌 리그 23경기에서 9골을 기록했습니다. 얼마전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부임한 이후에는 3골을 터뜨렸죠. 얼핏보면 준수한 기록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2007/08시즌 33경기 24골, 2008/09시즌 24경기 14골, 지난 시즌 22경기 18골을 넣었습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사타구니 부상으로 출전수가 적었고 부상 후유증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큰 부상이 없었음에도 이전 시즌에 비해 골이 적습니다. 달글리시 감독 대행과 함께한 이후에는 상대 수비 뒷 공간으로 빠져드는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며 골 기회를 엮었지만, 지난달 27일 풀럼전에서 그 패턴이 읽혔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수비수들이 토레스의 성향을 파악했다는 뜻입니다.
물론 토레스가 첼시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토레스 중심의 공격 전술을 구사했던 것을 안첼로티 감독이 그대로 수용하는 조건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첼시에는 드록바가 있습니다. 최근 말라리아 감염 후유증에서 거의 벗어나면서 부활을 벼르는 드록바는 토레스와의 공존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물론 토레스는 드록바를 대체해야 할 선수이지만, 적어도 올 시즌이라면 교통정리가 불가피 합니다. 둘 다 타겟맨이며 2선에서의 플레이를 즐기는 성향이 아닙니다. 첼시의 공격 전술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안첼로티 감독이 선수들의 특징을 팀 전술에 얼마나 반영할지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안첼로티 감독은 선수 영입 권한이 없습니다. 과연 토레스가 5000만 파운드 값을 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사진=앤디 캐롤 영입을 발표한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C) liverpoolfc.tv]
리버풀은 캐롤 영입에 3500만 파운드를 투자했습니다. 토레스가 떠난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캐롤을 대체자로 내세웠죠. 캐롤은 당초 뉴캐슬이 이적을 막으려고 했지만 선수 본인이 리버풀행을 원했던 케이스입니다. 올 시즌 리그 19경기 11골로 리그 득점 3위를 기록중이며, 리그 25인 로스터 제도에 따른 잉글랜드 출신 프리미엄 때문에 이적료가 높죠. 191cm의 장신 공격수로서 꾸준히 골을 생산할 수 있는 파괴력은 빅 클럽 입장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캐롤이 3500만 파운드의 가치가 있는 선수인지는 의문입니다. 지난 1월 중순 맨시티에 입성했던 제코의 이적료는 2700만 파운드(약 479억원) 였습니다. 제코는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구자철이 이적한 팀)에서 '득점 기계'로 명성을 떨쳤고, 팀의 분데스리가 우승을 이끌면서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강인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분데스리가 최정상급 골잡이로 맹위를 떨쳤고 여러가지 장점을 겸비한 공격수이기 때문에 2700만 파운드는 합당한 가격입니다. 그런데 캐롤은 제코보다 이적료가 더 많습니다. 1부리그에서 두각을 떨친 것은 지난 6개월이 전부였습니다. 아직 검증이 덜 되었다는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캐롤이 과연 리버풀 전술에 적응할 수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입니다. 뉴캐슬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팀의 롱볼 축구에 적합했던 옵션입니다. 하지만 리버풀에서는 동료 선수들과 낮은 패스를 번갈아가면서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기교가 필요합니다. 리버풀은 호지슨 전 감독을 경질하면서 롱볼 축구와 작별했습니다. 또한 캐롤은 얼마전 리버풀로 이적했던 수아레스와 함께 공존해야 하는 숙제도 있죠.
물론 리버풀은 박스쪽에서 상대 수비를 흔드는 '빅 맨(캐롤)'을 데려왔기 때문에 전술적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후방 공격 옵션들의 문전 침투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컈롤이 얼마만큼 리버풀 전술에 따라갈지는 미지수입니다. 시즌 중에 영입한 선수이기 때문에 팀 전술과의 괴리감은 1월 이적시장 영입의 전형적 단점에 속하죠. 문제는 3500만 파운드의 이적료입니다. 캐롤이 과연 그 돈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칠지 앞으로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