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는 '팀'입니다. 11명이 서로 똘똘 뭉쳐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개인보다는 팀이 더 중요합니다. 어느 한 명이 빠지더라도 팀이 단합되면 그 공백을 틈틈이 메울 수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좋은 예 입니다. 지난 2경기에서 박지성 공백을 실감했으나 이번 경기에서는 팀으로 극복하는 자세가 뚜렷했습니다. 박지성의 마땅한 대체자가 없기 때문에 팀 플레이가 요구되고 있죠.
맨유가 스토크 시티를 제압하고 프리미어리그 단독 선두 자리를 지켰습니다. 5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스토크 시티전에서 2-1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26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문전에서 루이스 나니의 오른쪽 크로스를 힐킥으로 밀어넣었으나 후반 5분 딘 화이트헤드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습니다. 1-1 상황이었던 후반 17분에는 나니가 에르난데스와의 2대1 패스 끝에 아크 오른쪽에서 왼발 감아차기로 결승골을 터뜨리며 맨유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맨유는 스토크 시티를 이길 수 밖에 없었다
맨유는 스토크 시티전에서 4-4-2를 구사했습니다. 쿠쉬착이 골키퍼, 에브라-스몰링-비디치-하파엘이 수비수, 긱스-깁슨-플래쳐-나니가 미드필더, 에르난데스-베르바토프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아시안컵에 차출된 박지성을 비롯해서 판 데르 사르-퍼디난드-스콜스-루니 같은 주축 선수, 그리고 안데르손-캐릭까지 선발에서 제외되거나 결장했습니다. 1.5군으로 경기에 나섰기 때문에 개인 전술에서 평소보다 취약했지만 팀 전술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공격 과정에서의 세밀한 패스가 종종 끊어지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연계 플레이를 위한 움직임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팀으로 뭉치겠다는 의도였죠.
그런 맨유는 스토크 시티전에서 뚜렷한 경기력 우세를 점했습니다. 슈팅 19-5(유효 슈팅 2-1, 개) 점유율 65-35(%), 패스 631-355(패스 성공 501-213, 개)로 스토크 시티를 압도했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맨유가 스토크 시티보다 패스 시도가 더 많았지만 패스 미스는 더 적었습니다. 맨유는 130개, 스토크 시티는 142개 였습니다. 스토크 시티보다 더 많은 공격을 펼치면서 2골을 터뜨렸던 밑바탕에는 수많은 패스 횟수가 있었습니다. 상대팀의 특징을 약점삼아 승리의 발판으로 키우기 위한 전략 이었습니다.
맨유의 상대팀 스토크 시티는 전형적인 롱볼 축구를 구사하는 팀입니다. 후방에서 볼을 높게 띄우면서 전방쪽으로 한 번에 밀어주는 패스에 익숙하죠. 높이와 피지컬에 강한 선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공중볼에 더욱 익숙합니다. 특히 존스는 타겟맨으로서 최전방을 흔들어놓는 패턴에 익숙하죠. 사닐-에더링턴은 스토크 시티에게 부족할 수 있는 기교와 스피드를 채워주는 컨셉 입니다. 하지만 팀 전술은 롱볼에 맞춰져 있죠. 또한 스토크 시티는 강팀과 경기하면 항상 밀집 수비를 펼칩니다.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을 좁히면서 대응하기 때문에 상대 공격이 잘 안풀릴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낮은 패스를 여러차례 주고 받으며 스토크 시티 수비진을 파고드는데 주력했습니다. 백패스와 횡패스 보다는 2대1 패스, 대각선 패스, 오픈패스 등을 골고루 섞으며 상대 수비 진영을 침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볼 터치가 간결했습니다. 상대 밀집 수비를 극복하려면 공격의 속도가 더 빨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긱스-깁슨-플래쳐-나니로 짜인 미드필더들의 왕성한 움직임이 돋보였습니다. 자기 위치를 지키기 보다는, 상대 중원 뒷 공간을 파고들기 위해 스위칭을 펼치면서 패스를 주고 받았습니다. 어느 한 명의 공격력에 의존하기 보다는 미드필더 전체가 움직이면서 다양한 공격 패턴을 시도했죠.
특히 긱스-나니는 중앙에서도 볼을 터치하고 패스를 시도하는 영민한 경기력을 펼쳤습니다. 깁슨-플래쳐가 중원에서 스토크 시티 허리와 경합하는데 주력했다면, 긱스-나니는 패스를 통해 맨유 공격의 템포를 조절하면서 상대 빈 공간을 비집고 연계 플레이를 엮어냈습니다. 종종 패스 미스가 있었지만(긱스 22개, 나니 16개), 측면에서는 안전한 플레이보다는 과감함이 요구되었기 때문에 모험적인 패스들이 나올 수 밖에 없었죠. 그런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스토크 시티의 미드필더 뒷 공간이 뚫렸고, 그 과정에서 에르난데스-나니의 발끝에서 2골을 작렬했습니다.
물론 긱스는 박지성 공백을 메웠다고 판단하기에는 파괴력이 떨어진 아쉬움이 있습니다. 상대 수비 진영을 위협하는 마땅한 임펙트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긱스를 90분 풀타임 출전 시켰습니다. 높은 볼에 익숙한 스토크 시티 선수들의 약점을 파고들 수 있는 적임자로 선택했습니다. 긱스의 패싱력을 믿었기 때문이죠. 그런 긱스는 동료 선수들이 화려하게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묵묵히 패스를 연결하면서 상대 배후 공간을 노리는 패턴에 익숙합니다. 그 장점이 스토크 시티전에서 빛을 발했고, 그동안 공격 연결의 매끄럽지 못했던 깁슨이 '긱스 존재감에 힘입어' 맨유의 패스 플레이에 녹아들면서 미드필더진의 탄탄한 경기 운영이 돋보였습니다.
에브라-하파엘로 짜인 좌우 풀백들의 공격력 또한 스토크 시티를 위협했습니다. 에브라가 긱스의 부족한 기동력을 채웠다면 하파엘은 나니의 수비 가담을 줄이는데 일조했습니다. 두 선수는 경기 상황에 따라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받을 위치를 선점하여 볼을 터치하거나, 직접 오버래핑을 펼치며 상대 측면을 두드렸습니다. 그 결과는 스토크 시티 윙어였던 에더링턴-델랍의 수비 가담을 늘리는 경기 흐름으로 직결됐습니다. 스몰링이 존스를 꽁꽁 묶었고, 깁슨-플래쳐가 화이트헤드-윌슨의 종적인 움직임을 차단한 것 까지 포함하면, 스토크 시티는 좀처럼 공격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맨유전 유효슈팅 1개 또한 화이트헤드가 후반 초반에 기습적으로 넣었던 골이었을 뿐입니다.
또한 에르난데스의 임펙트가 돋보였습니다. 전반 26분 문전에서 나니의 크로스 낙하 지점을 읽으며 순간적인 문전 쇄도에 이은 힐킥으로 골을 밀어넣었던 장면, 후반 17분 아크 중앙에서 상대 선수와 맞설 때 왼발로 볼을 접으면서 오른발로 나니에게 대각선 패스를 연결하며 결승골을 엮어냈습니다. 특히 대각선 패스는 상대 선수 2명 사이를 가르는 빠른 타이밍의 공격 연결 이었습니다. 미드필더의 경기력을 제대로 받춰줄 수 있는 공격수의 존재감이 있었기에 맨유가 스토크 시티를 이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박지성 공백을 팀 플레이로 극복한 결과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