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 대표팀이 2011 아시안컵 우승의 주인공으로 거듭났습니다. 재일교포 4세 이충성(일본명 : 리 타다나리)이 연장전에서 멋진 발리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뜨리며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일본은 30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1 아시안컵 결승전 호주전에서 1-0으로 승리했습니다. 연장 후반 3분 이충성이 아크 중앙에서 나가토모 유토의 왼쪽 측면 크로스를 논스톱 왼발 발리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흔들며 일본의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일본이 아시안컵 최다 우승국(4회)으로 도약하는 순간 이었습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4번의 대회 중에 3번(2000-2004-2011년)을 제패하며 아시아 축구의 강호임을 입증했습니다.
호주의 불안한 골 결정력, 그리고 자케로니 감독의 교체 작전 성공
일본은 호주전에서 4-2-3-1로 나섰습니다. 가와시마가 골키퍼, 나가토모-곤노-요시다-우치다가 수비수, 하세베-엔도가 더블 볼란치, 후지모토-혼다-오카자키가 2선 미드필더, 마에다가 원톱으로 출전했습니다. 카가와가 발가락 골절 부상으로 하차했던 공백을 후지모토가 메웠으며, 4강 한국전에서 퇴장 징계로 결장했던 요시다가 선발로 모습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호주는 4-4-1-1을 활용했습니다. 슈워처가 골키퍼, 카니-사샤-루카스 닐-윌크셔가 수비수, 맥케이-발레리-제디냑-홀먼이 미드필더, 큐얼이 쉐도우, 케이힐이 타겟맨을 맡으며 일본과 상대했습니다.
단순한 통계를 놓고 보면 양팀의 특징을 읽을 수 있습니다. 호주가 슈팅에서 20-9(유효 슈팅 8-3, 개) 크로스 16-14(개)로 앞섰지만, 이에 일본은 점유율 55-45(%) 총 이동거리 153-149(Km)로 호주에 우세를 점했죠. 호주에게 골 기회가 많았다면 일본은 경기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그렇다고 점유율이 많다고 해서 일본이 더 잘했던 것은 아닙니다. 전반 32분까지 46-54(%)로 밀렸으나 전반전 종합 점유율에서는 54-46(%)로 역전했습니다. 일본 진영 및 하프라인에서 백패스 및 횡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점유율을 확보했을 뿐이죠. 호주에게 경기 흐름에서 밀렸기 때문에 가볍게 볼을 주고 받는 시간이 많았던 겁니다.
호주는 전반 30분 이전까지 골을 해결짓지 못했던 것이 결승전 패인 이었습니다. 일본을 제압할 수 있었던 시간대였기 때문입니다. 양팀이 공격쪽으로 맞부딪치는 양상이었고 공수 전환이 빠르게 전개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호주가 일본을 높이로 위축시키는 경기 운영을 나타냈습니다. 후방에서 전방쪽으로 롱볼을 줄기차게 띄우면서 일본 미드필더들의 활동 반경이 후방쪽으로 밀릴 수 밖에 없었죠. 그 과정에서 호주 미드필더들이 일본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문제는 유리한 분위기 속에서 골이 없었습니다. 전반 2분 맥케이, 전반 18-21분 케이힐의 슈팅을 비롯해서, 강한 세기를 동반한 빨랫줄 같은 슈팅이 터지지 못했습니다.
그런 호주의 공격 패턴은 단순합니다. 케이힐이 머리로 롱볼을 떨구면 뒷쪽에 있는 큐얼이 받아내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큐얼은 일본전에서 슈팅 8개(유효 슈팅 3개)를 시도했으나 단 한 차례도 일본 골망을 가르지 못했습니다. 호주 또한 슈팅 20개를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골이 없었죠. 일본전에서 골 결정력 불안에 시달렸으며 대표적인 인물이 큐얼 이었습니다. 일본에게 높이에서 앞섰지만 일본 수비 공간을 흔드는 플레이가 약했습니다. 맥케이-홀먼 같은 윙어들이 박스쪽에 적극 가담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고, 케이힐이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와 경합하기에는 힘이 부쳤다는 느낌입니다. 일본의 포백 밸런스를 공략하지 못하는 바람에 상대 골문을 겨냥하는 슈팅의 각도-세기-타이밍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골 결정력 저하의 근본적 원인이 됐습니다.
