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이겼지만 앞날의 선전을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었습니다. 무수한 공격을 시도했음에도 상대팀 자책골 이외에는 더 이상의 득점이 없었습니다. 미드필더진의 공존 문제, 수비 불안도 해결해야 합니다.

리버풀은 27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안필드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풀럼을 1-0으로 제압했습니다. 후반 7분 존 판실의 자책골로 승리했죠. 페르난도 토레스가 아크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임을 틀면서 슈팅을 날렸던 것이 골 포스트를 강타했고, 근처에 있던 판실이 왼발로 볼을 걷으려던 것이 골키퍼 데이비드 스톡데일과 엉키는 과정에서 자책골로 연결됐습니다. 이로써, 리버풀은 리그 11위에서 7위(9승5무10패, 승점 32)로 진입했으며, 4위 첼시(12승5무6패, 승점 41)와의 승점 차이를 9점으로 좁혔습니다.

리버풀, 빅4 재진입을 위한 3가지 숙제

리버풀은 풀럼전에서 4-2-3-1을 구사했습니다. 레이나가 골키퍼, 존슨-아게르-스크르텔-켈리가 수비수, 폴센-제라드가 더블 볼란치, 막시-메이렐레스-카위트가 2선 미드필더, 토레스가 원톱을 맡았습니다. 달글리시 감독 대행 부임 이후 4-3-3을 활용했지만 풀럼전에서는 막시-카위트의 활동 반경이 2선쪽으로 쏠렸습니다. 공격 상황에서는 제라드가 앞쪽으로 올라오고 폴센이 중원에서 패스 게임을 보조하는 형태를 취하면서 4-1-4-1로 변형되기도 했습니다.

풀럼전 최고의 수훈갑을 꼽으라면 골키퍼 레이나 였습니다. 이날 5개의 슈퍼 세이브를 기록하며 고비때마다 실점 위기를 막았죠. 특히 후반 43분에는 풀럼의 왼쪽 프리킥 상황에서 뎀프시의 헤딩패스에 이은 뎀벨레의 왼발 슈팅을 정면에서 몸을 날려 선방했죠. 상대 선수들의 움직임을 읽은 빠른 판단력과 정확한 위치선정이 돋보였던 장면이었으며, 만약 뎀벨레의 슈팅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리버풀은 풀럼전에서 1-1로 비겼을지 모릅니다. 또한 폴센이 부진을 떨쳤다는 점도 리버풀에게 반가운 일입니다. 전 소속팀인 유벤투스 및 호지슨 체제에서 불안한 활약을 펼쳤지만 달글리시 감독 부임 이후에는 원래의 폼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버풀의 풀럼전 경기 내용은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점유율에서 53.7-46.3(%)를 기록했지만 경기 지배율에서는 48.9-51.1(%)로 떨어졌습니다. 큰 틀에서는 비슷한 수치였지만 풀럼을 상대로 경기를 확실하게 압도할 수 있는 '맛'이 부족했죠. 1-0으로 승리한 경기였지만 판실의 자책골이 없었다면 무득점 무승부로 끝날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통계적 관점에서는 리버풀의 공격력 저하를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리버풀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안필드에서 풀럼에게 0-0으로 비겼고, 풀럼은 이번 경기 이전까지 리그 원정 최소 실점 2위(11경기 11실점, 리버풀전 패배로 3위)을 기록했습니다.

빅4 재진입을 노리는 리버풀이라면 풀럼전을 통해 세 가지의 숙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첫째는 토레스의 고립 이었습니다. 토레스는 전반 6분 문전 쇄도 과정에서 메이렐레스의 스루 패스르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풀럼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를 범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 최전방에서의 움직임이 날카롭지 못했습니다. 달글리시 감독 부임 이후 상대 수비 뒷 공간을 겨냥하는 움직임이 한겔란트-휴즈에게 읽혔습니다. 서로 커버링을 펼치면서 토레스가 전방 공격 활로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죠. 또한 시드웰-머피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들이 수비시 한겔란트-휴즈와 폭을 좁히면서 토레스가 패스를 받아낼 길목을 차단했습니다.

