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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5위 추락' 첼시, 강팀 클래스는 어디로?

 

역전에 재역전, 그리고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로 손에 땀을 쥐었던 명승부 였습니다. 그것도 6골 난타전으로 열기를 뜨겁게 느낄 수 있게 했죠. 하지만 첼시 입장에서는 아쉬웠던 경기였습니다. 뒷심 부족만 아니었다면 2연승을 달성하여 그동안의 침체된 행보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5위 추락 이었습니다.

첼시는 2일 저녁 1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진행된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 애스턴 빌라전에서 3-3으로 비겼습니다. 전반 23분 프랭크 램퍼드가 페널티킥 선제골을 넣었으나 전반 41분 애슐리 영에게 페널티킥 동점골, 후반 2분 에밀 헤스키에게 역전골을 허용했습니다. 그 이후 반격에 나선 끝에 후반 39분 디디에 드록바, 후반 44분 존 테리가 골을 터뜨리며 첼시의 재역전을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후반 46분 키아런 클락에게 동점골을 내주면서 막판 고비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이로써 첼시는 애스턴 빌라전 승리 실패로 리그 4위에서 5위(10승5무5패, 승점 35)로 추락했습니다. 반면 토트넘은 풀럼을 1-0으로 제압하고 4위(10승6무4패, 승점 36)로 도약했습니다. 최근 리그 10경기에서 2승4무4패에 빠진 첼시의 최근 경기력이라면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암울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애스턴 빌라전 막판 실점이 아쉬운 이유입니다.

첼시의 애스턴 빌라전, 무엇이 문제였나?

첼시 입장에서는 애스턴 빌라전을 반드시 이겼어야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30일 볼턴전 1-0 승리의 오름세를 이어가기 위해, 토트넘을 제치고 선두권에 진입하기 위해, 최근의 슬럼프를 떨치기 위해 승리가 필요했죠. 애스턴 빌라의 전력 또한 약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중상위권을 내달렸으나 올 시즌 리그 17위(첼시전 무승부로 15위 진입) 부진에 빠졌고, 21라운드 이전까지 원정 성적은 9전 1승1무7패 였습니다. 또한 9경기에서는 5골 22실점의 침체에 빠졌죠. 또한 첼시는 지난 3월 27일 애스턴 빌라와의 홈 경기에서 7-1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최근의 슬럼프를 감안해도 충분히 승리를 노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첼시는 그동안 누적된 체력 저하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이바노비치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던 공백을 '20세 영건' 브루마가 리그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문제는 나머지 선수들 이었습니다. 노령화에 빠진 주축 선수들이 그대로 선발 출전하면서 힘이 떨어지는 경기력을 일관했죠. '24세' 하미레스를 제외하면 기동력에서 힘을 실어줄 선수가 없었습니다. 최근 부상에서 복귀한 램퍼드의 날카로운 볼 배급은 나름 인상적 이었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받춰주지 못하면서 공격이 자주 끊어졌죠. 그 과정에서는 수비 실수까지 더해지면서 3실점을 범했습니다.

특히 페레이라의 폼이 가장 안좋았습니다. 전반 41분 에시엔이 레오-코커에게 백태클을 가하면서 페널티킥을 허용했지만 그 이전에는 페레이라가 볼을 걷었던 것이 클락에게 빼았겼습니다. 클락의 앞쪽으로 볼 띄우기를 시도한 것이 팀의 실점 위기로 직결되면서 에시엔이 어쩔 수 없이 불필요한 파울을 범했습니다. 에시엔의 대처가 아쉬웠지만 페레이라가 페널티킥의 원인 제공을 했던 셈입니다. 후반 2분 애스턴 빌라의 오른쪽 크로스 상황에서는 헤스키의 옆쪽으로 이동하면서 아그본라호르를 마크했지만, 오히려 헤스키에게 헤딩 역전골을 허용했습니다. 헤스키에 대한 마크를 포기하고 다른 선수에게 시선을 돌렸던 것이 실점의 화근이 됐죠. 결국 페레이라는 후반 12분에 교체 됐습니다.

