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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EPL 무패 우승, 과연 가능할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지난 1일 웨스트 브로미치(이하 웨스트 브롬)전을 2-1 승리로 마친 뒤 2010/11시즌 프리미어리그 일정의 절반을 소화했습니다. 11승8무(승점 41, 골득실 23)로 리그 1위를 지키면서 '우승할 수 있는 팀'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죠.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12승5무4패 및 승점 41을 기록하면서 맨유와 동률이 되었지만, 골득실에서는 맨유가 6골 차이로 앞섰습니다. 3위 아스날(12승3무5패, 승점 39)이 바짝 추격중인 현실을 상기하면 맨유는 우승을 위해 더욱 분발해야 합니다.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맨유의 리그 무패 우승 여부 입니다. 1992년에 공식 출범한 프리미어리그에서 유일하게 무패 우승을 달성한 팀은 2003/04시즌의 아스날(26승12무, 승점 90) 이었습니다. 2004/05시즌 우승팀 첼시는 29승8무1패(승점 95)를 기록하며 전 시즌의 아스날보다 승점 5를 더 많이 기록했지만 무패 우승은 아니었습니다. 1경기라도 패하면 무패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어려운 기록입니다. 과연 맨유가 평준화 경향이 뚜렷해진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무패 우승의 신화를 이룩할지 주목됩니다.

맨유의 무패 우승 원동력-관건-희망요소는?

우선, 맨유가 올 시즌 11승8무를 기록했던 원동력은 탄탄한 수비력 입니다. 리그 최소 실점 2위(18실점, 1위는 맨시티의 16실점)를 기록중으로서 '지지않는 축구'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특히 포백 구성원들의 폼이 부쩍 좋아졌습니다. 에브라가 시즌 초반 부진에서 벗어났고, 하파엘은 자신의 약점이었던 수비력을 강점으로 탈바꿈하며 기량 업그레이드에 성공했습니다. '철의 센터백' 비디치-퍼디난드는 부상에서 벗어나 서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경기들이 많아졌고 특히 비디치는 주장의 책임감을 느끼며 팀의 수비를 짊어졌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잦은 부상으로 신음했던 퍼디난드의 내공 또한 원상태로 돌아왔습니다.

올 시즌에는 루니의 부상 및 부진 속에서도 베르바토프-박지성의 득점력 향상, 에르난데스의 등장, 나니의 도움 모드가 맨유 공격력의 힘이 됐습니다. 베르바토프와 박지성은 지난 시즌에 각각 12골-3골을 터뜨렸으나 올 시즌 절반 일정을 소화한 현재는 14골-4골을 올렸습니다. 특히 베르바토프의 14골은 리그 득점 1위 기록이며, 박지성은 칼링컵까지 포함하면 시즌 6골을 넣었습니다. 맨유는 리그 원정에서 2승7무에 그쳤던 아쉬움이 있었지만, 원정 2승(스토크 시티, 웨스트 브롬전)의 결승골 주인공은 다름 아닌 에르난데스 였습니다. 나니는 지난 시즌 23경기에서 6도움을 기록했으며 올 시즌에는 15경기 10도움을 올리며 브런트(웨스트 브롬)와 함께 리그 도움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런 맨유의 리그 무패 우승 관건은 4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박지성의 아시안컵 차출 공백입니다. 맨유는 박지성이 한국 대표팀으로 떠난 이후부터 측면 공격 약화에 시달렸습니다. 지난해 12월 29일 버밍엄전, 지난 1일 웨스트 브롬전이 그랬습니다. 버밍엄전에서는 루니-베르바토프-긱스로 짜인 스리톱, 웨스트 브롬전에서는 안데르손-플래쳐를 4-4-2의 윙어로 배치했지만 뚜렷한 결실을 거두지 못했죠. 박지성처럼 왕성하게 움직이면서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를 엮어낼 측면 옵션이 없다는 점이 맨유의 한계입니다. 루니도 버밍엄전에서는 그 역할에 적응하지 못했죠. 믿고 활용할 윙어가 없는 현실속에서는 맨유의 오름세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두번째는 맨유가 앞으로 5개월 동안 빠듯한 일정에 직면합니다. 프리미어리그, UEFA 챔피언스리그, FA컵을 동시에 치릅니다. 지난해 12월 초 칼링컵 8강 웨스트햄전 0-4 패배가 박지성 공백 속에서 1월 일정이 수월해진 명분으로 작용했지만, 챔피언스리그-FA컵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오는 8일 FA컵 3라운드에서는 라이벌 리버풀과 격돌하기 때문에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황이죠. 챔피언스리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을 비춰보면 선수들의 강인한 체력이 요구됩니다. 로테이션 시스템을 활용하면 전력이 약해질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백업 선수들이 분발해야 합니다.