달글리시 감독 대행은 부임 초기에 "토레스 폼을 회복시키겠다"고 다짐했고, 토레스의 공격 감각은 최근에 정상을 되찾았습니다. 하지만 리버풀의 최근 공격은 팀이 토레스를 맞추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언젠가 상대 수비에게 읽힐 가능성이 다분했습니다. 그런데 풀럼전에서 그 한계에 직면했죠. 더 아쉬운 것은 리버풀의 공격 대응 이었습니다. 막시-카위트의 동선은 변함없이 2선 혹은 측면쪽이 중심 이었습니다. 스스로 공격을 해결하기 보다는 이타적인 패턴에 에너지를 쏟았죠. 그 과정에서 존슨의 오버래핑이 잦아졌습니다. 풀럼의 수비 조직이 견고했던 요인도 없지 않았지만, 토레스 고립을 풀어주려면 막시-카위트가 골 욕심을 부리거나 상대 수비와 꾸준히 경합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결국, 리버풀은 토레스의 고립을 풀어줄 공격 옵션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앞으로 4-2-3-1 또는 4-3-3을 계속 활용할 예정이라면 박스쪽을 비벼줄 윙 포워드가 토레스 짝꿍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버풀의 영입 대상으로 주목을 받는 수아레스(아약스)가 만약 안필드에 입성하면 그 역할에 적응해야 할 것입니다. 수아레스도 토레스처럼 많은 골을 터뜨릴 수 있는 골 결정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 수비를 자신쪽으로 유인시키면서 토레스의 골 부담을 덜거나, 또는 토레스가 고립되면 자신이 직접 해결지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수아레스 영입이 리버풀 행보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리버풀의 두 번째 숙제는 제라드-메이렐레스 공존 문제 입니다. 두 선수는 공격 과정에서 동선이 겹치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제라드가 종 방향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리버풀의 패스 게임을 주도했지만,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 있었던 메이렐레스도 같은 역할을 병행할 수 밖에 없었죠. 또한 메이렐레스도 미드필더진을 폭 넓게 누비며 패스를 주고 받았죠. 둘 다 컨셉이 겹쳤으며, 서로의 공격력이 반감되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결국, 제라드는 긴 패스들이 몇 차례 부정확하게 연결되었고 메이렐레스는 패스 정확도가 69%(38/55개)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풀럼전에서는 제라드를 공격형 미드필더, 메이렐레스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제라드가 2선으로 올라오면서 토레스와 '제토라인'을 형성하면서 메이렐레스가 중원에서 희생하는 체제 말입니다. 하지만 달글리시 감독 대행은 메이렐레스의 파워풀한 공격 재능을 활용하고 싶은 의지가 뚜렷합니다. 메이렐레스가 상대 중원을 기동력으로 무너뜨리는 성향이기 때문이죠. 최근 4-3-3의 왼쪽 미드필더로 뛰었을 때도 수비보다는 공격쪽에서의 활약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제라드가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지만 오히려 팀 공격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문제점에 직면했습니다.

리버풀이 제라드-메이렐레스 공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단은 두 선수가 중원에서 많이 호흡을 맞출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구 한 명을 벤치로 걸러내기에는 리버풀 전력이 손실될 수 있기 때문이죠. 달글리시 감독이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제라드가 징계(FA컵 맨유전 양발태클에 따른 퇴장)에서 복귀한 현 상황에서는 메이렐레스와 최상의 시너지를 발휘하기가 다소 빡빡합니다. 하지만 리버풀이 토레스의 공격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제라드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올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리버풀의 세번째 숙제는 켈리의 수비력 입니다. 켈리는 달글리시 감독 대행의 부임 이후 주전 오른쪽 풀백으로 자리잡았지만, 1군에서의 경험 부족 때문인지 경기를 읽는 판단력 및 너른 시야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상대 공격 옵션에게 뒷 공간을 침투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난 16일 에버턴전에서는 후반전이 되면서 오스만-아니체브 같은 상대 공격 옵션들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리버풀 경기력이 의기소침했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번 풀럼전에서는 켈리가 뎀프시와 경합하는 과정에서 뎀블레 활동 반경까지 막아야 하는 버거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뎀블레가 왼쪽 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취하면서 켈리가 공략당했죠. 스크르텔의 커버링이 없었다면 리버풀의 오른쪽은 초토화 당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리버풀이 켈리를 주전으로 세우는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켈리를 키우겠다는 달글리시 감독 대행의 의도, 둘째는 존슨의 위치 변화로 리버풀의 왼쪽 풀백 불안을 이겨내면서 켈리가 오른쪽에 등장한 것이죠. 만약 리버풀이 왼쪽 풀백을 보강하지 않고 1월 이적시장을 마치면 켈리의 주전 기용이 유력해집니다. 그래서 켈리가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맨마킹을 강화하고 스크르텔이 오른쪽으로 커버링을 펼치면서 상대팀의 반격을 막아야 합니다. 앞으로 리버풀과 상대하는 팀들은 켈리쪽을 집중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달글리시 감독 대행이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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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언알파 2011.01.27 08: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는 말이네요!! 좋은분석 잘보고갑니다