반면, 일본의 후반 10분 이와마사 교체 투입은 자케로니 감독의 지략이 승리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왼쪽 윙어' 후지모토를 빼고 '센터백' 이와마사를 기용하면서, 요시다와 함께 센터백을 맡았던 곤노가 왼쪽 풀백을 맡았고, 왼쪽 풀백이었던 나가토모가 왼쪽 윙어로 올라갔습니다. 이와마사가 다부진 체격조건(187cm/85kg)을 자랑하기 때문에 케이힐의 높이를 제압할 수 있는 이점을 얻었고, 곤노가 수비쪽에 무게감을 실어주면서 호주의 오른쪽 공격을 틀어막는 것과 동시에 나가토모-우치다의 수비 부담을 줄여줬고, 나가토모가 카가와 공백을 메웠습니다. 이러한 변형 작전은 일본이 경기 흐름에서 호주를 제압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우선, 일본의 후지모토 선발 출전은 실패작 입니다. 카가와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안으로 나섰지만 경기 내내 윌크셔에게 봉쇄 당했죠. 혼다-하세베-마에다 같은 주변 동료들과의 협력 플레이가 소극적 이었으며,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패스 또는 드리블 돌파까지 조용했습니다. 물론 일본의 카가와-혼다 공존은 불안한 구석이 있었지만, 그래도 카가와는 왼쪽 측면에서 중앙쪽으로 도는 과정에서 빠른 가속력을 발휘하며 상대 수비진을 위협했습니다. 8강 카타르전 2골은 골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 강했죠. 하지만 카가와가 부상으로 고국에 돌아가는 바람에 다른 동료 선수들이 개인 기술로 번뜩이는 공격력을 발휘할 힘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공격이 의기소침 했습니다.
하지만 나가토모의 왼쪽 윙어 전환은 일본 공격력이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됐습니다. 후반 초반까지 백패스 및 횡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호주 선수들의 기동력을 떨어뜨렸고, 그 다음에는 나가토모의 돌파력으로 호주 진영을 파고드는데 주력했죠. 그 과정에서는 하세베-엔도가 미드필더진을 장악했고, 우치다-오카자키가 왕성한 활동량으로 호주 진영 오른쪽을 공략하면서 동료 선수와 끊임없이 패스를 연결했습니다. 그러면서 호주 선수들의 경기 집중력 저하를 유도하는데 성공하여 혼다쪽에서 빈 공간이 열렸습니다. 그래서 혼다는 특유의 날카로운 패싱력으로 일본 공격을 짊어졌죠. 그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는데, 호주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연장 전반 8분 이충성 교체 투입은 절묘한 시점에 이루어졌습니다. 호주 선수들이 일본의 패스 플레이에 말려들면서 체력-기동력-활동 폭-경기 집중력이 떨어지는 특징을 자케로니 감독이 읽었습니다. 그래서 이충성 같은 공격수의 출전이 필요했습니다. 사실, 마에다를 끝까지 믿고 가기에는 일본이 불안했습니다. 마에다가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는 움직임이 미흡하면서 박스쪽을 비벼주지 못했기 때문에 일본의 패스 플레이가 주고 받는 형태로 끝나는 경향이 강했죠. 공격수는 동료 선수가 만들어준 패스를 골 기회로 노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본능이 결승전 만큼은 이충성에게 강렬했습니다.
그리고 연장 후반 3분, 나가토모가 왼쪽 측면에서 윌크셔를 따돌리고 크로스를 날렸던 것이 이충성의 발리 슈팅 결승골로 이어졌습니다. 이충성이 슈팅을 날릴 때는 호주 수비수 어느 누구도 견제하지 않았습니다. 나가토모의 크로스가 이충성쪽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향했던 것을 놓고 봐도 호주의 경기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이충성은 자신에게 주어진 골 기회를 놓치지 않았죠. 그 골로 호주는 더 이상 반격할 기회를 잃었고, 일본은 1-0 리드를 지킨 끝에 아시안컵 우승컵을 획득하는데 성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