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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용래 대표팀 맹활약, 수원이 웃는 이유

 

한국 축구 대표팀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은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이용래(25, 수원)의 발견은 조광래호가 아시안컵에서 거둔 수확입니다. 김정우의 부상 공백을 메웠을 뿐만 아니라, 기성용-윤빛가람-구자철과 함께 중원에서 경쟁할 수 있는 또 한 명의 미드필더가 등장하면서 경기력 퀄리티 향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용래는 8강 이란전에서 양팀 선수들 중에 가장 많은 이동거리(14.69Km)를 누비며 경기 최우수 선수에 선정되었고 한국의 1-0 승리를 공헌했습니다.

아시안컵 이전까지, 이용래가 대표팀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 예견했던 이는 드물었습니다. 2009~2010년 '전 소속팀' 경남의 주축 미드필더로 성장했으나 지금까지 대표팀 경험이 없었고, 지난해 12월에 정조국이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하차하면서 추가 발탁된 케이스였기 때문에 여론의 관심도가 낮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이용래가 아시안컵에서 맹활약을 펼치면서 K리그의 판도가 달라질 조짐입니다. 수원의 '이용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용래 아시안컵 경험, 아시아 제패 도전하는 수원에 힘이 될 것

수원은 지난해 12월 10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래-마토의 영입을 공식 발표 했습니다. 최근 K리그 이적시장에서 공격적인 선수 개편을 단행했던 수원의 첫번째 영입이 이용래-마토 였습니다. 2011시즌 수원의 K리그 및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과정에 필요한 선수라는 것을 의미하죠. 이용래는 지난해 윤빛가람 등과 똘똘 뭉쳐 경남의 돌풍을 이끌었으며, 마토는 2008년까지 수원에서 '통곡의 벽'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극강의 수비력을 과시했던 외국인 센터백 입니다. 이용래가 경찰청에 입대한 김두현의 대체자였다면 마토는 수원의 수비 보강 의도와 밀접합니다.

아시안컵 이전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이용래의 약점은 경험 부족 이었습니다. 올림픽 대표팀 및 성인 대표팀 출전 경험이 없었고, 전 소속팀 경남은 지난해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이외에는 K리그 챔피언십에서 뚜렷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용래가 과연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발휘할지 의문이었죠. 또한 수원은 K리그의 빅 클럽이자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는 구단입니다. 선수들이 외부 환경에 의해 심리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죠.(수원의 약점이라기 보다는 빅 클럽의 특성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수원은 곧 아시안컵을 마치고 돌아오는 이용래의 존재감에 웃게 됐습니다. 이용래가 아시안컵에서 조광래호의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경험이 수원 전력에 플러스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AFC 챔피언스리그가 그 예 입니다. 수원은 지난 두 시즌 동안 16강, 8강에서 탈락하며 아시아 제패에 실패했습니다. 반면 이용래는 아시안컵을 통해 중동-호주-일본의 최정상급 선수들과 중원에서 겨루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수원이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32강에서 시드니FC(호주) 가시마 앤틀러스(일본)과 격돌하고,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면 중동 팀과 상대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이용래의 어깨가 무거워 졌습니다.

수원 중원에는 팀 밸런스의 중심을 잡아줄 만한 선수가 없습니다. '임대 선수' 조원희의 거취는 여전히 미궁이며(원래대로라면 위건에 복귀해야 함), 백지훈은 부상이 잦습니다. 김두현-강민수-마르시오-이관우-이동식은 소속팀을 떠났으며, 이상호에게 중원을 맡기기에는 공격 재능이 다분합니다. 이용래가 대표팀 주전 미드필더의 저력을 수원에서 이어가야 하는 현실입니다. 또한 이용래의 중원 파트너로서 어떤 선수가 기용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용래가 중원에서 얼마만큼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수원의 올 시즌 운명이 좌우 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정황상으로는, 수원의 올 시즌 포메이션이 3-4-3 쪽에 무게감이 실립니다. 마토가 복귀하고 리웨이펑이 떠난 것, 오범석을 영입했다는 점에서 3-4-3 활용 가능성을 읽을 수 있죠. 마토-황재원-곽희주로 짜인 3백, 양상민-이용래-백지훈(또는 다른 선수)-오범석을 미드필더로 기용할 수 있습니다. 수원은 지난해 후반기에 3-4-3을 구사했지만 중원에서 공격진으로 연결되는 패스 줄기의 세기 및 타이밍이 저하되는 문제점을 남겼습니다. 여름에 많은 체력을 소모하면서 중원에서의 활동량이 떨어졌고 한때 슬럼프에 빠졌던 원인이 됐습니다.

이용래가 수원 전력에 필요한 이유는 3-4-3에 어울리는 중앙 미드필더라는 점입니다. 친정팀 경남의 3-4-3에서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으로 윤빛가람의 공격력을 보조하면서, 칼날같은 패싱력으로 경남의 패스 게임에 막중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폼이라면 수원의 경기력을 끌어 올리는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용래는 지난 두 시즌 동안 62경기에서 10골을 넣었습니다. 지난해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던 서울과 제주는 하대성-구자철 같은 득점 능력이 있는 중앙 미드필더를 보유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개인 역량이 출중한 선수들이 모여있는 수원이라면, 이용래의 득점력이 늘어나는 것과 동시에 수원의 공격 루트가 다양해지는 이점을 얻게 됩니다.

또는 수원이 4-1-4-1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윤성효 감독이 4백 기반의 4-1-4-1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마토-황재원-곽희주 중에 한 명을 벤치로 내려야 하는 불가피한 선택이 있지만, 미드필더 1의 자리에 이용래를 포진 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을 이용래의 넓은 움직임으로 커버할 수 있는 장점이 작용하죠. 이용래는 정확한 패싱력을 또 다른 주무기로 삼는 선수이기 때문에 수원의 패스 축구에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윤성효 감독이 부임 초기에 강민수의 전진패스를 팀 전술의 근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진한 것과 같은 맥락 입니다.

물론 이용래의 컨디션은 수원의 시즌 초반 행보에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아시안컵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했기 때문에 회복이 불가피한 상황이죠. 아직 수원 선수들과 발을 맞출 기회가 없었던 점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이용래가 아시안컵에서 쌓은 경험은 어느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입니다. 아시아 선수들과 격돌하면서 한국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저력을 놓고 보면 수원에게 '경험적 자산'으로 이어지면서 K리그 및 AFC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할 수 있는 자신감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수원이 '이용래 효과'를 거둘 경우, 3시즌 만에 K리그 상위권에 진입하여 기존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