  2. 생각하는 돼지 2011.01.27 08: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대영도 승리긴 승린데...많이 아쉽네요...

  3. 더공 2011.01.27 09: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책골로 이기긴 했어도...
    이번 승리를 바탕으로 빅4의 위용을 되찾았으면 좋겠네요. ^^

  4. 아이엠피터 2011.01.27 09: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새 효리님의 포스팅을 보면서 나름 알긴 아는것 같은데
    티비에서 나오면 자꾸 팀도 리그도 헤깔려요 ㅠㅠ

  5. 파란연필 2011.01.27 1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효리사랑님..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6. NAmu 2011.01.27 1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두 이겨 다행입니다. ㅜ.ㅜ 언제부턴가 리버풀팬으로서 "아 그래두 이겨 다행이네" 아니면 "제발 한번만 이기자" 가 매 경기 임하는 마음이 되버렸네요. 어쨋튼 빨리 리버풀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경기력을 되찾기를 바랄뿐입니다.

  7. ageratum 2011.01.27 15: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버풀이 이겼다는 얘기를 웬지 오랜만에 듣는거 같네요..^^:
    뭐.. 자살골로 이기긴 했지만요..ㅋㅋ

  8. 민순주 2011.01.27 2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봣습니다. 역시 짱이에요!

  9. tuner220 2011.01.28 0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신기하죠! 제라드 햄스트링 부상복귀전에서.......
    메이렐리스 부상으로 조기에 제라드 투입되면서....그의 원맨쇼에(?) 볼튼전을 승리로 가져갔었죠.
    울버햄튼전에서는 메이렐리스의 원맨쇼(?)에...3:0승리를 가져가구요!

    그래서...제라드 복귀하는 풀햄전...그것도 안필드였기에..전 스포츠bet에 무려 4:0의 콜랙트스코어에 $10을 베팅했답니다. 4:0이라 해봤자..배당율 x24밖에 안되더군요. 뭐 충분히 나올 스코어기도 했습니다. 이전 리버풀 경기에, 제라드포함이라면 말이죠.
    볼튼전의 제라드에, 울버햄튼전의 하울이라! 움카카! 5:0도 부족하군! 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그런데...전반 얼마 지나지 않아! 효리사랑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은...생각이 불현 듯 들더군요!
    "가만 생각해보니! 저 둘이 날라다닌 건! 둘이 뛸때가 아니잖아?" 라고........쿠쿠!

    안봐도...비디오겠죠? 지금 킹케니 머리 뽀샤지게 아프지 않을까 싶네요! 가뜩이나! 아약스 띵깡에....코몰리도 머리 아플터인데 말이죠! 쿠쿠!

  10. 몬스타 2011.01.28 01: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팀이 힘들어할 수록 더욱 걱정되고 관심가지게 되는거 보니, 어쩔수 없는 더 콥인거 같습니다.
    (레드데빌이 될수 없었어... 미안해, Park...)
    이상하게 들어가버린 골에도 너무 기뻐서 괴성을 지릅니다. 꼴사납게 ㅋㅋㅋ
    요즘 토레스가 박스 밖으로 밀려서 게임하는 거 같다는 인상. 박스 안에서 미친 결정력이 매력인데...
    살아나겠죠. 토레스도 리버풀도 !!!!!

  11. 2011.01.30 1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효리사랑님아 토레스이적건에대한 글도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