세번째는 안데르손-캐릭의 폼이 꾸준하지 못합니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 및 올 시즌 초반 경기력 저하에 시달리며 방출설로 주목을 끌었지만 시즌 중반에 접어들면서 원래의 실력을 되찾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경기에서 다시 부진에 빠졌습니다. 안데르손은 상대 집중 견제를 받기 시작하면서 볼 터치가 떨어졌으며 패스 줄기가 곧게 뻗지 못합니다. 볼 컨트롤 또한 깔끔하지 못해 상대와의 허리 싸움에서 밀리는 원인 제공을 했습니다. 캐릭은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에 따른 수비력 약화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그래서 상대의 빠른 공격에 여지없이 당하고 있죠. 스콜스와 함께 뛸 때에 비하면 수비 상황에서 활동 폭을 넓히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네번째는 맨시티-아스날의 맹추격 입니다. 맨시티는 박싱데이 기간에(2010년 12월 27일 부터 2011년 1월 5/6일 까지) 3연승을 올리면서 맨유와 승점 동률을 이루었습니다. 리그 최소 실점 1위(16실점)의 수비력이 뒷받침했고, 최근 3경기에서 8골을 터뜨리면서 그동안 무뎠던 화력에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아스날의 올 시즌은 유난히 선수층이 두껍습니다. 가용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아졌고, 나스리-송 빌롱-주루 등이 급성장하면서 전력 향상의 힘을 얻었습니다. 이적생 샤막-스킬라치-코시엘니, 임대 복귀 된 윌셔가 팀 전력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은 것도 한 요인이죠. 팀의 약점이었던 골키퍼 자리에는 파비안스키가 알무니아의 부상 공백을 완전히 메웠습니다.

그럼에도 맨유의 리그 무패 우승이 희망적인 이유는 3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는 부상 선수들의 복귀 입니다. 나니는 엉덩이 부상 회복 속도가 늦어지면서 오는 5일 스토크 시티전에 돌아올지는 미지수이지만, 맨유가 박지성 공백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감이 필요합니다. 비슷한 시기에는 스콜스가 사타구니 부상을 털고 팀 훈련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언제 복귀할지 알 수 없지만 안데르손-캐릭이 부진한 현실속에서 스콜스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루니는 2주 뒤 왼쪽 발목 부상을 회복하여 다시 그라운드에 나섭니다. 세 명 모두 1월 안으로 복귀할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두번째는 시즌 후반이 되면 측면 가용 인원이 최대 2명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발렌시아는 오는 2~3월에 왼쪽 발목 골절상에서 벗어나 팀 전력에 복귀합니다. 박지성-나니가 짊어졌던 기존의 맨유 공격에 발렌시아까지 추가되면서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의 득점력이 달아오르게 됐습니다. 위건으로 임대된 클레버리도 맨유에 복귀할 수 있습니다. 클레버리의 임대 기간은 올 시즌까지 였지만 1월 복귀 조항을 전제로 했던 조건 이었습니다. 위건측은 클레버리의 잔류를 원하고 있지만 퍼거슨 감독은 팀에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최근 위건 공격의 활력소로 떠오른 클레버리의 폼을 놓고 보면 오베르탕보다 더 믿음직합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맨유의 위기 관리 능력 입니다. 맨유는 2009년 여름에 호날두-테베스와 작별하면서 공격력 약화에 직면했지만 여전히 리그 우승권에 속했습니다. 지난 시즌 첼시에게 리그 우승을 허용했지만 승점 차이는 단 1점에 불과했을 뿐입니다. 올 시즌 경기력이 결코 완전하지는 않지만 리그 선두를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막판 첼시와의 경쟁에서 밀렸던 교훈이 스쿼드의 위기 관리 능력을 키우는 효과로 작용했습니다. 구단의 막대한 적자에 따른 대형 선수 영입이 없는 현실 속에서도 강팀의 클래스를 유지했죠. 퍼거슨 감독의 지도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올해 70세가 된 퍼거슨 감독의 열정이 꺼지지 않는 순간까지는 맨유의 강인함이 계속 될 것임에 분명합니다.