페레이라가 범했던 2실점은 상대 선수를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졌던 공통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첫번째와 두번째 실점때 각각 클락-헤스키의 움직임을 간파하지 못했죠. 상황 대처 능력이 안좋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경기 내내 애슐리 영 봉쇄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배후 공간을 쉽게 허용하는 불안함을 떨치지 못했죠. 그래서 애슐리 영은 왼쪽 뿐만 아니라 최전방-오른쪽까지 자유자재로 누비며 첼시 진영을 흔들었습니다. 또한 애스턴 빌라의 왼쪽 공격이 잦았던 것도 페레이라의 불안한 수비력과 밀접합니다. 올 시즌 페레이라의 폼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고, 보싱와도 부진에 빠졌고, 이바노비치가 알렉스 부상 공백을 위해 센터백으로 전환한 것을 미루어보면 첼시의 오른쪽 풀백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첼시의 또 다른 문제는 애슐리 콜 입니다. 특유의 오버래핑이 살아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경기를 소화하면서 기동력-스피드-체력 저하에 직면했고 눈에 띄는 공격 기회를 연출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죠. 지공 상황에서는 애스턴 빌라 진영에 자주 올라오면서 볼을 터치했지만, 지난 시즌처럼 직접 속공 기회를 연출하며 골을 엮어내거나 킬패스 연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애스턴 빌라전에서는 다우닝-페트로프의 압박에 걸리면서 공격적인 에너지를 쏟는데 힘에 부쳤습니다. 페레이라가 수비력에 결함을 드러내면서 첼시와 상대하는 팀들이 애슐리 콜의 오버래핑을 막아내는데 주력했고, 애스턴 빌라는 그 작전이 성공하면서 첼시 공격수-미드필더들의 공격력 부담을 유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나마 미드필더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램퍼드가 전방쪽으로 여러차례 볼을 배급하면서 공격 옵션들이 애스턴 빌라 진영을 두드릴 수 있었고, 하미레스는 동료 선수들에게 부족했던 기동력을 채워줬고, 에시엔은 이날 경기에서 컨디션이 좋지 못했지만 후반 44분 오른쪽 측면에서 알브라이튼의 볼을 빼앗아 얼리 크로스를 띄웠던 것이 문전 경합에 이은 테리의 재역전골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램퍼드 이외에는 송곳같은 볼 배급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없었고, 하미레스의 침투 패스가 몇 차례 부정확하게 연결되었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또한 후반 중반에는 체력 저하에 허덕이면서 어쩔 수 없이 지공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첼시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말루다-드록바-아넬카로 짜인 스리톱입니다. 세 명 모두 최근에 폼이 떨어지면서 첼시에 공격력 저하 및 슬럼프를 안겨줬던 공통점을 안고 있죠. 그럼에도 안첼로티 감독은 세 명을 그대로 선발에 기용했습니다. 칼루-스터리지 같은 백업 기용에 인색한 자세를 취하면서 기존 스리톱의 체력 부담을 안기는 역효과를 범했습니다. 그 결과는 당연했습니다. '프랑스 윙어 콤비' 말루다-아넬카는 측면에서 번뜩이는 움직임이 살아나지 못하면서 상대 수비 밸런스를 흔드는데 실패했고 후방에서 공을 받을때의 위치선정이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특히 아넬카는 볼 컨트롤에서 실수를 범하면서 상대팀 선수에게 공을 빼앗기거나 공격 기회를 스스로 놓치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그래서 드록바가 측면 및 2선, 최전방을 넓게 움직이며 말루다-아넬카의 단점을 메우려 했습니다. 하지만 부정확한 패스를 연발하면서 상대 수비진에게 볼이 걸리는 문제점을 범했습니다. 후반 39분 동점골을 넣은 것을 감안해도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죠. 여전히 기량 저하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올해 33세를 맞이하면서 신체적인 운동 능력이 떨어질 시기에 접어든 만큼, 그동안 첼시에서의 파괴적인 공격력을 재현하기에는 힘들 것 같다는 예감입니다. 첼시가 1월 이적시장에서 드록바 대체자를 영입하거나, 아니면 스터리지에게 꾸준히 선발 출전 기회를 제공하며 포스트 드록바로 키울 준비를 해야 합니다. 말루다-아넬카 또한 같은 상황입니다.

그나마 첼시가 후반 막판에 드록바 동점골-테리 역전골의 저력을 발휘한 것은 놀라웠습니다. 애스턴 빌라 선수들의 경기 집중력 부족을 간파하여 2골을 몰아 넣었죠. 하지만 후반 46분 클락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2골의 저력은 빛이 바라고 말았습니다. 알브라이튼의 크로스 상황에서 테리-애슐리 콜이 클락의 문전 쇄도를 눈치채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던 것이 실점의 화근 이었습니다. 테리가 시야를 넓히지 못하면서 돌파를 내주고 말았고, 애슐리 콜이 클락의 움직임을 제어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죠. 3-2 승리를 자신했던 첼시의 막판 방심이 안좋은 결말로 이어졌습니다. 경기 내내 범했던 실수까지 포함하면, 첼시의 지금 경기력에서는 '강팀 클래스'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진정한 강팀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